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마음으로 살아가기
우르릉 쾅쾅하더니 번쩍하면서 번개가 쳤다. 잠시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제대로 비가 한 번 오려나 보다. 내심 반가운 마음에 한줄기 소낙비를 기대했다. 수해 입은 지역을 생각하면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 미안하지만, 가뭄에 저수지가 바닥이 드러나고 땅이 갈라지면서 먹는 물까지 어려워지는 곳에서는 비가 내렸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실로 오랜만에 하늘에서 비를 내려줄 신호를 보내고 있음에 잔뜩 기대했다.
시원하게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베란다 창문을 다 열어놓아서 빗물이 들이치는데 창문을 닫지 않았다. 연일 무더위에 에어컨을 온종일 틀어놓고 지내다 보니 실외기로 인해서 베란다가 한증막이다. 모처럼 내리는 소낙비에 화초들이 시원하게 샤워한다. 세차게 집 안으로 들어오는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바닥까지 물이 떨어져서 커다란 수건을 바닥에 깔아놓았다.
바라보는 사람까지 얼마나 시원하고 좋은지 ‘시원해서 좋지?’ 하면서 어찌할 줄 몰라 동동거리는 모습이 어린애 같다. 정말 속 시원하게 내린다. 땀 뻘뻘 흘리고 난 뒤 냉커피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화초들도 금방 생기가 돌아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난다. 까르르 까르르 넘어가는 웃음소리가 베란다에 가득하다. 얼마나 반가운지 가슴이 찡했다.
잠시 내리더니 야속하게도 그만 비가 그치고 만다. 아쉽지만 이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파리에 빗방울이 송알송알 맺혀있는 모습이 상큼하다. 잠시 무더위를 씻어주었다. 잠깐의 이벤트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 수영장에 다녀온 기분이다.
화분대를 걸레로 닦고 바닥도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 덕분에 베란다 화분대가 반짝반짝 윤기가 난다. 더위에 게을러져서 청소를 못 하고 있었는데 켜켜이 쌓인 먼지를 빗물로 청소했으니 일거양득이다. 한바탕 놀고 화초들도 피곤한지 낮잠을 자고 있다. 오후 들어 한두 차례 더 가늘게 비가 오더니 그만 숨어버렸다. 덕분에 기온이 조금 내려가서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되니 화초들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책을 보았다. 한동안 보지 않았던 책을 다시 꺼내 보면 맛이 다르다. 책이 없었다면 나는 무엇을 하면서 여름을 보냈을까? 한 줄 읽고 눈을 감는다. 잠시 음미하다가 다시 한 줄 보고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정말 이렇게 맛있는 놀이가 또 있을까? 하면서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바라보며 나는 참 부자구나! 싱겁게 웃는다. - 2022. 8.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