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다니면서 굳이 맛집을 찾진 않지만 가까이 맛집이 있으면 들르는 건 당연한 이치지요. 경산 옛진못 맞은편 식육식당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그저께는 여기서 맛 뿐 아니라 정을 느꼈습니다. 우리 일행이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동안 청년 둘이 들어와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는데, 청년들이 “고맙습니다.” 하니 바로 주인아주머니께서 “아니, 내가 고맙지.”응대를 하시더군요. 아마도 단골이고 장골들이라 국밥을 넉넉히 낸 데 대한 감사의 표현과, 단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오간 것 같았습니다. 다 먹고 밥값을 내고 나갈 때도 그 청년들은 “고맙습니다.”를 , 주인아주머니는 “아니, 내가 고맙지.”를 연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총각, 빨리 장가가야지. 그러면 내 부조 듬뿍 할께.”하시더군요. 오가는 인사 속에 정이 느껴졌고, 특히 주인아주머니의 말씀에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뭉근하게 끓인 소고기국밥이 6천원입니다. 맛도, 가격도 참 고마워 할 일이지만 단골과 주고받는 말 속에 정이 듬뿍 느껴져 더더욱 좋았습니다. 앞으로, 경산 출장 가면 이곳을 자주 들르게 될 것 같습니다. 맛있는 집, 가격도 착한 집, 정이 흐르는 집. 이보다 더 멋진 맛집이 어디 있을까요? 생각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이런 식당, 찾아보면 참으로 많을 것입니다. 많이 발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마음 스위치는 고맙게도 자동으로 잘 켜지고 꺼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자연을, 환경을 사랑하고 환경감수성이 충만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대구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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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품은 야생초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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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 피기를 기다리는 비슬산 대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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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스위치(모셔온 글)========================
마음에도 스위치가 있어서, 어두워지는 저녁에 불을 켜듯 마음이 어두울 땐 스위치를 켜고 행복할 땐 잠시 꺼둔다. 방 안의 불을 꺼야 밖이 잘 보이듯 온갖 생각이 창궐하는 마음을 끄면 삶이 잘 보인다.
현관의 스위치는 센서 방식이라 움직임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켜진다. 거실의 스위치는 오른쪽 방향으로 누르면 불이 켜진다. 구석에 놓은 스탠드는 단추처럼 생긴 스위치를 아래로 눌러주면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책상 위에 놓인 스탠드는 터치 방식이어서 한 번 터치하면 조금 밝아지고 세 번 터치하면 가장 환하게 빛난다. 자동 타이머 장치를 해서 집에 들어오긴 전에 저절로 불이 켜져 있게 할 수도 있다. 요즘엔 잠들기 전에 손뼉을 쳐서 불을 끌 수 있는 첨단 시스템도 있다.
마음에도 스위치가 있다. 원래부터 있던 것이지만 진화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스위치를 잃어버렸다. 마음 스위치는 사람마다 있는 자리가 달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 눈물'이 스위치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냉철한 이성이 스위치가 되기도 한다. 책을 펼치는 것이 스위치가 되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는 순간이 스위치가 되기도 한다.
마음 스위치를 내 뜻대로 켜고 끄려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이별 한 꾸러미, 좌절 한 묶음, 아픔 한 말, 인내 몇 자루, 고통 몇 겹, 땀과 눈물 한 바구니.
방안의 불을 꺼야 밖이 잘 보이듯 온갖 생각이 창궐하는 마음을 잠시 꺼둔다. 비로소 삶이 잘 보인다.
-----김미라의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