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탄리 기행
10.07.10 언진산
장마철의 날씨 답게 하늘은 사흘 굶은 시어미 처럼 잔뜩 우거지 상을하고
회색의 아파트촌은 마음을 울쩍하게한다
이 도시를 탈출하여 자연과 연애하고 자연과 대화하고 자연과 사랑하고싶다
이도시를 벗어난 산골오지 마을에서 숮굽는 남정네면 어떻고 깊은 산속 봉오리에서 가난하고 순박한 처녀와 밤이면 반딧불이에 오순도순 책읽고 낮이면 고구마 채소 가꾸면서 살고파라
엉뚱한 한단지몽을 꾸고있는데
비비안으로부터 “ 우리 기차 타고 훌쩍 어디론가 가자 ”
“ 너 늦바람났냐 ? 그래 가자 손잡고 기차 타고 이세상 끝까지 가자 ” 즉시 문자를 보내고는 자운우에게 충동을 넣었다
우리 셋은 도원결의 인양 즉시 마음이 하나가 되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공기는 돼지우리 처럼 더럽고 인심은 갈수록 늑대처럼 사나워지는 이도시 난 싫어 마음도 푸르고 산하가 푸른 저 자연으로 몸을 숨기고싶다
단 3일만의 작전이 끝나서 석계역 10시에 만났다
일단은 1호선으로 동두천역을 가야하는데 양주행 차가 오길래 올랐다
양주는 부부를 이름하니 이차는 부부만이 탈 수 있고 술은 막걸리나 소주는 않되고 양주만이 허용되는 차인가보다
아무려나 종착역 양주에서 내려 환승하는데 서툴러서 그만 10시 50분 경원선 기차를 놓쳐버려서 다음차를 기다리는데 1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나 여행은 돈없에고 시간 낭비하는 괴물이아니다 나를 찾는 시간이며 시간을 뒤로 정지 시킬수있는 마력을 지녔다
우린 플랫폼 의자에서 눈맞추며 수수께끼도 내고 x담도 나누며 악동처럼 깔깔, 낄낄대며 웃으니 금새 한시간이지났다
드디여 동두천에서 경원선에 올랐다
여느 기차와 다를바 없지만 다만 3칸을 달고 승객이 노인뿐이고 의자 배치가 가로 세로로 놓여있어 세사람이 같이앉을수있는 자리를 간신히 찾아냈다 3일전 장기예보로는 오늘 비온다하였지만 맑은날씨에 새하얀 흰구름 따라 기적 한번 울리곤 동북쪽으로 잘달린다
또 하나 다른 풍경은 은빛의 머리카락을 날리며 모두가 쌍쌍으로 행복해서 죽겠다는 표정이다
준비해간 맥주캔을 따서 빨대를 하나씩 입에 물고는 한모금 마시고는 양파깡을 한 개씩 꺼내먹고는 옆얼굴을 쳐다본다
요금 500원에 45분 거리로 돈과 시간이 부담없이 떠날수있는 조건이 우리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경원선 끊어진지 60여년!
철마는 달리고싶어 칙칙폭폭 힘차게 달려야하는데 철마는 북녘을 바라보며 히~~힝 울어대고 녹슨 철길은 대지에 납작업드려있다
그러나 어쩌랴 !
녹쓸어야할 남방 한계선의 철조망은 더욱 차겁게 빛나고 땅굴은 관광 상품처럼 잘 다듬어져있다
우리가 바란것은 이국땅처럼 낮설은 길에서 우두커니 갈길을 망설이듯, 글자를 몰라 허둥데는 그런 체험이 필요했다
역에 내리니 간이역처럼 역사는 크지않았고 한적한 역광장은 칠월의 햇빛이 내려와 우리를 맞아준다
식당을 찾기위해 좁은 골목길을 일삼아 걸어들어가니 담장밑에는 봉숭아꽃
위에는 애련한 능소화 피여있다
금방이라도 곰방대 물은 할아버지의 헛기침소리 날것같고 기와지붕 스레트지붕 양철지붕들이 정겨움을준다
열린문사이로는 집집마다 대추나무꽃들이 활짝피여있다
삼복에 비내리면 대추꽃이 떨어져서 경산아가씨 시집못갈까 저어되여 운다고하는데 이마을 울안에는 집집마다 대추나무가 유난히많다
된장찌개보리밥 의 메뉴판을 우린 된장찌 개보리밥이라고 읽으면서 특이한 음식이니 먹어보자고 또 깔깔대고 웃었다
아마도 이세상에서 개보리밥을 먹은것은 오늘 우리뿐일것이다
강가식당에서 밥을 먹었으니 강가에 나아가 벤취에앉았다
정녕 흐르는 물 일터인데 산빛그늘이 곱게내려와 앉아있지만 물은 산그림자를 지우지는 못하고 무심히 흐르고있었다
갈대밭이 냇가를 반이나 덮었었도 한쪽 강변에는 하얀 자갈밭이있어 성급하게 여름을 타는 사람들은 텐트를 치고는 반도질을하고있었다
어디선가 검은 잠자리가 날아드는데 백마고지 전투중에 북녘 내고향을 못간 젊은 병사의 넋일것이다
우리가 남이가 할정도로 우리는 어디를 가도 셋이서 붙어다니고 누구라도 먼저 바람을 넣으면 훌쩍 가까운거리를 떠나는 사이가되였다
모두가 칠순을 넘기다 보니 우린 동성의 친구처럼 음담이나 농담을 꺼리지않으며 남이 들으면 민망할 정도의 말도 서슴없이한다
어누 유명 문학강사가 정년을 넘어서 배우자가 이성친구를 갖고있으면 모른척 해주는 것도 미덕이라고 그일가지고 티격되지는 말라고하였다
그들은 배우자가 싫증이 나서가 아니고 가정에 염증난것은 더욱아니다
단지 외로움 그리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술잔의 부딛는 소리가 듣고싶을뿐이다
오히려 늙그막에 이성친구가 있는것은 하늘의 축복이요 신의 은총이다
꼭 나에게 하는 말같아서 신바람이났고 핑계를 댈수있는 꺼리를 주었다
그러나 정년이하의 사람이 단독으로 남녀간에 만남은 집안 말아먹고 거덜낼놈이니 주의하라는 말도 곁들였다
수양버들 늘어진 강변에서 걸으며 앉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는 좀은 일찍 역사에 도착하여 여기저기를 살피였다
농기구를 전시하고 솟대도 여러개 보이고 한반도 꽃밭에 한반도 돌입석으로 연천군을 소개하고있었다
시인이 머물다 간곳이란 쉼터가있고 시원한 음용수가 콸괄 쏫아지고있었다
일찌감치 표구입하고서는 세로의자에 마주앉았다
창너머론 폭염이 삶아대지만 차안은 시원하고 통유리로 보이는 세상은 산 구름 하늘 나무 숲 이 자꾸 우리를 따라온다
오냐! 서울까지와서 우리곁에 늘 있어다오
10시간만에 우리를 제자리 석계역에 내려놓는다
헤어지기 아쉬워 뒷풀이로 저녁을 먹기로하였다 지난 연말에 송년회를 한 그 일식집에서 저녁을하였다
밖에 나오니 네온불들이 화려하게 춤을추고 여름 밤하늘은 차분이 낮게 내려와 앉아있었다
친구들아 오늘 고맙다 우리들의 우정 영원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