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re de la liberte》
작성자 라피엘
《Terre de la liberte》
By. Lapielle。
1. La Sang
「회한(悔恨)은 죄인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미덕이다.」
-Voltaire (1694-1778)
삐걱 이는 마차가 한 걸음씩 그 곳을 향해 굴러 갈수록, 냄새는 진해졌다.
공기에게 잎사귀의 맥처럼, 그렇게 미세한 통로가 있을까, 의심될 정도로 점점 번져나가는 그 향기. 마치, 죄는 죄를 부른 다는 말을 실감시키게 할 듯, 아찔하게 와 닿는다.
금속의 차갑고 씁쓸한, 그러나 동시에 검붉은 그것.
몸서리치게 거부감이 느껴지지만, 돌아보면 언제나 자신은 그것에 가까이 접근해 있었다. 하지만, 아직 때가 오지 않은 걸까. 화염은 아직 자신에게 옮아 붙지는 않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미 너무 익숙해진 향기.
몇 년 전부터 낌새는 알아 차렸었다. 그러나, 막기에는 너무 강했던 것.
은백색의 두꺼운 날이 번쩍이며 추락해 오는 광경은 이제 흔해빠진 일이었다.
자신의 고향에게도 이미 퍼져 있을 것이다, 피의 유혹은.
아니나 다를까, 마차의 옆으로 얼굴을 살짝 내밀어 거리를 바라보는데, 기억 속에 박힌 그것이 있었다.
똑 같은 모습으로, 똑 같은 냄새로.
다른 것이라면, 장소와 그 밑에 눕혀질 불쌍한 제물 밖에 없다.
끼익!
마차의 바퀴에서 귀 아프게도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어쩐 일인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앞 좌석에서 운전하던 마부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들을 멈추었다. 우아한 고개를 이리 저리 움직이는 갈색 말 두 마리. 주변의 분위기를 의식하듯 그 둘은 불안하게 운다.
“아가씨, 송구스럽지만, 잠시 바퀴를 갈아 끼워야….”
커튼에 가려져 모습이 보이지 않는 소녀는 그의 말을 듣고, 승낙하듯 한번 가느다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새하얀 레이스가 달린 벨벳 천 사이로 언뜻 붉은 머리칼이 새어 나온다. 그녀는 바깥의 일이 궁금한 듯, 계속 마차의 밖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오묘하게도, 마차는 냄새의 원천에서 가까운 곳에 세워져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 있다. 여자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을 느끼고, 눈을 살포시 감았다. 역시, 곧 귀를 타고 악에 받친 비명소리가 들렸다.
“난 아니라고! 잘못한 게 없어, 난!”
마부는 한번 움찔하며, 급히 바퀴를 찾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 그가 모시는 아가씨가 있는 것은 안 좋을 터. 그러나, 마차 안, 여자의 눈치를 보니 그저 평범한 표정이다.
이번에는 굵은 웃음소리와 함께 딱딱한 목소리가 들렸다.
“반역자 새끼가 뭐가 그리 말이 많아? 젠장, 반항이냐? 왕의 명을 반대하고서… 퉤! 이 더러운 놈!”
여자는 그제서야 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한 곳에 모여 있는 줄 알게 되었다. 약간 얼굴을 높이 쳐 드니, 광경이 꽤 잘 보였다. 구경꾼들 위로 한 뼘쯤은 높이 솟은 단(壇). 그 곳 위에는 무릎 꿇은 소년 한 명과, 눈과 입만이 뚫려 있는 검은 천을 뒤집어 쓴 남자가 서 있었다. 흙과 자질구레한 상처들로 덮인 소년은 많아 봐야 스무 살로 밖에 안 보인다. 그는 두려움에 덜덜 떨며, 남자의 손가락질과 욕 짓거리를 받고 있었다.
소년의 옆에는 단두대가 있다.
“난 아냐! 당신들은 눈깔이 빠진 거야? 죽어야 할 사람은 왕이야, 왕이라고! 우린 그저 자유를 추구할 뿐이야!”
소년이 길게 외치자, 남자의 거친 손이 그의 멱살을 잡고 몸을 흔들어댔다. 남자는 소년을 정 중앙의 연단(演壇)에 던져 버렸고, 이내 그의 머리를 고정시켰다. 몸만 눌린 벌레처럼 미친 듯이 손발을 흔드는 소년.
그의 크게 떠진 눈에는 공포만이 엿보인다.
남자는 날카로운 대거를 허리춤에서 꺼내, 단두대의 밧줄에 위협적으로 갖다 대었다. 희미하게 비치는 잔인한 미소는 그의 모습을 괴기스럽게 만든다.
“이게 네가 원하는 자유다.”
푸컥!
밧줄은 잘려 나가고, 허연 날은 용서 없이 낙하한다.
여자와 마부는 눈을 돌려 버렸다.
아직 소년의 눈꺼풀은 닫히지 않은 채다.
그리고 그것은 영원히 감겨지지 않겠지.
머리는 몸과 분리 된 채, 나무로 만든 단에서 데굴데굴 구른다. 바닥은 빨갛게 색칠 해져 간다.
소년의 머리를 길로틴(guillotine: 단두대)를 이용해 잘라 버린 남자는 크게 웃으며, 피로 물든 소년의 머리카락을 휙 잡아 챘다. 그는 소년의 창백한 머리를 관중을 향해 들어 올렸고, 두꺼비같이 입을 히죽이 벌렸다.
휙휙, 흔들어지는 소년의 머리통.
검붉은 불똥은 지켜보는 사람들 위로 쏟아져 내린다.
“자, 이 미천한 개새끼들아! 왕을 거역하면 이렇게 되는 거다, 알았냐?”
그 말을 남기고, 살인을 저지른 남자는 머리를 구경꾼들에게 던졌다.
어디선가, 한 꼬마가 와서 이미 물러터진 머리를 끌어 안으며 눈물을 터트렸다.
“혁명가 놈들은 다 저렇게 변할 거라지? 반항하면 내가 이 똑 같은 길로틴으로 다 죽여버리겠어.”
남자의 말에 불만스러운 숙덕거림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기 시작한다. 분명, 지켜보는 그들은 모두 가난한 농민들이다. 현재 빈민층에게 상냥하지 않은 정부로 봐서는, 반발이 심할 것은 당연하다.
누군가 도전 해 보라는 듯, 씩 징그럽게 입 꼬리를 올리는 남자. 아무도 그에게 대들 지 않자, 그는 것 보라는 듯 콧소리를 낸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돌맹이가 날아와 그의 이마에 적격했다.
한줄기 피가 투둑, 바닥위로 미끄러진다.
“….”
순식간에 주위는 얼음을 부은 듯 고요하다. 그들은 모두, 이마를 매만지며 끈적이는 피를 닦아내는 남자를 보고 있다.
단두대의 날에서 피는 식어가고 있다.
“아가씨, 빨리 가시죠.”
마부는 그 사이에 바퀴를 찾아 끼운 후, 앞 좌에 황급히 올라 섰다.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라서, 한시라도 급히 빠져 나가는 것이 현명 할 듯했다.
꾸준히 밖을 지켜보고 있던 여자는 시선을 움직여, 고삐를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마부를 바라보았다.
바퀴는 멀쩡히 굴러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손을 포갠 채 앉아 있는 여자는 마차 바깥에서 시작되는 비명 소리의 연속에 붉은 눈동자를 질끈 감았다.
“아가씨!”
그리웠던 성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현관을 닦고 있었던 시녀가 걸레를 떨어트리며 소리를 질렀다.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시녀의 표정이 너무 우스웠달까. 어쨌든, 몇 년 간 성에 오지 못했던 그녀로는,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 본다는 게 좋았다.
오면서 성의 벽에 자란 담쟁이 덩굴이 얼마나 자랐나 보려고 했지만, 정원사가 깔끔히 다듬어 놓은 탓에 그것은 그녀가 떠나기 전의 크기와 똑같았다. 성문이 아직도 순백색으로 칠해 진 것도 같았고, 분홍빛 포석도 예전 느낌 그대로였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안 지난 듯, 그런 기분이었다.
“어서 백작님께 아가씨가 오셨다고 해, 어서!”
근처 시종에게 지시하는 그 시녀.
리나 인버스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프랑스 남부의 지역인 마르세이유(Marseilles)에서 3여 년간 공부를 하고 온 그녀 였지만, 역시 집은 편했다. 어젯밤 벗어놓은 옷을 다시 입듯, 그렇게 딱 맞고 편안하다.
“아가씨! 정말 미리 말도 안하고 오시다니, 너무 하세요!”
시녀가 퉁명스레 중얼거렸다. 갑자기 그녀의 이름이 생각난 리나는 장난스레 웃었다.
그녀가 걸어 놓을 수 있게 외투를 주고서, 입술을 오므리는 리나.
“라이라 정말 예뻐졌구나.”
확 붉어지는 얼굴. 라이라는 반은 리나가 자신을 기억해 준다는 것에, 반은 그녀의 말에 수줍어하며 반박했다.
“리나 아가씨야 말로요!”
확실히 거울에 비친 리나의 모습은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붉게 너울지는 머리칼이며, 다른 기후에 사는 듯 새하얀 살결이며, 모자라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특히, 가장 매력적인 것은 그녀의 눈이었는데, 한 쌍의 루비처럼 그것은 빛났다.
리나는 대답 없이 그저 크리스털 샨들리에(chandelier)가 달린 천장에게로 얼굴을 들었다. 3층까지 훤히 뚫려 있는 천장은 예전 어렸을 적, 자신이 저만큼 키가 클 거라고 호언장담 하 던 것을 생각하게 했다. 지금 보면, 3층까지 크기는커녕, 꽤 작은 키였다.
얼굴에 미소가 끼얹어 지는 것을 의식하며 리나는 눈을 내렸다.
정말 그리웠는데, 이대로 자신을 기다리며 변함없이 있다니.
시간이 흐르지 않은 듯, 덧없는 생각이 자꾸만 떠오른다.
“아가!”
익숙한 음에 리나는 얼굴을 들어, 계단 쪽을 응시했다. 비둘기의 날개처럼 부드럽게 곡 진 하얀 계단의 끝에는 너무나도 기다려 왔던 사람이 있다.
“아버지!”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그녀를 부르는 그.
양팔이 벌려진다.
“보고 싶었다.”
더 말을 할 것도 없이, 리나는 그대로 백작의 품에 안겼다.
어렸을 때나, 훌쩍 커버린 지금이나, 그에게서 나는 평안함의 온기는 따스하다.
“-아버지.”
눈 앞이 눈물로 흐려졌다.
BGM-Ondine
안녕하세요, 라피엘입니다.
결국 쓰고 말았네요...; 안 쓰려고 했는데 너무 쓰고 싶어서;
으음, 오리지날 수정판으로 원본판을 따라 잡을 때까지 이걸 쓰고, 원본판은 그동안 안쓰렵니다.
수정판을 쓰다가 원본판으로 돌아가자니 저도 아리까리 해서 힘들고, 또 다른 여러 사연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ㅅ;
하지만 셋다 완결은 낼겁니다!!;
으음. 제목의 뜻은 자유의 땅 정도로 보면 될까요... 원래 liberte의 e에 엑센트가 있어야 하지만=_=; 그리고 la sang은 피라는 뜻입니다.
배경은 프랑스 대혁명이 시작되는 1789년 대로 보면 됩니다.
이거, 정말 오래전 부터 쓰고 싶었어요;ㅅ;
대충 완결은 20편쯤으로 보고 있습니다.
빨리 빨리 써야죠~ 잇힝.
그리고 아마도 피리아를 제외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다 나올 예정입니다.
커플링 있습니다. [...]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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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i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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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오'ㅅ')!! 기대기대//ㅁ//[베실]
어억; 오리.. ; ㅅ; 그래도 건필해! > ㅅ</
쪼오끔... 무서웠지만 원츄!!
아아..담편 원츄^^ . 그리고 .. 길로틴이 아니라.. 기요틴 아닌가요?? -_-;; .. 쫌 무섭긴 했지만.. 담편 기대요^^ ... 건필하세요.. 라피엘님^^
단두대라.. 마리 앙투아네트가 생각나는구나..[머엉] 여튼, 세편 다 건필'ㅁ'/
역시 왕기대랍니다아~성공적인 완결을 기원하며 그날이 올때까지 열심히 보겠습니다아~~
역시 멋져요- 라피엘님- 앞으로도 쭉 건필하세요!
오리지날보다 더욱 큰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