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공이야기 1편
진공이란 것은 내게는 영 먼 세상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콤프레서 라인에 벤츄리 이젝터라는 것을 중간에 하나 연결만 하면 반대쪽이 내뿜는게 아니고 빨아들이네? 세상에나 이런 것도 다 있네? 홀짜꿍~!(지름신이 부르는 소리)
그런데 또 이건 무슨 일이여? 10여분 지나니 콤프레서가 돌아간다. 돌고 또 돌고. 그래도 진공으로 뽑아주니 그게 어딘가? 실험용으로 쓰기엔 가성비가 극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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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제품들을 보니 참 이쁘고 다양한 형태로 나와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냥 일단 한번 만들어 보는거다. 마침 허름하게 남겨진 월넛토막이 있길래 스탠다드 스타일인 나사 고정형으로 포드를 만들어봤다. 대충 손한번 봐주고 어설프게 남아 있던 우레탄호스를 잘라서 연결했다. 대망의 순간 – 살짝 눌러주니 폭삭 내려앉아 꿈쩍도 안한다. 오호~ 이거 물건이네?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아주 쓸만하겠다.
이후로 – 소재의 부족한 지식 때문에 다시 또 토네이도급 검색을 해야했다. 적용대상의 플라스틱은 PE PP PC PVC MC나이롱 아세탈 등의 그 특징들까지 섭렵하고 나니 갑자기 유식해졌다. 그런데 여태 나만 모르고 있었나? 무슨 뿌라스띡이 이렇게 비싸? 우리나라가 석유화학산업의 세계적인 소재 생산단지가 아닌가? 엥간한 나무보다 더 비싸네...
다시 소시민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소박하게 쬐끔만 만들 것으로 25T에 400X300만 샀다. MC나이롱이란 싸고 파란걸로...
내친김에 진공펌프를 사버렸다. 몇가지의 종류를 두고 선정하려는데 진공에 대한 지식이 없다보니 막연했다. 진공포드 정도에 쓰려면 어느 정도의 진공이 필요할지 몰라서 또 키보드에 손꾸락질 좀 했다. 덕분에 알게 된 단위들. 1기압 760mmHg 정도만 아는데 말이지. 무슨 CFM이니 kg중/cm니 또 얼마만큼의 세기인지도 모르는 MPa, inch/mmPH 등등 각기 용도에 따라 여러가지의 유량단위를 혼용하여 쓰는 것 같았다. 덕분에 어떤 눈금판으로 된 진공계를 골라야 할지에도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이번에는 또 호스가 나를 교육시킨다. 호스라고 다 같은게 아니라네. 진공용호스라고 검색하니 끝없는 길이 펼쳐진다. 그냥 지금 릴에어호스에 쓰는 걸로 결정하고 문제되면 연장호스라도 쓸 요량으로 딱 10미터만 샀다. 그리고 기분전환용으로 진공용으로 쓸 우레탄호스는 파란색으로 구분하고 싶어서 또 질렀다.
그와 더불어 엄청난 사재기의 후폭풍이 휘몰아쳤다. 펌프있고 호스있으면 연결은 뭘로 해야 혀? 원터치피팅에 대해선 좀 알고 집지을 때 쓰였던 PB나 엑셀관용 부품들도 쫌 아는디 한발짝 더 들어가보니 돈질할 곳이 여기 뭉탱이로 또 있었다. 크기별로 용도별로 각각. 더 찾아 들어가면 또 다른 각각이들이 스튜어디스급 스마일로 기다리고 있었다. 쿠팡과 알리를 오간다. 그러다가 산 것 또 산다. 그리고 먼 우주로부터의 가르침인 기다림...
그리고 내 사용목적에 맞게 나사로 고정해서 쓰는 것보다 더 나을 것 같이 생각되어 양면형으로 뒷쪽도 작업했다.
뒤쪽을 작업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의한 크기와 두께 그리고 위치 등을 탐구하는 시간을 즐겁게 가졌다.(빵꾸도 내가면서)
풋스위치도 달면 작업할 때 편리할 것이라는 사용전 예상 때문에 다른 것 살때 함께 장바구니에 포함시켰었다. 아직 발로는 눌러보지도 못함.
간단하리라 생각했던 진공라인에 무려 15개의 부품이 모여서 완성되었다. 남의 것을 볼 때는 대수롭지 않게 보았는데 직접 매니폴더를 구성하다 보니 예상외로 소요되는 부품수에 놀랐다.
그냥 나무판에 고정시킨 것으로는 마뜩잖아 나다운 짓을 했다. 왜 하필 스누피?
진공포드의 용처에 대해 알아 갈수록 편의사항이 더해진다. 소재가 덮어지면 볼이 눌러지면서 진공이 형성된다. 소재교체할때 먼지가 안들어 간다. 이것만으로도 사야 될 가치가 충분하다고 믿는 조아조아병 환자. 당연히 얼마만의 크기와 압력을 가져야 하는지 몰라 또 크기별로 사재기.
발포링으로 외부와 차단하는 대신 에바폼으로 대체해 본다. 칼로 오려내도 될 것을 굳이 레이저를 써서 잘라낸다. 쓰다보니 사각형으로 할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다음에는 디자인있어 보이게 잘라내야겠다. 언제? 이미 붙인거 닳아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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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구공이 적고 단단한 하드메이플로 만들어봤다. 셀락으로 살짝 겉을 씌우니 진공이 빠져나가는 기미가 없다.
끝으로 오늘 글의 하이라이뜨!
소재와의 공간 사이가 비어있으면 얇은 황동판이나 아크릴판 등의 면이 휘어지게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블록이나 크로스 같은 모양의 형태로 받들어준다. 여기서 떠오른 생각이 저런 흔한 디자인 대신 한글 모양을 새겨 넣으면 어떨까? 뒷면은 자음으로. 그러믄 이른바 세계최초의 Vacuum K-Pod 되시겠다.
첫댓글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 하셔요.
한글포드 디자인을 생각해 낸 것을 스스로 흐뭇해 합니다^^
전요 밧데리가 너무비싸 밧데리 충전해서쓰는거 있나하고 뒤지고 다니다 지식이 늘었어요 용어도 검색하고 머리에 쥐가날 정도로요
가격도 천차만별 모르면 비싼게 좋지않을까 싶어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뒤지다보면 같은성능에 더 싼게 있고 환장부르스를 추고 있답니다~ 에~휴
그나저나 신기한 것들이네요 많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야지 머리에 쥐도 덜나고 그런다네요.
알려고 하면 할수록 지식창고가 넓어지고 아울러 지혜도 함께 깊어지니
모른체 하고 넘어가면 편할지 모르겠으나 대화의 폭이 나도 모르게 줄어들지요.
너무도 빠르게 지나가는 실생활 속에 대응하면서 사는 우리세대입니다.
쇼핑홀릭 만세~! 천원샵 만세~^^
사고싶은게 많아서 좋겠네 나는 이제 별로 사고싶은것도 없던데
새로운걸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도 많고 아직 젊은거여 ㅎ
좋은 글이네. 이미 빈수레인데 걱정도 비어있어서 좋네^^
파하 빈칸 작성자 호를 새기면 어떨까요?
나중에 보니 빈칸 하나에 잊혀진 옛한글 고어라도 넣을걸 했쥬^^
우와~~이건뭐 현대자동차 고급기술반에 들온 기분.어렵네요. 내가 폭풍검색하는건 주로 건강관련아님 음악관련뿐. 저렇게 공과적일에 문과적 디자인을 넣는 천재적 창의성이 놀랍습니다.젊은 브레인!
창의적인 것은 이과보다 문과쪽이 더 문화발전을 이끌어 간다고 봅니다.
나는 실용성에 비중을 둔 메이커쪽에 가깝고요.
이렇게 일하면서 젊음을 느끼긴 힘들어요. 우선 돋보기부터 찾고 자리에 서기 때문에요^^
@빛가람마 우리 시대 젊음은 노래방에있고 늙음은 산에 있다고봅니다.무등산은 온통 영감천지.ㅠㅠ
머리 아픈 거 아직도 하고 계시네욤? ㅋ
머리 아픈 거 아직도 하고 계시네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