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트북을 열며] 안녕, 공매도
중앙일보
입력 2022.06.23 00:18
안효성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경기침체 공포에 주식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5만 전자’가 됐고, 코스피는 20일 2400선을 내줬다.
속절없이 내려가는 주가에 개인투자자들의 원성도 커졌다. 이참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로 2020년 3월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는 지난해 5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 부분 재개됐다.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만 1400만 명이니 표심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언제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지 모른다.
지난달 27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원들이 공매도 제도 개혁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공매도 부분 재개가 결정된 과정만 돌아봐도 그렇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부분 재개를 결정하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개인투자자와 외국인·기관투자자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 등 각종 이유를 댔다. 하지만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에 금융위가 백기를 들었다는 의견이 대세다. 하필 공매도 재개 시점이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21년 4월 7일) 뒤인 점이 딱 그렇다.
금융권에서는 공매도 전면 재개는 당분간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대세다. 주식시장이 좋을 때도 못한 공매도 전면 재개를 지금 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은 없다. 그래서 금융당국의 입장도 “공매도 전면 재개도 전면 금지도 결정된 바 없다” 정도다.
금융위는 공매도 전면 재개의 조건으로 제도 개선을 꼽고 있다. 그사이 제도 개선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늘렸고,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다만 제도 개선이 얼마나 더 이뤄져야 공매도가 재개될지는 알 수 없다. 공매도를 전면 재개하자니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들이 무섭고, 현 상태를 유지하자니 그동안 외쳐온 ‘글로벌 스탠더드’에 민망한 상황이니 제도 개선을 핑계로 결정을 미루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금융위는 올해 3분기에도 추가 제도 개선안을 다시 내놓을 예정이다.
아쉬운 이야기도 나온다. 공매도 전면 금지는 시장에 큰 충격이 올 때 금융당국이 매뉴얼처럼 꺼내 들었던 시장 안정 대책이다. 그런데 지난번에 뽑아 들었던 칼을 칼집에 반만 넣다 보니 정말 큰 충격이 왔을 때 다시 꺼내기도 어정쩡한 입장이 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주요 국정 과제로 꼽았다. 그런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제한적인 공매도 등으로 발목을 잡힌 상태다. 한 증권사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 ‘계획만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제때 숙제를 하지 못한 채 언제 숙제를 할지 계획만 세우고 있는 금융당국이 참고할 만한 제목이다.
안효성 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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