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리 고장 향토음식 중에 '태평초'라는 게 있으니
메밀묵과 돼지고기 그리고 김치를 주재료로 해서 약간 묽게 찌개처럼 끓여냅니다.
여러 사람이 나눠서 먹기에 적당하고 다 먹기 전에 더 보충할 수도 있어서 인기입니다.
어제 전통묵집에서 다섯 명이 태평초를 주문해놓고 기다리는데
옆 자리에서는 모 두부를 시키기도 하더라구요.
일상언어 가운데 우리말만큼 세는 말이 잘 발달되어 있는 언어도 드물지 싶습니다.
대상의 형태와 특성에 따라 신묘하게 부려 써 온 세는 말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외래 언어에 밀려나 이제는 몇몇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쓰이고 있기는 합니다.
하나하나 낱개를 셀 때, 요즘에야 거의 한자말 ‘개’로 세고 있지만
본디 그 대상에 따라 세는 말이 달랐습니다.
가령, 두부나 묵 따위와 같이 모난 물건일 때에는 ‘모’라는 단위명사를 쓰고,
작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것을 셀 경우에는 ‘구슬 한 알’, ‘달걀 한 알’, ‘사과 한 알’처럼 ‘알’이란 단위를 씁니다.
특히, 밤이나 도토리 따위를 셀 때에는 ‘알’이라고도 하지만,
‘밤 세 톨, 도토리 네 톨’처럼 주로 ‘톨’이라는 말을 부려 썼거든요.
물건에 따라서는 두 낱을 묶어서 세어야 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두 낱이 서로 짝을 이루는 대상이나 짝이 갖추어진 물건일 경우에는
‘켤레’나 ‘매’, ‘벌’과 같은 단위들을 썼지요.
예를 들면, 신발을 셀 때에는 ‘켤레’를 쓰고, 젓가락 한 쌍을 셀 때에는 ‘젓가락 한 매’처럼 ‘매’를 썼으며
옷을 셀 때에도 윗도리와 아랫도리를 묶어서 셀 때에는 ‘치마저고리 한 벌’처럼 ‘벌’이란 단위를 썼습니다.
그 밖에, 여러 개를 한꺼번에 묶어서 세는 단위명사들도 있습니다.
‘손’이나, ‘뭇’, ‘코’, ‘쾌’ 같은 말들은 모두 여러 개를 한 단위로 삼는 것일 때에 사용합니다.
주로 수산물을 세는 단위로 널리 쓰이는데
각각의 쓰임새와 단위별로 묶이는 개수는 모두 다릅니다.
‘손’은 고등어 두 마리를 한 단위로 세는 말인데, 크고 작은 두 마리를 섞는 것이 원칙이지요.
손에 잡을 수 있는 양이란 뜻으로 고등어 두 마리를 한 손이라 하였거든요.
‘조기 한 뭇’은 조기 열 마리를 말하고,
‘낙지 한 코’는 낙지 스무 마리를 말한니다.
‘북어 한 쾌’는 북어 스무 마리이고,
‘청어 한 두름’ 하면 청어 열 마리씩 두 줄로 묶은 스무 마리를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벌써 12월 20일입니다. 남은 연말 마무리 잘 하시길...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