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은 매우 부도덕한 행위로 낙인찍고 있습니다. 마치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우리네 속담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로남불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 학자가 있습니다. 다니엘라 도버 Daniela Dover, 옥스퍼드 대학교 철학과 부교수입니다. 내로남불이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고도 비판하지 않으면, 도덕적으로 서로를 개선할 기회가 날아가게 된다는 겁니다. 탈세한 자가 다른 탈세한 자를 비난할 때 그걸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면 두 사람 모두 탈세를 반성할 기회를 놓친다는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요? 그런데 왜 내로남불의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강준만 교수가 우리네 사회에서 내로남불이 일어나는 이유를 간명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당위성보다는 동질성 집단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해 힘을 과시하는 부족주의部族主義가 현실의 세계를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부족주의에선 공사를 구분하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용납되지 않습니다. 자신과 자기 부족의 이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내가 하면 로맨스이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정신 상태가 가능해진답니다. 특히 배신에 대한 질책은 늘 위에서 아래로 향합니다. 섭섭하긴 해도 “밑에서 그렇게 충성을 다했는데 배신하다니”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배신의 이런 위계질서는 “나는 배신해도 되지만 너는 배신하면 안 된다”라는 식의 내로남불을 불러오기 마련이라는 겁니다. 이런 부족주의가 팽배해 있는 한 내로남불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소위 패거리 정치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도버 교수는 도덕적 개선을 위해서라도 위선적 비판도 귀담아들으라고 귀띔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