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에 홀린 세계 골프팬들
전인지(21)가 펼치는 매직 쇼의 끝은 어디인가!
지난 1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는 전인지를 위한 무대였다. 이날 하루 랭커스터CC를 찾은 갤러리들은 물론 중계방송을 지켜본 세계의 골프팬들은 전인지가 우아하게 펼쳐 보인 마술 같은 대역전극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긴 여운의 박수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건너왔거나 한국인 부모를 둔 교포2세 등 적지 않은 한국인 또는 한국계 선수들이 LPGA투어에 돌풍을 일으키며 도도한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전인지처럼 미국의 골프팬은 물론 세계 골프팬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경우는 드물다. 1998년 박세리(37)가 맨발의 투혼을 발휘하며 한국인 최초로 US 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 올려 IMF위기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준 적이 있지만 골프팬들을 매료시킨 내용면에서는 전인지의 경우와 다르다.
양희영(26)의 우승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미국의 스테이시 루이스(30)의 매서운 추격에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선두 양희영에 4타나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전인지는 차분하고도 품격 있는 플레이로 첫 메이저대회 우승에 대한 조갈(燥渴)로 마음이 흔들린 양희영을 한 타 차이로 제치고 처음 밟은 미국 땅에서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감격을 누렸다.
최종 라운드 리더보드에서 알 수 있듯 톱10 중 한국인이 5명이나 포함될 만큼 LPGA투어에 태극낭자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어 지난해 KLPGA투어 상금 랭킹 4위 자격으로 이 대회에 참가한 전인지는 미국 골프팬들에겐 ‘One of them'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전인지가 라운드를 펼치면서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품격 넘치는 조각 같은 미모와 흔들림이라곤 찾을 수 없는 미소 띤 평온한 얼굴,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이 힘차고 아름다운 스윙, 그리고 눈을 의심케 하는 마술 같은 샷을 골프팬들이 놓칠 리가 없다.
마치 자기(磁氣)를 발산하는 듯 그에겐 눈부신 광채가 나오고 있었고 그 광채에 팬들은 눈을 빼앗겼다.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J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대회에 처녀 출전해 우승컵을 차지한 전인지에게 쏟아진 것과 흡사한 골프팬들의 열광이 US 여자오픈 대회장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다. 당시 일본 팬들은 자국 선수와 확연히 구별되는 탁월한 미모와 그 미모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우아한 스윙에 반해 국적을 뛰어넘는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국인으로서 일곱 번째 US 여자오픈 챔피언이 된 전인지는 이로써 루키로 2013년 KLPGA투어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밝혔던 3대 메이저대회 석권이라는 생애의 꿈을 일찌감치 이루었다.
그러나 골프선수로서 전인지의 개화는 이제 시작이나 다름없다. 이제 21세에 불과한데다 좋은 신체조건에 흠 잡을 데 없는 스윙, 그 무엇도 그를 방해할 수 없는 무서운 평정심, 라운드 자체를 긴장 없이 즐길 줄 아는 지혜 등 골프선수로서 천부의 자질을 모두 갖추었기에 경험만 더 쌓인다면 박인비 신지애 김효주 리디아 고 등과 함께 세계 골프의 최강자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이달 말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열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다.
첫댓글 좋은평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