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둘러싼 측백나무 울타리 사이로 반들반들 윤이나는 곳이 있다.
교문을 통하지 않고 밖으로 살짜기 나가는... 우리들이 부르던 개구멍...
나도 그 곳을 애용했던지라, 검은 뿔테 안경을 쓰신 교장 선생님께 들킨 적도 있었다. 크흐~ 꿀밤!
용건은 아버지의 도시락...
커다란 가마솥에 보리밥을 하면서, 아버지의 밥과 도시락을 위해
어머닌 가운데다 한공기 쯤 되는 쌀을 안치셨다...
난 등교길에 아버지의 도시락을 가지고와서 면사무소로 바로 출근을 하는데,
어쩌다 늦는 날이면 그냥 학교로 가서는, 쉬는 시간에 그 개구멍으로 도시락 배달을 갔다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갈 때는 아버지 책상에 놓고 온
빈 도시락을 가져가는게 내 숙제였다.
그런데 밖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으셨던 아버지께선
그 도시락을 먹지 않으실 때가 종종 있었으니,
그런 날은 집에 가는 뚝방길 아래 개울가에서 맛있는 새참을 먹을 수 있었다...
매일 아침 닭장에서 꺼내왔던 달걀 후라이에다, 멸치 볶음도,,, ㅎㅎ~
배고플 때 쯤의 도시락 까먹는 맛이라니...에~흠~꿀맛~~~^^
그런 날에 아버진 점심을 드시기나 하셨을까?
보나마나 손님이 찾아오셔서 술 한잔 대접하시느라 굶으셨을거 같다...
어린 마음엔 달걀후라이 먹는것만 좋아서, 도시락이 그냥있음 신났었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어언 40년이나 지나
나이가 이 만큼 들고 보니 아버지의 고달픔이 저절로 알 수 있어서... 아프다.
돌아가시는 날... 아버지 손을 잡고, 대답도 못하시는 귀에 대고
"아버지... 사랑해요...사랑해요 아버지...ㅠㅠ"
내가 태어난 후 아버지께 처음 해본 말...이었다...
아버지,,, 흙으로 돌아가신 지금도 사랑해요... 하늘만큼 땅만큼...
첫댓글 부모님에 마음인거 같아요. 딸부자집이였던 집 막내딸이 언제나 안스러우신 친정어머님은 제 도시락 중간에 달걀 후라이 넣어주셨던 생각이 나요. 지금 아이들 이해 못하는 큰 사건이죠 .... 아버님이 높은곳에서 지켜보시고 계실거예요. 웃으시면서....
앰스버리님... 저는 아홉남매 중 여덟째여서 달걀후라이는 도시락에 넣어가지 못했구만여...종가집 맏며느리로, 많은 자식들 키우느라 고달프셨을 어머니의 자그마한 몸집 어디에 그런 힘이 있으셨는지... 기본적인 논밭 농사 외에...누에도 키우고 참외, 수박, 땅콩, 등등...그래서 제 도시락 반찬은 늘~참외 장아찌, 무우 장아찌, 마늘쫑 장아찌...ㅋㅎ~ 그러니 어린 마음에 아버지의 도시락이 그냥 남은 날은 얼마나 좋았겠어여~~~ 지금 생각하면 어머님의 아픈 마음이 더 아프게 느껴지네요~~~^^
아버지 나으 아버지 아무리 소리처불러 보아도 매아리 뿐입니다................
미사님... 아버님이 그리우시지요...? 저는 어머니도 2년 전에 돌아가시고... 고아가 되었다네요......ㅠㅠ
제가 어릴때 모습을 글로 역은거 같아 저도 공감이 가는 글이로군요 추억의 그시절에 잠시 젖어보고 갑니다..
사랑님도 그런 추억이 있으시군요... 목이 알싸~~해 지는 추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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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그거 알구서 도시락 뒤집어서 훔쳐먹은 개구쟁이 남자 친구들 있었지 않았나욤? ㅋㅎ~
은빛고운님 숙제 푸셨네요. 언제나 ″```°³о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녜~ㅂ! ~~ 숙제 을매나 잘 했다구여~~~ㅎㅎ~~ 무지개님도 행복하셔요~~^^
저의 옛 기억을 하나 들추어 내게 하는 글이네요.. 전 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군청에 다니던 아버지 도시락 배달을 했었어요.. 보자기에 싼 도시락을 꼭 두손으로 받쳐서 군청까지 갔었어요... 그럼 거기 언니들이 이뿌다고~~ 그맛(?)에 열심히 다녔네요...
제가 진짜루 바뻐서 어쩌다 한 번 여그 들어오믄 땅콩아짐 글만 찝어서 읽고 휭~~하니 나가는게 많았지여~~ 여전히 즐거운 글 올려주시는 님의 글에 행복해 하고 있답니다... 지도 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군청에 드나들었는디요~~참말로...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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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님~~더 맛깔난 글 마니 올려 주시는 분이 칭찬해 주시니... 지가 증말 하늘에 날아갈라 하네요~~ 아버님이 쌀밥에 달걀 후라이 먹어보라고 일부러 그리 하셨을지도...모르겠구요~~ㅎㅎ~ 조언해 주신 좋은 말씀 마음에 새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