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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평균수명은 시대에 따라 나라에 따라 각각 다르다. 우리나라도 이제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었다. 기업들의 수명도 천차만별이다. 창업 1년 만에 무너지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창업 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기업들의 평균수명은 아직 30년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관광지와 관광산업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1992년 3월 개장한 나가사키(長崎)현 '하우스텐보스'가 2008년 이전에 도산했다. 1993년 7월 문을 연 미야자키(宮崎)현 실내 해수욕장 '시가이아'도 2001년 도산한 바 있다. 고도성장 시절 일본은 물론 글로벌 가족의 꿈과 행복으로 채워졌던 명소들이 하나둘씩 쇠락의 상징물로 변했다. 이 두 사례를 본다면 관광지의 수명은 대략 10년 전후에 불과하다. 그러나 1955년 개장한 디즈니랜드는 아직 건재하다. 국내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는 근근이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관광의 일번지로 알려진 경주도 관광객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관광객들의 이용 패턴도 변하고 있다. 한때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80%를 차지하던 일본 관광객들은 예전과는 달리 경주에서 숙박하지 않는다.
특징 없이 남발하는 지자체의 축제와 행사도 관광산업의 흥미를 퇴락시킨 원인 중의 하나이다. 연간 1,000개 넘는 지자체 축제 행사에 가면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라는 70년대 슬로건이 버젓이 쓰이고 있다. 같은 말이라도 바꾸어야 한다.
체류형 관광도 요원하다. 잠은 부산에서 자면서 울산과 경주는 당일치기로 왔다 간다.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어서 과거 신혼여행의 메카에서 중고생 수학여행지로 조차도 인기가 없다.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문제지만 지역 인심도 예전만 못하다. 이들 지역 모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볼거리가 없다는 관광객들의 푸념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관광지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관광은 콘텐츠다. 변화하는 활력이다.
관광지도 세월이 지나면 늙는다. 성숙기를 지나면 쇠퇴기에 접어든다. 관광지가 장수하는 첫째 조건은 과감한 변신이다. 변화하는 관광객의 요구에 맞춰 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하는 자기 변신을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디즈니랜드는 개장 이래 지금까지도 공사가 진행 중이며, 공사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일상화된 변화가 장수 비결이다.
생물학자 카프만은 ‘자기조직화와 진화의 논리’라는 책에서 35억 년 전 지구상에 생명체가 처음 등장한 이래 생명체의 99.9%는 멸망했다고 지적했다. 진화하지 못하는 생명체는 멸종되었다.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강한 자도 똑똑한 자도 아닌 변화에 민감한 자가 유리한 것처럼 관광지나 기업도 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적응이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관광산업은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요 산업 중의 하나이다. 주5일 근무제와 고속도로의 연이은 확장 개통은 관광수요의 확대를 가져오지만, 주5일제가 모든 관광지나 여행상품을 성장시키지 못한다. 기회의 확장은 동시에 경쟁의 심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관광객 유치전쟁에서 살아남는 관광지, 주목받는 여행상품으로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결은 콘텐츠의 개발에 있고, 콘텐츠는 한발 빠른 시대 의식에서 나온다. 위기의식을 가지려면 문화콘텐츠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