책소개
“정원을 가꾼다는 건 기대감 속에서 사는 일이다.
씨앗 하나 심어두고 내일을, 내년을,
몇십 년 후를 꿈꾸는 일.”
얼떨결에 시작한 삽질 덕분에
초록이라는 호사를 넉넉히 누리는
정원 유튜버 더초록의
식물하는 마음, 식물하는 삶
가드닝 일상을 영상으로 올리며 잔잔한 울림을 준 정원 유튜버 더초록의 사계절 마음 성장 일기. 도시를 떠나 주택을 짓는 바람에 갑작스레 정원이 생긴 저자는, 그곳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삽을 든다. 숙제처럼 시작한 가드닝이지만, 흙을 만지고 식물과 공명하며 도시 생활로 날카로워진 마음이 가라앉는 걸 느낀 뒤 자연스럽게 삶에 초록을 들이게 된다.
특유의 너그러우면서도 다정한 감성으로 수많은 가드너에게 사랑받아 온 저자는, 7년 동안 편집된 영상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진솔한 감정을 글로 생생히 풀어낸다. 애틋한 초록 사랑과 지긋지긋한 노동이 교차하는 유쾌한 필치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또한 곳곳에 수록된 비하인드 컷은 자기만의 속도로 초록을 보살피는 정원 일상에 독자도 함께하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식물을 사랑하는 ‘식집사’나 정원 애호가는 물론, 삶에 초록을 들이고 싶은 모든 사람이 반길 만한 책이다.
목차
Prologue 초록이 주는 다정한 위로에 관하여
Chapter 1. 봄, 시작은 마냥 초록이 좋아서
봄이 오면 걸리는 병
얼렁뚱땅, 초록가든의 탄생
봄에 깨닫는 겨울의 의미
분명히 있어, 식물 유전자
기다림을 알려준 꽃, 작약
워런 버핏이 울고 갈 최고의 투자자
땅콩아, 선물은 이제 그만!
큐 사인은 자연의 몫
Chapter 2. 여름, 선명하게 부서지는 햇살의 밀도
기꺼이 ‘장미 집사’가 된 이유
아… 망했어요…, 아니 안 망했어요!
여름은 언제나 청춘
작은 리스 안에 담은 여름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매일 조금씩
더하기보다 빼기가 중요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연약함
내 별명은 ‘홍지프스’
Chapter 3. 가을, 깊고 너그러운 찰나의 계절
쉬운 길을 두고 굳이 둘러 가는 이유
적당한 마음, 단단한 마음
계절이 보이는 논세권, 어떠세요?
정원 속의 복불복 게임
아빠의 작은 정원
좌절에서 얻은 희망
갓 딴 채소를 먹는 기쁨
언제나 조금씩은 아쉬운 계절
Chapter 4. 겨울, 차곡차곡 정원에 봄을 저금합니다
이토록 친숙한 계절의 냄새
토닥토닥, 거름 덮고 겨우내 잘 자기를
정원생활자의 겨울 방학
정원사의 상상력
느림의 미학
씨앗을 정리하며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계절성 불면증
저절로 굴러갈 수는 없는 거니?
언제나 거기 있는 초록이 좋아서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저 : 더초록 홍진영
영상과 사진을 통해 하루하루의 정원 생활을 기록하고 가드닝 팁을 나누는 마당 가드너. 주택을 지으면서 얼렁뚱땅 생긴 정원을 채우려다 가드닝의 매력에 사로잡혀 7년째 식물 시중을 들고 있다.
유튜브 채널명인 ‘더초록’은 ‘The Green’을 뜻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초록’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세상이 더 초록해지기를, 더 많은 사람이 한껏 초록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다. 화려한 꽃도, 풍요로운 열매도 좋지만 결국 정원의 기본은 푸르른 식물 그 자체라는 게 나름의 철학. 그런 의미로 사철 푸른 나무를 수없이 심었음에도 “그래서 초록은 어디 있나요? 꽃밖에 안 보이는데…….”라는 질문을 매번 듣는다고. 이 자리를 빌려서 답을 밝혀두고 싶단다. “여러분, 꽃을 뺀 만큼이 모두 초록이랍니다!”
최대한 자연에 기대어 설렁설렁 여유롭게 정원을 굴리는 게 목표다. 벌레에게 조금쯤 양보도 하고, 꽃잎에 반점이 생겨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초록은 너그럽게 자라준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자연의 거대한 힘과 초록의 생명력만 믿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 정원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인스타그램 : @chorok_garden
책 속으로
이 책에 직접적인 가드닝 비법 같은 건 없다. 다만, 정원을 가꾸며 느꼈던 소회를 소박하게 담았다. 정원을 가꾸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까지 가꾸게 된 이야기들……. 정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도 자신만의 정원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다정한 위안을 찾았으면 한다.
--- p.7
황량하던 앞마당은 이제 계절마다 꽃이 흐드러지는 초록가든이 되었다. 첫 봄에 어영부영 심은 나무는 어느새 내 키의 두 배가 넘게 자라 시원스러운 잎을 하늘하늘 드리운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시작했지만 이렇게 되어 참 다행이다. 그런 일이 세상에는 참 많은 것 같다.
--- p.30
장미를 키우다 보면 장미를 꽃의 여왕이라고 하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여왕님의 하인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매일 되풀이되는 장미 수발에 부아가 치밀다가도 장미 한 송이가 피어나면 사르르 사그라진다.
--- p.77
망가진 밭 한가운데서 아빠는 한동안 멍하니 서 계시다가 한숨을 내쉬더니 나지막이 읊조리셨다. “자연 앞에서는 어쩔 수 없어. 그래도 내년을 위해 다시 해봐야지.” 그때는 처참하게 망가진 밭을 보고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한참이 지난 지금은 가슴 깊이 이해된다. 아빠 말이 맞았다. 모든 것이 사라진 순간에도 완전한 실패란 없다. 내년을 생각하면 지금의 실패조차 결코 실패가 아니다. 단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과정일 뿐.
--- pp.84~85
많이는 아니고, 매일 조금씩 열리는 대로 남겨진 대로 먹는 것. 어느 날은 딸기 한 개를 나눠 먹기도 하고, 포도를 한 알씩 따 먹고, 라즈베리 몇 알을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그렇게. 자연스럽다는 건 결국 조금은 부족하고 느릿한 게 아닐까. 작은 것들로 자족하는 기쁨을, 나는 여름 한가운데서 아이와 함께 배우고 있다.
--- p.102
무슨 강한 결의가 있어 집을 지은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는 설명이 더 맞을 거다. 그런데도 가끔은 내가 엉겁결에 잠시 득도해 옳은 답을 고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아빠와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었고, 아이들과 남편과도 더 살갑게 지내게 되었다. 무언가를 증명하며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많이 벗어났고, 나라는 존재 자체를 사랑하게 됐다. 아,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었던 거구나. 저지르고 나서 비로소 알아챘다.
--- p.177
정원을 가꾼다는 건 기대감 속에서 사는 일이다. 씨앗 하나 심어두고 내일을, 내년을, 몇십 년 후를 꿈꾼다. 아니, 씨앗을 심기 전의 추운 겨울부터 이미 마음은 계절을 앞질러 달음박질한다. 사람은 내일이 더는 기대되지 않을 때 우울해진다는데, 다행히 나는 ‘씨앗’이라는 약을 알고 있다.
--- p.191
모든 씨앗에는 이미 계획이 있다. 적당한 때가 오면 씨앗은 모든 걸 걸고 한 발 내딛는다. 무모하리만큼 담대한 씨앗의 용기다. 그러고 보면 세상의 모든 초록은 강한 것 같다. 식물이 없으면 동물은 살아남지 못하지만, 식물은 동물 없는 세상에서도 유유히 살아가니까. 나는 이미 완 벽한 존재인 식물을 키운답시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혼자 부산을 떠는 중이다.
--- p.202
이제는 완벽을 꿈꾸지 않는다. 모든 것이 딱 들어맞는 황홀한 순간은 어차피 찰나다. 정원일의 대부분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시간이고, 그런 시간이 쌓여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영영 미완성이라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 그게 내 정원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 p.220
출판사 리뷰
매일 새로 만나는 식물의 찬란함과
무수한 실패가 가르쳐준 너그러운 체념,
그리고 초록이 치유한 마음에 대하여
정원의 사계절은 바쁘게 돌아간다. 겉으로는 꽃과 함께하는 우아한 삶처럼 보이지만, 실제 가드닝은 끝없이 돌아가는 육체노동의 연속이다. 저자도 처음엔 알아서 돌아가는 정원을 꿈꿨지만, 가드너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수없이 실패하고 다시금 시작하기를 수년, 이제는 조금씩 내려놓고 사는 것이 몸에 뱄다고. 냉혹함과 너그러움이라는 자연의 양면성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마음자리를 넓힌 것이다. 덕분에 늦된 맏아이를 돌보는 고충도,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아픔도 잠잠히 껴안고 나아갈 수 있었다.
새로운 식물을 마음껏 지르며 기뻐하는 모습, 매일의 노동에 넌더리를 내는 모습처럼 식집사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모든 글에 잔잔히 깔린 테마는 ‘치유’다. 서문에 “정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라 밝혔듯, 계절에 순응하는 단순한 삶은 결국 스스로를 보살피는 과정이다.
더, 초록에 스며들 것,
더, 초록을 사랑할 것,
천국은 멀지만 초록은 가까우니까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별로 짚어가는 구성은 가드너의 일 년 살이를 천천히 따라간다. 싱그러운 초록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절정을 맞고 사그라들어 무로 돌아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일 년 내내 가꾸던 초록들이 스러지는 순간, 저자는 “아쉽지만, 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는 법. 끝이 없었다면 벌써 질려 나가떨어졌을 거”라며 새로운 희망을 속삭인다. 내년에는 내년의 초록이 있다. 인생의 한 챕터가 접히더라도 결코 끝이 아니라는 걸, 저자는 계절의 되풀이 속에서 깨닫는다. “아,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었던 거구나. 저지르고 나서 비로소 알아챘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삶에 자연을 들이는 일이다. 초록이 배경이 아닌 삶의 일부가 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저자가 가드닝을 권유하는 이유다. 그러나 모두가 정원을 가꿀 수는 없는 노릇. 다행히 넉넉한 초록의 호사는 마음만 먹으면 일상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저 조금만 초록을 가까이하고, 차근차근 눈에 담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초록의 찬란한 기쁨을 누구나 누렸으면 하는 바람에 유튜브 채널명도 ‘더초록’, 즉 ‘더 많은 초록’으로 지었다. 직접 보는 게 가장 좋지만, 어렵다면 영상으로나마 초록의 기운을 전달하고 싶어서였다.
떡잎을 밀어 올리는 희망, 휘몰아치는 성장통 속에서도 꿋꿋한 초록의 에너지는 그 자체로 위안이다. 지상에 천국은 없지만, 대신 초록이 있다. 평온함과 안정감의 원천은, 어쩌면 천천히 초록을 응시하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