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희용 (15) 죽음 문턱에서 더 뜨거워진 말라위 영혼 구원의 소망
김아영2026. 5. 29. 03:08
2019년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과로·스트레스로 여러 번 반복
죽음 직면하며 영적 어둠에 갇힌
말라위 위한 사명 더욱 선명해져
박희용 선교사가 2019년 12월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입원해 검사를 받고 있다.
죽었다. 2019년 12월 31일 밤 10시. 심장이 멈췄고 내가 사망했다. 그날 초저녁부터 몸이 이상했다.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고 숨이 막혔다. 속은 돌덩이가 들어앉은 것처럼 답답했다. “여보, 나 잠깐만 좀 쉴게요.” 겨우 말을 뱉고 누웠는데 갑자기 몸 안에서 무언가 거대하게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화장실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어섰지만 몇 걸음 옮기지도 못하고 돌바닥 위로 굳은 채 쓰러졌다. 그 뒤로 기억이 완전히 끊겼다.
아내는 집안을 울린 둔탁한 소리에 놀라 급히 뛰어왔다. 내 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고 숨소리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였다. 아내는 나를 끌어안고 절규했다. “주님, 안 돼요. 지금은 안 됩니다. 저 말라위 아이들은 어떡하라고요.” 아내는 방언으로 부르짖으며 내 얼굴과 몸을 미친 듯이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딸 은지에게 구급차를 부르라고 했다.
그렇게 육신의 호흡이 끊어진 순간, 나는 전혀 다른 영적 세계를 경험하고 있었다. 내 영혼이 몸에서 분리돼 공중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의식은 지독할 정도로 또렷했다. 캄캄한 어둠을 뚫고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곳에는 이 땅의 두려움도 육체의 고통도 없었다.
그런데 아주 멀리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작아서 처음에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소리를 쫓는 순간 갑자기 내 영이 다시 몸 안으로 거칠게 빨려 들어왔다.
동시에 지옥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온몸 뼈마디마다 얼음이 박힌 듯 오한이 들었고, 아내가 몸을 주무를 때마다 살가죽이 뜯겨 나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발음은 어눌하게 흐를 뿐 혀가 굳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곧 응급구조대가 도착했고 나는 들것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하나님은 나를 다시 이 땅으로 돌려 보내셨다. 그러나 이후에도 나는 여러 번 쓰러졌다. 2020년 4월 말라위를 위한 금식 기도 마지막 날에도, 2022년 4월에도, 2025년 5월에도 응급실을 찾았다.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반복되는 죽음의 문턱에서 하나님은 뼈아픈 진리 하나를 깨닫게 하셨다.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 그리고 돈과 명예, 성공은 죽음의 심판대 앞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죄의 멍에를 끊고 영혼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밖에 없다.
말라위 사역을 하며 가장 충격받았던 것은 눈앞의 가난보다 거대한 영적 어둠이었다. 그 땅에는 여전히 우상숭배와 미신, 저주와 인신제사의 악습이 마을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육신의 배고픔보다 더 무서운 것은 영혼의 결박이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사야 58장을 붙들게 하셨다. 흉악의 결박을 풀어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당하는 자를 자유롭게 하라는 명령이었다.
결국 선교의 본질은 영혼 구원이다. 학교를 세우고 장학금을 주며 급식을 하는 모든 사역의 목적지는 한 영혼을 예수께로 인도하는 것이다. 죽음을 통과하고 나니 사명이 더욱 선명해졌다. 내 생명은 내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다시 살려두신 명백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전권대사다. 살아 있는 동안 한 영혼이라도 더 건져내라고 우리를 이 땅에 남겨두신 것이다.(요 10:28) 일터와 선교지에서 잃어버린 영혼을 얻는 생명 구원 사역은 우리의 남은 생을 바쳐 계속될 것이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