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있어서 공기의 흐름을 어떻게 잘 이용하는 가는 연료소모량, 최고속도 등 다양한 자동차의 성능요소를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이런 정도라면 "흠흠 글쎄... 그런가보지?"라는 식으로 피동적인 이해를 하고 말 것이지요. 그런데, 약간의 관심을 갖고 주위의 자동차들을 이런 저런 각도에서 살펴본다면 "공기역학"과 관련한 설계자들의 고민과 노력들의 흔적들을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주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관심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생각나는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뒷유리 와이퍼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커다란 봉고형 승합차의 경우는 뒷유리가 있는 곳에 와이퍼가 있습니다. (흔히 스포일러라고 하는 넓적한 막대기도 눈에 띕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작은 승용차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커다란 차가 도로 위를 달릴 때 앞쪽부터 흐르는 공기는 지붕을 타고 넘어가다가 차체의 뒷편 끝에서는 달여오던 밑바닥이 없어지는 셈이 되어러비니... 진공이 형성되고 흐르는 공기를 당기면서 맴돌이가 형성됩니다. 승합차의 경우는 차체가 크고 높기 때문에 이 와류가 승합차를 몹시도 불안하게 만들 것입니다.
가격이 비싸지 않은 봉고형 2인승 벤에도 뒷유리 와이퍼가 있더라.
참고로 이와 같은 불안정한 공기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양새의 일반승용차에 있어서도 피쉬테일(Fish Tail)이라는 요동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답니다. 아무튼... 비가 오는 날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앞으로 부터 온갖 먼지와 모래, 빗물이 섞여 공기와 함께 흐르게 되겠지요. 그런 것들이 와류들에 실려 뒷 유리를 더럽히게 될 것입니다. 그 오염의 정도라는 것은 차체가 크고 수직으로 마무리된, 절벽과 같은 형상의 뒷유리에 있어서는 매우 클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와이퍼가 필요하겠지요. 거꾸로... 비가 오는 날 승용차의 뒷유리가 얼마나 깨끗한지를 눈으로 확인해 보십시오. 승용차의 경우는 사이드밀러를 보는 것 보다 뒷유리로 뒤 따르는 차량을 보는 것이 나을 만큼, 그 처마끝 공기가 매끄럽게 흐르면서 빗물을 쓸어가 버리기 때문에 번거롭게(?) 와이퍼를 달 이유가 없답니다. 적어도 자동차 메이커는 그런 판단을 한 것입니다.
2. 도어사이드의 만곡
아주 오래 전 프라이드가 처음 나왔을 무렵 사람들은 프라이드의 주행 안정성에 놀랐던 일이 있었습니다. 시속 200km/h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모델은 분명 아니었다지만 그래도 보기보다 잘 달리고 고속주행시에도 매우 안정적이었던 것이지요. 왜 그러했을까? 프라이드의 문을 자세히 보면 아래쪽에 약간 들어간 곳(만곡부위)이 보입니다. 이 부분이 일종의 날개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서 프라이드를 위쪽에서 바라보았을 때 좌ㆍ우로 흐르는 공기가 차체를 붙잡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돌기와 같습니다. 뜻밖의 주행안정성이란 결국 이 만곡부의 영향이 컷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훗날 이 프라이드 베이스로 나온 아벨라의 경우는 이런 만곡이 없으니 당초 (마쯔다)기아가 그런 것을 고려하여 설계했던 것인지는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공기가 돌기를 붙잡는다는 말에 대해서... 100km/h쯤 되는 속도로 주행하는 도중에 문을 열려고 힘을 써보면 됩니다. 상상 이상의 힘이 문에 가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힘은 공기흐름이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프라이드 도어의 만곡은 그 힘의 일부를 가져와 차체의 안정을 확보하는 용도였던 셈이지요.
3. 자동차를 위에서 보면
역시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소나타는 200km/h쯤 되는 속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세스나와 같은 경량항공기 이륙속도가 약 250km/h 정도라면, 날개만 있으면 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차가 하늘을 날아서는 곤란한 일이니 흐르는 공기가 차를 아래쪽으로 누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다음의 사진을 보면 사람이 앉는 캐빈과 차량몸체의 좌우폭이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그 편차분에 해당하는 영역은 (위에서 바라 본)캐빈을 기준으로 일종의 날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윗 방향 영역을 흐르는 공기가 이 영역을 아래쪽으로 내리누르면 차는 땅에 밀착될 것이고 당연히 고속주행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버스나 대형 화물차의 경우는 물건이나 사람을 싣는다는 조건 그리고 엉청난 무게와 200km/h로 달릴 수는 없다는 조건 등이 있으므로 이런 영역을 크게 만들어 놓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이런 차량의 경우도 위쪽의 좌우폭이 아래쪽의 좌우폭보다 작습니다. 참고로 SUV급 승합차의 무게는 2톤에서 3톤 내외이고 승용차의 무게는 1톤에서 2톤 정도입니다.
어라? 이런 벤형 차량도 폭이 다르다?!
4. 엔진룸 안으로 들어간 공기는?
앞쪽을 보겠습니다. 차가 달리면 대단한 바람이 불어올 것입니다. 앞쪽의 그릴(Grille)을 지나 바람이 고르게 분산되면서 그릴 안쪽에 있는 라디에이터(Radiator)로 갑니다. 라디에이터 세관을 빠져 나온 후에는 어디로 갈까요? 언뜻... 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유입된 공기는 엔진본체 등을 식힌 후 맴돌다가는 후드와 앞 유리창 아래쪽의 지지부 사이로 빠져나와 앞유리창을 타고 넘어가고 나머지는 엔진 아래쪽으로 빠져나갑니다. 빠질 곳은 여기 밖에 없답니다. 그런데 엔진룸은 마치 커다란 공기주발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고 하필 열린 부분이 앞쪽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 되겠지요. 고속주행을 하고 있고 앞쪽에서 바람이 들어오는데 이런 모습이라면 공기저항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아마도 공기주발(엔진룸)이 180도 정반대쪽을 향하고 있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사실 이런 모양의 자동차도 있습니다. 포르쉐나 MR-2와 같이 엔진이 뒤쪽에 있는 차들은 앞쪽을 매끄럽게 다듬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자동차를 만드는 분들은 나름대로 엔진룸안의 공기흐름을 어떻게 적절하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를 합니다. 즉, 적당한 흐름의 방향 그리고 흐름의 양을 계산해서 엔진과 작동부품들을 식히고 엔진을 포함하는 큰 부품들을 요리조리 피해서 공기자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엔진룸안 형상과 부품배치를 만들어 냅니다. 여러가지 크기의 엔진을 얹어야 하는 조건 그리고 수동인가 자동인가, 터보를 달까 말아야할까 등등의 여유폭도 생각을 해야하겠지요. 공기가 잘 빠져나가고 차체를 잘 붙잡으라고 엔진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날개와 같은 덕트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5. 묘한 디자인들
경운기 적재함에 사람이 타고 가면 별 일은 없습니다만, 봉고형 트럭 뒤에 타면 바람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트럭의 경우는 캐빈 뒤쪽의 와류가 엄청나다는 이약입니다. 25톤 덤프 트럭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겠고... 승용차감각의 픽업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적재함을 덮는 천, 플라스틱 재질의 덮게를 사용합니다.
이런 모습이 캐빈의 강성유지만을 위한 것일까?
휠 하우스 안쪽의 통기구는 앞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브레이크와 타이어의 열을 식히는 기능도 담당을 합니다. 이런 것이 있으면 "내 차가 고속주행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일까? 라는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그냥 이런 조건을 염두에 둔 설계자의 배려 정도로 이해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F1 머신의 경우는 300km/h를 넘나드는 속도를 내기 때문에 정말로 날개(Wing)으로 명명되는 부착물들을 잔뜩 달고 다닙니다. 더불어 공기가 엔진쪽으로 흐르는 공간도 일부러 관로(Duct)와 같이 만들어 차체를 지지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답니다. 고급형 스포츠 세단의 경우는 차체 아래쪽을 매끈하게 마무리합니다. 보통 승용차를 예로 들면, 머리를 숙여 아래쪽을 보면 각종 배기관, 서스팬션 부품 등이 (너저분하게) 배치된 것을 볼 수 있는데 고속주행을 한다니까 이런 것 조차 말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을 한 것이지요. 대략 250km/h를 넘어서는 속도를 낼 수 있고 차체가 가벼운 모델들을 생각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