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과 형이하학
김 윤 수
눈이 웃고 있다
나를 보고 웃고 있다
그러나 당신은 나를 보고 웃는 것이 아니라
내 눈속의 당신을 보고 웃는 것이다
나도 그랬었다
당신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
당신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좋아한 것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 무엇
허전한 그 무엇
끊임없이 타오르는 그 무엇
그럴 때 내 앞에 당신이 나타났던 것이고
그럴 때 당신 앞에 내가 나타났던 것이다
무엇과 무엇이
악수를 나누고 웃고 떠들며 한 때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이 쓸쓸함
빈 의자 위 빈 찻잔 같은 공허함이라니
나는 나를 데려와 제 자리에 갖다 놓고
그늘과 조우하지 않겠다고 아픈 천국이었다고 중얼거린다
중얼거리는 동안 계절이 수없이 옷을 갈아 입고 광속光速으로 한 세기가 지나간다
당신이 웃고 있다
내 눈을 보고 당신이 웃고 있다
당신이 나를 보고 웃는 것인지 설마 우는 것인지
나를 확인하기 위해 오래도록 당신의 눈을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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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네요 ㅎㅎ
누가 젊음을 오욕이라고 모험이라고 했던가요?
잠시 그때 그 순간을 떠올리며 썼는데 ㅎㅎ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