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gio For String (Platoon ost, 1986) / Samuel Barber
올리버 스톤이 감독한 "플래툰"은 지옥의 묵시록, 디어 헌터, 킬링 필드에 이어
베트남전을 소재로 만든 반전 영화의 수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에는 일반적인 전쟁영화들과 다른 점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우선 이 작품은 전쟁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느닷없이
죽음의 장소로 내몰린 일반병사들의 시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크리스(찰리 쉰)의 시각으로 묘사되는 이 작품은 선과 악, 정의와 불의가 분간되지 않는
전쟁의 비인간적인 상황을 꾸밈없이 드러낸다.
관객들은 미군이 미군을 죽이고 무력한 민간인도 사살하는 전쟁터의 참혹함을 가감없이 보게 된다.
Adagio For String (Platoon ost, 1986) / Samuel Barber
전쟁영화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악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전쟁이 주는 비극과 극중의 암울한 분위기를 적절한 장소에서 아주 아름답고 슬프게 흘러나온다.
비가 오는 가운데 미군 부대의 주둔지 전경이 나오면서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흘러나오는데..
음악과 강한 빗줄기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포탄 터지는 소리... 이것들이 아주 잘 맞물려서 현장감을 강화시킨다.
특히 관객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과 함께 흘러나오는 이 음악은 전쟁의 처참함에 몸서리치게 한다.
일라이어스 병장과 반즈 하사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결국 반즈는 전투중에 다른 대원들 몰래 일라이어스를 저격한다.
적의 공격을 피해 헬기를 타고 주둔지를 철수하는 과정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일라이어스 병장이 적의 총격에 쫒기면서 자신만 남겨두고 떠난 전우들의 헬기를 향하여
양손을 뻗고 마지막까지 구원을 바라는 애절한 몸짓으로 절규하며 쓰러지고,
이 모습을 헬기 속에서 지켜보는 반즈 하사의 눈이 크리스의 눈과 교차하는 장면에서 이 음악이 아주 애절하게 흐른다.
"플래툰"은 전쟁의 참혹함을 있는 그대로,
미군편도 베트공 편도 아닌 객관적인 시각에서,
전쟁에 참여한 한 병사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 영화의 주제는 그저 주인공의 마지막 독백으로 단순하게 표현되지만,
이 독백을 듣는 관객으로 하여금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왠지 모를 슬픔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스토리
대학까지 졸업한 크리스 테일러(찰리 쉰)는 남들이 다 회피하는 베트남에 자원입대한다.
그가 소속된 소대의 소대장 울프 역시 신출내기로 소대원들은 모두 울프 보다는 반즈와 일라이어스를 더 따른다.
고참들은 실수투성이의 신병들을 모두 회피하고,
살아남는 법을 배울 때까지는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견뎌야만 하는 생활을 계속하는 주인공...
어느 날, 소대원 중에 하나가 베트공들에게 비참하게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되자 소대원들은 모두 수색에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한 베트남 마을을 지나게 된다.
동료가 살해된 것을 본 병사들, 이성을 잃고 마을사람들을 학대하는데...
이를 저지하려는 일라이어스와 반즈는 서로 반목하고,
반즈가 무고한 마을주민을 죽이자 일라이어스는 이를 상부에 고발하겠다고 말한다.
소대원들은 아편을 피우며 고된 생활을 서로 위로하는 일라이어스 패와,
부대 내에서 항상 유리한 위치에 서며 베트남 주민들을 학대하는 반즈 패로 나뉜다.
숲을 순찰하다가 베트공의 기습을 받게 된 울프의 소대는 소대장인 울프의 잘못된 명령으로
아군의 포탄에 맞아 하나 둘 쓰러져 간다.
일라이어스는 소대원 3명을 데리고 미군을 공격하는 베트공 부대의 측면을 역습하여 성공하지만,
소대의 철수 명령에 따라 같이 있던 병사들이 떠난 그 자리에 몰래 뒤따라온 반즈가 그를 저격한다.
헬리콥터를 타고 철수하는 소대원들의 발밑에 벌어지는 처절한 광경..
반즈의 총에 맞고서 베트공의 총격과 추격을 받으면서 동료들을 향해 양팔을 벌리고
구원을 요청하며 절규하는 일라이어스..
결국 그는 베트공의 연이은 총격에 쓰러져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이 장면과 함께 흐르는 장엄한 음악 '현을 위한 아다지오'
크리스는 헬기에서 죽어가는 일라이어스를 내려다보는 반즈의 눈을 보자,
그가 일라이어스를 죽였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일라이어스와 친했던 동료들과 모여 반즈를 없애자고 말하다가, 이를 듣고 있던 반즈와 다툰다.
베트공의 대규모 공격이 예견되고, 드디어 마지막 전투가 벌어진다.
숫적으로 월등하게 열세인 미군은 베트공의 공격을 당해내지 못하고 거의 몰살당하는데...
부대원 중에 대부분이 죽고, 겨우 그 속에서 살아남은 크리스,
그러나 그도 반즈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마침 퍼부어진 아군의 폭격에 둘다 기절하는데..
먼저 눈을 뜬 그는 총을 들고 조용히 반즈에게 다가가서 그를 겨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철저한 반성적 시각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세계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며,
전투현장을 떠나는 헬기 위의 독백으로 들려지는 삶에 대한 주인공의 마지막 메시지가 가슴을 저민다.
Adagio For String (Platoon ost, 1986) - 마지막 장면 (메시지)
"이제 다시금 돌이켜보면 우린 적군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 싸우고 있었습니다.
결국 적은 자신의 내부에 있었습니다.
이제 나에게 전쟁은 끝이 났으나 남은 평생 동안 내 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라이어스도 반즈와 싸우며 평생 동안 내 영혼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가끔씩 내가 그 둘을 아버지로 하여 태어난 아이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러나 그야 어찌됐든 거기서 살아남은 자는 그 전쟁을 다시금 상기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우리가 배운 것을 남들에게 가르쳐주고
우리들의 남은 생명을 다 바쳐서 생명의 존귀함과 참 의미를 발견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영화 "플래툰"은 1987년 아카데미 작품. 감독. 편집. 음향 등 4개 부문과
골든 글로브 작품. 감독. 남우조연의 3개 부문,
1987년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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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15일)와 오늘(16일)... 카페 '뉴욕에서 만나요'의 대문엔 하이티의 대지진 참사 사진들과 함께 슬프고 애절하게 흘러나오는 멜로디가 있습니다. 그 멜로디를 들으며 20년도 넘게 오래 전에 본 영화를 떠 올렸지요. 월남전을 다룬 영화... 그 유명한 올리브 스톤 감독의 영화이기도 하고 감독상등 아카데미 상을 4개나 탄 영화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영화 속 곳곳에서 흐르던 이 멜로디를 늘 그리워 했었지요. 그런데 오랫만에 들으니 감동이 컸습니다. 적시적소에 이 음악을 올려 놓으신 카페지기님의 음악 선택에 큰 박수 드리며 님들과 영화 리뷰도 함께 하고파서...^^*
영화기억이 없는데 좋은 시각을 가지게 했어요. 난 전쟁이나 폭력을 다루는 영화를 잘 보지 않았(육이오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감정의 잔재?)기 때문에 ...우리는 적군과 싸우고 있는게 아니라 우리와 싸우고 있었다.....심각한 말이군요...생각해볼 말로 아침을 시작합니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전 교회 다녀와 이제 컴에 앉습니다. 교회에서도 온통 하이티 얘기로... 물론 하이티에 보낼 특별헌금 시간도 있었지요.
암쪼록 그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만을 바랩봅니다. 이 영화는 잘된 작품이어 상까지 받았는데 저는 오리지날 사운드트랙으로 나오는 이 음악에 도 정말 감동 많이 받았었지요. 감사 지복님!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열번 이상 본 영화입니다. 지옥의 묵시록, 7월4일생, 전쟁의 사상자들과 더불어 대표적인 반전영화에 들어가지요. 음악이 귀에 익습니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미국의 너그러움이 부럽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구국의 위인인양 행세하는게 현실입니다. 이런 류의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그렇지요? 진정 미국다운 영화!!!! 저도 여러번 보았지요. 수 많은 전쟁영화 중에 특별히 베트남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엔 순실님께서 이미 또 10번도 더 보셨을 'Deer Hunter'도 저는 이 영화만큼 여러번 봤습니다.
디어헌터도 잘 된 영화지요.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던...결국 죽기살기로 독립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위한, 또 전쟁을 위한 전쟁을 유발한 사람들이 이기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도 베트남 전쟁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먼 훗날 위에 열거된 영화들과 유사한 반전영화들이 나오게 되겠지요. 챨리 쉰과 마틴 쉰이 부자지간이라지요? ^^*
네, 저도 두사람이 부자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디어헌터에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역시 러시안 룰렛 게임... 그리고 저는 지금도 안 잊고 있는 또 하나의 장면 하나.. 베트콩이 미국 포로를 물속에 매어두니 쥐들이 뜯어 먹으려고 덤비던 것... 암튼 수 많은 전쟁영화 중에 풀래튼과 디어헌터는 제겐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