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江 산책路를 걸으며,
(광주광역시 광산구 치평동과 서구
쌍촌동 사이의 영산강 구간)
다음 불로
그:-kims1102@
걷기운동을
하려고 오후 3시에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아파트를 나섰다.
햇살은 있어도
아침나절에 소낙비가 한 줄기 쏟아지더니 바람이 살살 불어와
시원했다.
아파트집단지역과
초등학교 건물사이로 난 한적한 차도와 샛길, 주택가를
이리저리
빠져나와 극락江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차도 변 소나무
그늘 아래 팔각정이 있고 그 밑으로 간단한 운동기구와 쉼터에
긴 의자가
대여섯 개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무인자전거보관소가 설치되어있고 극락江조감도가 그려져 있다.
나의 겯기
운동의 시발점이자 종점이 되는 곳이다.
극락江(極樂)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치평동과 서구 쌍촌동 사이의 영산강 구간을 일컫는 지명이다.
시의 중심부를
남류(南流)하면서 서구와 광산구의 경계를 이루기도 한다.
대체로 영산강과
황룡강(黃龍江)의 분기점에서부터 광주천과 영산강이 합류하는
지점 일대를
지칭하는 부분(部分)칭으로 법정 하천(河川)이름은 아니란다.
강(江)의
구간길이는 약 7㎞정도이며,
강(江)과
관련된 지명으로는 극락철교와 극락江기차역이 있다.
산책방향을
남쪽으로 틀었다.
강변으로
연결되는 하수橋(교)를 조금 지나면 주인 없는 감나무가 몇 구루 있는데
가지에는 주먹만
한 감들이 달려있어 노랗게 익어있다.
땅에도 떨어진
감들이 널 부러져 있어도 누가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생활이
풍요해서일까? 아니면 무관심해서일까?
담장 너머로
뭔가 익은 냄새 물씬 풍겨 와
늘 다니던 길
버리고
발길 더디게
하는 게 무언지 찾아갔더니
사과나무 한
구루 거기 서 있었다.
잎 새 몇 개만
걸친 채 사과나무는
여름의 무거운
짐 다 벗어버리고
여인의 부채처럼
가볍게 숨 쉬고 있었다.
더할 수 없는
사과 풍년이 들어
땅은 온통
떨어진 사과들로
빨간 원을
이루고 있었다.
뭔가 모두
거두어들이지 않고 남겨두는 것도 좋겠다.
정해진 계획
밖에도 많은 것이 남아 있다면
사과든 뭐든
잊혀 져 남겨진 게 있다면
그래서 그 향기
마시는 게 죄 되지 않는다면
(프로스트의 詩
“거두어들이지 않은 것”전문)
극락철교가 강을
가로지르며 광주역-송정구간을 연결하고 있다.
철교 밑 덱-그
산책로에는 강물에 낚시를 드리운 7-8명의 낚시꾼들이 서 있다.
오전에 내린
많은 양의 소낙비 때문인지 강에 짙게 떠 있던 녹조들이 보이지
않고 제법
콸콸거리며 강물이 흘러가고 있다.
한 낚시꾼이
낚시 대를 올려 줄을 당기는데 월척이 되어 보이는 붕어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저 사람 오늘 횡재 했구나!” 혼자 생각했는데
팔딱거리는
붕어를 낚시에서 빼내더니 강물에 다시 던져준다.
강이
오염돼서인지, 아니면 손맛을 즐기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차도 둔치 쪽으로 짙은 숲속에 풍영 정(風詠亭) 정자가
한가롭게 쉬고
있다.
풍영
정(風詠亭)은
1560년 조선시대(명종: 15년)관직에서 물러난 김언거가 낙향하여 지은 정자로
광주광역시
광산구 풍영정길 21(신창동: 852)에 있는 광주문화재자료(제4호)이다
신창동
선창산(仙滄山)과 극락江(極樂)이 마주치는 강변의 둔치 위에 있다.
승문원(承文院)
판교를 끝으로 관직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김언거(金彦据)가
여기서 72세
로 죽을 때까지 10여 년 간을 김인후(金麟厚), 이황(李滉), 기대승
(奇大升) 등 많은 이름난 문인(文人)들과 교우하며 지냈다.
풍영 정에 남아
있는 이들의 제영현판(題詠懸板)은 이때의 흔적이다.
또한 여기에는
명필 한석봉(韓石奉)이 쓴,
“제일호산(第一湖山)”이라는 편액(扁額)도 걸려 있다.
강물 따라
강변으로 자전거길이 개통되어 담양에서 나주, 목포까지 연결이
되어있다.
극락철교 옆으로
조금 걸어가면 신창대교가 있는데,
강변 자전거
길에서 분리된 일부 산책로가 자전거 길과 인도(人道)가 가파르게
대교(大橋)와
연결되어 있었다.
도심과 하남
산업단지, 장성 상무대, 첨단지역 간의 연결도로로 차량통행량이
무척
많았다.
강을 건너
신창대교 끝부분에서는 산책로로 다시 내려가는 자전거 길과 인도가
역(逆)으로
가파르게 이어져 있다.
강둑 쪽으로
북구 동림동이라는 푯말이 있었다.
처서가 지나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아서인지 산책로 주변으로 제초작업을
깨끗이 해놓아
길이 넓게 보였다.
봄에는 유채를
심어 노랑유채꽃이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
여름에는 노란
해바라기가 얼굴을 마주하고 웃었다.
빨강, 하양,
분홍빛깔 코스모스가 가로수처럼 길게 산책로를 따라 피어있었다.
가수 김 상희가
부른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을 흥얼거려 본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오전에 내린
소나기 때문에 시멘트도로 곳곳에 물이 고여 있었다.
그러나 걷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극락강변은
옛날에는 주로 밭농사를 하던 포전(圃田)이었는데
이 명박정부 때
4대강개발사업과 소하천(小河川)정비로 인해 조성된 둔덕지에
산책로와
체육시설, 놀이시설이 생겼지만 많은 부분이 방치되어 갈대나 풀이
자라고
있었다.
잔디를 심고,
야생화를 심고 관리를 하지만 인력부족으로 방치된 곳이 많았다.
날씨가 좋아서
가족끼리, 연인, 친구끼리, 동호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나처럼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팔짱을 끼고,
담소하면서 걷거나, 가볍게 뛰는 사람도 있었다.
이름 모를 여러
야생화가 관리되지 못한 잡풀 속에 섞여 피어있었다.
잡풀과 함께 키
큰 갈대가 유난히 많았다.
갈대는 꽃대를
내밀고 있는데 하얀 꽃이 피면 혼령을 부르는 무녀처럼
너풀거리며
바람에 흔들거린다.
산동橋가
지나가는 다리 밑 그늘진 곳에는 더위를 피해 사람들이 돗자리를
펴놓고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야구장과
축구장이 아래에 있는 산동대교와 동림대교 사이에 있는 “옛산동교”
가 초록 잎
등나무를 머리에 이고 서있다.
사람만 다니는
낡은 다리로 입구에는,
싱글아치 다리
중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인 시드니강의 상징인
“하버브리지”다리,
빅토리아시대에
건설된 영국 런던의 템즈江에 “타워부리지”의 모형다리가
세워져있다.
옛산동교는
삼국시대 유적 유물이 발굴된 “역사가 숨 쉬는 다리”로
국가보훈처지정
현충시설로 한국전쟁당시 적에 탱크를 저지하며 국군의 철수를
도운
격전지였다.
다리 양 옆으로
어린이들의 “영산강그리기”그림과
유적 유물
발굴현장 그림이 아크릴에 씌어져 세워져있었다.
상류의 강물은
강폭(江幅)도 넓고 수량도 많아 물이 맑았다.
강에는 수많은
“풀섬”이 군도(群島)처럼 여기저기 널 부려져 있다.
봄에는
물오리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잠수질도하고 풀섬을 뒤지고 다녔으며
산책로 들판에는
까치도 먹이를 찾아 무리지어 날아다닌다.
백두루미,
회색두루미가 여기저기 몇 마리 풀섬에 앉아 깊은 사색에 빠져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떠난
극락江 얕은
물가에는
?표 몇 개가 꽂혀있다
이른
아침에
바람 불어도
움직일 줄 모르는
하얀, 회색
?표
왜, 무엇이
궁금해서일까? (자작 詩 “두루미”에서)
아파트 옥상위로
석양이 물든 서쪽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갯벌을 만들고 있었다.
해가 갯벌 구름
속으로 들락거리기를 반복하면서 요술을 부리고 있다.
섬도 만들고,
갯벌도, 항구도, 항만도, 江도 만들고, 반도와 넓은 대양도 만들었다.
파란하늘이 재
빛 구름을 제어(制御)하고 있다.
구름에서 해가
나오면 햇살이 밝게 비추고 하늘은 에메랄드빛으로 물든다.
석양이
아름답다.
시계를 보니
오후 6시, 3시간 동안 산책한 것이다.
코스모스가 손을
흔들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한다.
(2015년 9월 7일)
첫댓글 역사가 살아 숨쉬는 영산강, 시인 묵객이 쉬어가는 풍영정, 삼국시대 역사유물이 발굴된 옛산동교 다리 밑,
국가보훈청지정 현충시설, 코스모스 바람에 흔들리며, 아이들이 땀 흘리는 체육시설이 있는 극락강변 산책로
한번 걸어 볼 만 합니다.
▶자격증자료제공 N 비밀2015.09.7 10:57 답글 | 차단 | 삭제 | 신고| 다음 불로그에서
매번 좋은포스팅 감사~ 팡팡님 잘보고 지나갑니다~^^ 글이 살아 있어요.
매번 댓글 고맙 구요, 많은 사람이 자격증 획득에 관심 가져 주시길+++
소중한 사진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고맙구요, 행복하세요.
갈대를 보러 무등산에 다녀왔는데 예전 갈대만은 못해서 실망햇답니다.
그런데 멋진 갈대가 영산강변에 더 많아서 반가웠어요. 산동교쯤에서 풍영정을 지나 광주천과의 합수점까지 다녀왔는데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