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의 유기체철학 (26회)
- 화이트헤드의 유기체란? -
“물리학의 언어로 말하면, 유물론으로부터 유기체적 실재론(organic realism) -이 새로운 전망을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 으로의 변화는 정태적인 물질(static stuff)이라는 개념을 유동적인 에너지(fluent energy)라는 개념으로 바꾸어 놓는 것을 말한다. ⋯ 수리물리학은 ‘모든 사물이 흐른다’(all thing flow)는 헤라클레이토스의 격언은 ‘모든 사물은 백터(vector)이다’가 된다.”(과실 594)
1. 실체-속성과 주어-술어
실체는 자존존재(自存存在)이며, 속성은 의존존재(依存存在)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1개의 실체에 9개의 속성이 있다고 하였다. 9개의 속성은 양(quantity), 질(quality), 관계(relation), 장소(where), 시간(when), 위치(position), 소유(have), 능동(active), 수동(passive)이다. 이때 1개의 실체는 그것에 의존해서 존재하는 속성들이 귀속되는 기체(基體)라고도 한다. 실체(實體)는 언제나 있으며 없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변전(變轉)하는 것의 근저(根底)에서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본체(本體)라고도 한다.
실체는 스스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존존재이다. 이에 비해 실체에 속해 있는 성질인 속성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고, 실체라는 기체나 본체에 의존해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의존존재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조금 지닌 나(이태호)는 2024년 10월 22일 오전 10시부터 대구의 용학도서관에서 수강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고 할 때, 나(이태호)는 실체이다. 그리고 나머지 말들은 소유, 장소, 시간, 관계, 능동, 수동 등을 나타내는 속성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체-속성이론을 주어-술어이론과 연결시키고 있다. 실체는 주어가 되고, 속성은 술어가 된다. ‘나는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할 때, ‘나’라는 주어는 실체이고,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라는 술어는 나에게 속해 있는 속성이다. 주어-술어 문장에 있어, 주어에 속해 있는 속성을 술어로 사용하면 참된 문장이 된다. 그렇지만, 주어에 속해 있지 않는 속성을 술어로 사용하면 거짓문장이 된다. 이것은 내가 하고 있는 ‘능동’적인 행위를 나타내는 속성을 술어로 사용한 참된 문장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체를 제1실체와 제2실체로 구분하였다. 제1실체는 이 사람과 저 사람 같은 개별자이고, 제2실체는 사람일반과 같은 보편자이다. 그는 특히 제1실체는 주어의 위치에 놓여야만 하고, 술어의 위치에 둘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주어-술어 형식은 우리들이 사태를 언어로 표현하는데 있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실체-속성이론이 주어-술어 형식과 연결됨으로 인하여 실체는 자존하는 존재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것은 언어가 실재를 나타내고 있다는 과신(過信)에 의한 문제이다.
2. 자기초월적 주체(subject-superject)
“주체라는 용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자기초월체(superject)’라는 용어가 보다 적절할 것이다. 자기초월적 주체(subject-superject)는 느낌들을 창시하는 과정의 목적이다. ⋯ 만일 주어-술어 형식의 진술이 형이상학적으로 궁극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 느낌들과 그것들의 자기초월체에 대한 표현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과실 442~443)
3. 실체와 현실적 존재자
데카르트는 실체를 ‘존재하기 위해 그것 이외의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비해 화이트헤드는 “실체(實體, substance)의 개념은 현실적 존재자(現實的 存在者, actual entity)라는 개념으로 변형된다.”고 하였다.(과실 78)
“현실적 계기라고도 불리는 현실적 존재자는 세계를 구성하는 궁극적인 실재적 사물(real thing)이다. 보다 더 실재적인 어떤 것을 발견하기 위해 현실적 존재자의 배후로 나아갈 수 없다. ⋯ 현실적 존재자가 비록 그 중요성에 등급이 있고, 그 기능에 차이가 있지만, 현실태가 예증하는 여러 원리에서 볼 때 모든 현실적 존재자들은 동일한 지평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현실적 존재자들은 복잡하고도 상호의존적인 경험의 방울들(drops of experience)이다.”(과실 78)
4.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거시적 과정은 실제적으로 목표달성을 통할하는 조건들을 제공하고, 미시적 과정은 현실적으로 달성되는 목표를 제공한다. 유기체(有機體, Oganism)라는 개념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과정>의 개념과 결합되어 있다. 현실적 사물들의 공동체는 유기체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태적인 유기체가 아니다. 그것은 산출의 과정 가운데 있는 미완의 것이다. ⋯ 유기체는 결합체이다.”(과실 431)
“유기체철학에 있어 <유기체>라는 개념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이해의 차원에서는 분리될 수 있는 두 가지 의미, 즉 미시적(微視的) 의미와 거시적(巨視的)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미시적 의미는, 경험의 개체적 통일성을 실현하는 과정으로서 고찰된 현실적 계기의 형상적 구조와 관계된다. 거시적 의미는, 이 현실적 계기를 위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재현하기도 하는, 굽힐 수 없는 엄연한 사실로서 고찰된 현실세계의 소여성과 관계된다.”(과실 278~279)
5. 유기체 철학과 동양사상
“유기체 철학은 사고의 주어-술어 형식(subject-predicate form)을 버린다. ⋯ 그 결과 실체-속성(substance-quality) 개념은 무효가 되는 동시에 형태론적 기술이 유기체 철학에 있어서는 역동적 과정(dynamic process)의 기술로 대체된다.”(과실 58)
“유기체 철학은 서아시아나 유럽의 사상보다는 인도나 중국의 사상의 기조에 더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후자 쪽에서는 과정(過程, process)을 궁극자로 보는데, 전자 쪽에서는 사실을 궁극자로 보고 있다.”(과실 59)
〈이어지는 강의 예고〉
▪ 588회(2024.10.29) : 오리엔탈리즘과 리얼리티, 최금희(KBS 아침마당, MBC TV 특강, SBS 화통토크쇼 출연 인문학 강사.) ▪ 588회(2024.11.05) : 톨스토이 문학-세르게이 신부-, 최금희(KBS 아침마당, MBC TV 특강, SBS 화통토크쇼 출연 인문학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