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시비걸라고 나온거면 곱게 가라… 눈밭에서 굴러다니든, 길을 잃고 미아가 되든,
내가 알아서 할거니까, 신경 꺼!!”
지금까지 잘 참고 있었던 울화통이 놈을 보자 폭발해버렸다.
놈의 코밑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주먹도 쥐어보였는데
돌아온 건 커다란 손, 내 머리에 쿵, 얹어진 커다란 손이였다.
“술 꺤다… 왜 나한테 시비냐?”
술을 많이 마셨는지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머리에 올라간 손때문인지 머리가 뜨끈뜨끈 해지고 있었다.
“술 많이 마셨냐? 누군 술도 못 마시겠구만…”
놈의 팔을 쳐내고 앞서 걷기 시작했다.
따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내 맘처럼 힘겹게 들렸다.
“취하고 싶어서 많이 마셨는데, 누구때문에 취하지도 않는다…”
쿵…
이유없이 내 걸음도, 내 마음도 제자리…
지하때문인가?
요즘들어 부쩍 둘 사이가 끈적해 보였는데 뭐가 잘 안 풀리나?
그래도 자기때문에 술 마셔주는 사람도 있고, 지하는 좋겠다…
“나처럼 꼬인거 아니면 그냥 곱게 해결봐~~!!”
말하고 나니 내 꼴이 더 우습다.
어디다 대고 충고야?? 한심하다…
“너는? 너는 어떻게 해결볼건데?”
놈이 바짝 다가온 한 쪽 옆은 금새 훈훈해졌다.
하지만 놈의 말때문에 머리엔 찬바람이 인다.
“신경꺼라…”
짜증이 몰려왔다.
아니 화가났다…
정말 자존심이 상해 폭발할 지경인데 놈이 자꾸 불을 땡긴다…
“그래두 넌… 그 사람이 니가 좋아한다는 거 알기나 하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모른다… 아무 것도… 흣…
하긴 내가 말도 못했지만… 바보같이…”
한 번만 더 건드리면 놈이라도 실컷 패줄 태세였는데
갑작스런 놈의 한 숨섞인 신세타령에 맘이 싸해졌다.
바보같이… 라는 말때문이겠지…
“한가람!!! 우리 오늘 화~~~악 술 마시고 사고 칠까?
뭐 죽기밖에 더 하겠냐? 어때?”
무슨 객기로 그런 말을 지껄인걸까?
하지만 이미 내 모습은 여전사의 그것과 닮아 있었을 것이다.
의지로 불타는 눈, 불끈 쥐어 든 주먹, 힘 딱주고 버티고 선 다리…
한가람의 코웃음이 귀에 날아들었다.
“흣, 책임질거야?”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힘차게 아래위로 끄떡여주었다.
그래… 뒷수습은 내가 한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
머리가 핑핑돌고 눈은 떠지지 않았다.
그저 더 깊은 잠으로 빠져들고 싶은 기분에 껴안은 큼지막한 배게를 더 꼬옥 끌어 안았다.
꿈인가??
배게도 사람을 끌어안다니…
포근한 느낌이 좋아 더 깊이 배게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냥 이렇게 잠이나 계속 잤으면 좋겠다…
“꺄~~~~~악!!!”
꿈속을 맘껏 헤매고 있던 찰라에 터진 여자의 비명소리에 정신이 아찔해져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상태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구야?”
일단 소리를 질러 주위에 엄포를 놓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동그랗게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눈이 마주친 지하에게 물었다.
지하의 눈이 놀란 토끼의 눈을 해서는 가장 겁먹은 사람같았다.
그런 눈이 내 물음에 금새 가늘어지며 화난 눈으로 바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제서야 내 옆자리에서 부시럭거리며 일어나는 소리가 있었으니
바로 한가람이였다.
“야~~~~~~~~~~!!!!!!!!!!!!!!!!!!!!!!!”
소리지름 당하여 마땅한 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만 슬금슬금 방을 빠져 나갔다.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술마시고 사고치자고 한 건 나다…
하지만 각자 따로 정해진 상대가 있으니 그 상대를 향해 치자고 한 사고였는데…
말길을 못알아 들은 모양이였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둘이 이렇게, 단 둘이 이 방에서 잠을 잘 수 있었는지…
방을 사이에 두고 양쪽 벽에 붙어 한 참을 앉아 있었다.
“아, 이 방을 어떻게 나가!!!”
나도 모르게 그만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혼자 못 나가겠으면 내가 손잡아 줄까? 후후…”
이 상황에 웃음이 나고 농담이 나다니… 정말 대책없는 놈이다…
“지금 제정신이냐? 둘다 여기서 죽자, 그래… 그냥 죽자!!!”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난건지 벌떡 일어나 놈을 향해 달려 들었다.
그런 날 막아보려고 내 팔을 양손으로 잡아 챈 놈의 힘에 밀려
벌러덩 방바닥에 눕힘을 당했다.
“야, 이거 안 놔??”
“놓으면? 팰라고? 난… 장가도 못 가보고 죽고싶진 않다… ”
내 팔까지 방바닥에 붙여버리고 힘으로 날 누르고 있었다.
“빨랑 놔!!”
"책임 진다며?"
"내가 언제 이런 사고 치쟀어? 이 사고의 책임은 니가 져야지!! 어따 대고 책임전가야?"
"그 말… 정말이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보는 놈의 눈은 정말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듯 결연해 보였다.
“어… 니가 알아서 해…”
벌컥…
또 다시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들어왔다.
그들의 쳐다보는 눈빛에 정말 숨막혀 죽을 것 같았다.
“그만들 하지!!!”
은성선배의 혀차는 소리로 끝맺은 한 마디에
한가람이 일어나 방을 나가버렸다.
책임 진다던 놈이 휭허니 나가버리는 바람에 나는... 새됐다...
“민주선배가 정우선배 좋아한다고 했던 거, 페인팅 모션이였나봐…”
“그치? 둘이 첨부터 그렇고 그랬다니까…”
“지하 어떻하냐? 요즘 가람선배가 자기한테 잘 해준다고 업돼있었는데…”
“그르게, 괜히 임자있는 남자를… 쯧쯧쯧…”
덩그러니 방안에 남겨진 나에게 들으라는 듯한 어린 것들의 입방아…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철없는 것들의 말은 하나 들을 게 없었다.
지금 내겐 이 방을 어떻게 빠져 나갈 것이며
어떻게 상황대처를 해야할 지 그것이 문제였다.
“선배… 아침 안 드실래요?”
다행히 은수가 친함을 무기로 방문을 벌컥 열어준 덕분에 난 아무렇지 않은 척
방을 빠져 나갈 수 있었다.
술깨는 약을 사러 간다는 핑계로 숙소를 빠져 나왔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 어제의 깜깜한 기억이 되살아 날까 하는 기대를 품고…
“아, 이 한가람이라는 놈을 어떻게 죽이지… 아, 머리 아퍼~~!!”
마지막 계단을 내려왔을 때였다.
낯익은 목소리가 한 껏 들떠 있었다.
“선배… 맘 접었다고 했잖아요… 포기했다고 했잖아요…!!”
“………..”
“그럼… 난 이용당한 거였어요? 그 여자 질투라도 나게 하려구??”
“…………”
헉…
이 무슨 흥미진진한 대화인가…?
상대방은 누군데 대답도 없으며 지하가 어떤 여자때문에 저렇게 흥분을 하셨나…?
속쓰린 속, 깨질듯이 아팠던 머리가 싸~악 사라져버렸다.
“송지하… 내가 너한테 너무 많은 말을 했나보다… 다 잊어라…”
여전히 잠겨있는 듯한 가람의 목소리에 내머리에서 망치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한가람이였구나…
그럼 한가람이 좋아한다는 여자는… 지하가 아닌가 보네…
그것도 모르고 사고치자고 들쑤셨군… 쩝…
“선배…!!! 선배맘도 몰라주는데…
옆에 있는 사람들도 다 알겠는 선배마음, 혼자만 모르고 맨날 딴 사람만 바라보는 여자,
뭐가 좋다고 이래요? 둘다 진짜 한심한 건 꼭 닮았어!!”
그 한심한 여자, 누군지… 디게 궁금하네…
“그래, 너무 닮았지? 한 사람만 바라보고 있는 거… 그래서 자꾸 더 닮아가나봐…”
바보같은 놈… 한심한 게 뭐 좋은 거라고 닮아가…?
저런 놈이 감히 나한테 바보라고 놀렸단 말이지??
저걸 그냥~~!!
“아직 정우선배가 안 왔으니 그나마 선배, 상대해 준다는 생각 안해요?
금방 또 찬밥될텐데, 알면서 왜 그래요?”
정우선배? 정우선배는 왜?
선배가 오면… 나, 어떡하지?
가람과의 사고때문에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알게 해 줘야지… 이제 진짜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누군지 알게 해 줘야지…”
가람의 결연한 의지가 묻어나는 목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정우선배가 오면…
오늘 사건 터지겠군…
아싸~~!! 재밌겠다…
근데 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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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새로운 결심이 그만... 흐흐흐
제가 쪼기 단편방에다 단편도 하나 올렸는데요...
관심있으신 분들... 있으시려나...^^
좋은 하루 되시길...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중편 ]
점령 13
라인강의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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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539
06.02.16 23:47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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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흐흐흐~~ 재밌군요.......
흐흐흐 가람아.. 난 너편이란다.^^화이링... 이참에 확!!고백해버려!!!
히히히 lian00님... 제 편이시군요...ㅋㅋ
흐흐흐~~ 새로워요........
히히히~~ 저두요...
재밋게 잘봤구요... 전... 관심 업습당~~~
허흑... 설마 무관심??^^
허흑... 기다릴거예요~~^^
흐흐흐~~ 재밌군요......
히히히~~ 힘나네요.
넘 느려요 빨리 올려 주심이....
흐흐흐흐흐 안 보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