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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山 악돌이(박영래 화백)와의 전화통화에서 2008년 6월호 취재대상이 백운산임을 전해 듣고 “어느 백운산입니까?”하고 물었다. “정선 백운산입니다”고 하길래, 동강래프팅이 시작되는 백운산이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다시 되돌아온 답이 태백과 인접한 함백산쪽 백운산(1,426m)임을 지적해 준다. 백운산은 대한민국에 열 개도 넘는다. 그중에서 1,426m 바로 이 백운산이 가장 높은 백운산이다.
지난 3월 둘째 주에는 산촌미락회 2008 새봄모임이 정선에서 있었고, 4월 초에는 노추산 취재길로 정선을 다녀왔다. 5월 첫주는 남한강 물줄기 탐사길로 양수리에서 출발, 영월 태백 정선 평창땅을 밟고 왔는데, 연거푸 네 차례 또 다시 정선으로 가게 되었으니, 이것은 분명 분에 넘치는 복이다.
상동과 사북은 개인적으로 광산 관계로 오래 전 인연이 닿았던 곳이다. 산 자체로는 앞뒤가 있지 않는데, 상동사람들은 백운산을 상동의 뒷산으로 생각하고, 사북과 고한 사람들은 앞산으로 생각한다.
상동읍은 대한민국 건국 초기, 국가경제의 큰 몫을 차지했던 중석을 캐낸 대한중석상동광업소가 있었던 곳이다. 1960년대에는 서울의 종로와 깊은 산속 상동읍의 ‘유행시차’가 하루라고 할 정도였다니 그 시절 상동읍의 영화는 쉽게 짐작이 간다. 인구 2만3천 시절이 있었던 상동읍의 지금 인구는 1,300명, 1/20로 줄어들었으니 상동은 정말 ‘아 옛날이다’.
사북과 고한은 탄광촌으로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길 운탄선로가 놓여 있고, 산 위로는 정상부까지 운탄도로가 여러 갈래 나 있다. 광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절, 사북과 고한은 5만이 넘는 인구가 살았는데, 지금은 1만1천이 사는 고을이 되었다.
비록 백운산 속에서 석탄을 실어 나르던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곳에는 지금 거대한 레저단지 하이원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하이원리조트에는 강원랜드호텔을 위시, 카지노와 테마파크가 있고, 골프장과 스키장도 있다. 백운산 정상부 해발 1,376m에서 시작되는 장쾌한 활주의 하이원스키장은 원래의 지형과 수림을 최대한으로 보존한 자연형 내추럴 존을 조성하고 최신식 고속 리프트 5기, 곤돌라 3기로 스키어들의 대기시간을 최소화시킨 것을 큰 자랑으로 내세운다. 국내 스키장 중 가장 낮은 겨울철 기온에 정북향 설계로 최상의 설질을 유지시킨다는 것도 하이원스키장의 특색이라고 한다.
한편, 하이원리조트에서는 ‘하늘길’이라는 이름으로 4개 등산코스와 2개 트레킹코스를 개발해 놓았다. 엘레지, 박새꽃, 바람꽃, 동자꽃, 양지꽃 등으로 야생화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백운산의 이들 코스는 가족단위로도 쉽게 야생화 탐방이 가능하고, 지난날의 운탄도로를 따라 가면 1,400m급 높은 산도 쉽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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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 보다 장맛’ 청국장 전문점
원주식당
광산촌에서 거대한 레저타운으로 변신한 사북읍에는 현지 주민에 비하여 외지 손님들이 많다. 하이원리조트에 최신시설의 대형 호텔이 있지만 읍내 시가지에도 높은 건물의 숙박시설들이 즐비하다. 이 숙박시설의 투숙객들이 아침에 주로 이용한다는 식당이 사북역 전 신한은행 뒤 골목 안에 있는 청국장 전문점 ‘원주식당(033-592-294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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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은 예로부터 서민층이 많이 먹던 식품이다. 지금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변비, 골다공증, 피부노화방지 등에 효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원주식당에서는 매일 집에서 청국장을 띄우고 끓여낸다.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와 두부찌개, 된장찌개도 끓여 내는데 김치찌개가 단연 인기다. 일반적으로 광산지역에서는 돼지고기의 소비가 많다는데,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의 선호도가 높은 것은 광산지역의 추세이겠다.
순두부도 집에서 직접 맷돌에 갈아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다. 대단한 정성이다. 5,0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이들 음식에 딸려 나오는 반찬이 6~7가지나 되니 소문난 손맛의 안주인 함춘옥씨(56)의 푸짐한 인정도 알 만하다.
삼겹살·오삼불고기 8,000원, 오징어볶음 15,000원, 동태찌개 20,000원, 생태찌개 25,000원, 집에서 담근 더덕동동주 한 됫박 5,000원. 4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 조금은 허름한 분위기이지만 식탁은 빌 틈이 없다는 소문의 집. 뚝배기 보다 장맛이다.
미국산 쇠고기 사절 한우등심 전문점
혜원가든
광우병과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런 시점에서 아직은 이 문제와 무관한 업소가 사북역 전 바로 아랫길, 사북읍내 중심가 사북8리 시장 앞에 있다. 한우등심전문점 ‘혜원가든(033-592-3356)’이다. 정선군의 한우 사육농가는 1,010호, 사육두수 8,300여 마리 수준을 늘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 굳이 수입고기를 가져다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한우고기를 먹을 수 있는 업소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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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가든은 한국관광공사가 ‘깨끗하고 맛있는 집’으로 선정한 정선군내 4개 업소 중 하나다. 쌀, 김치, 고기는 국산만을 사용한다는 원산지표시(농협) 자율시범음식점에 서비스 우수업소 인증패(웰컴투강원추진위원회)가 붙어 있다. 정선군에서도 모범음식점으로 지정한 업소라 믿고 찾아가도 되겠다.
한우 전문점으로 긍지가 대단한 이 식당은 높은 산 맑은 물 심산유곡에서 사육한 엄선된 1등급 등심을 참숯불에 구워먹는 것으로 알려져 경향각지에서 사북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단정한 제복 차림의 종업원들도 매우 친절했다.
200명 동시 이용 규모. 생갈비(250g)·생등심(200g) 30,000원. 양념갈비(250g) 25,000원. 돼지갈비·삼겹살 9,000원. 우족탕 10,000원, 갈비탕 6,000원, 냉면 5,000원.
고한읍 상갈래 황기목삽겹집
참숯화로구이
백운산과 함백산 사이를 달리는 414번 지방도로변 함백산 자락에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정암사가 있다. 함백산 자락인데 일주문 현판이 태백산 정암사로 적혀 있는 것이 이채롭다. 정암사에는 국내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적멸보궁(도문화재자료 제32호)이 있다. 적멸보궁이란 법당에 해당하는 건물로 주변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어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정암사에는 보물 제410호인 정암사 수마노탑도 있다. 수마노탑은 물에서 나는 마노석을 벽돌 모양으로 깎아 쌓아 올린 7층의 모전석탑이다. 1972년 이 탑을 해체 보수하는 과정에서 탑을 세운 이유를 담은 탑지석(塔誌石) 다섯 개와 금, 은, 동으로 만든 사리구가 발견되기도 했었다. 정암사 계곡은 1급수에만 산다는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다(천연기념물 제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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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사에서 고한읍 방향 오리길 지점은 고한읍내와 태백시로 갈리는 상갈래다. 이곳에는 외지로 명성이 잘 알려져 있다는 ‘참숯화로구이(033-591-0928)’가 성업 중이다. 황기의 고장답게 음식을 장만할 때 황기를 그 기조로 한다고 했다. 대표음식이 ‘꿀꿀이 양념주물럭’과 ‘꿀꿀이 황기목삼겹’(각 8,000원)인데, 이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외지 사람들도 식당 안으로 들어오면서 “소주 한 병에 꿀꿀이!”를 외치면서 주문을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음식이름이 소주 생각을 유발시키고 있다며 인정미와 붙임성이 넘치는 안주인 김금배씨(58)가 설명해 준다. 성격 좋기로 소문이 난 안주인은 주변사람들이 ‘왕대부님’으로 호칭한다고 했다. 자신의 집을 한차례 찾아온 손님은 반드시 단골로 확보한다는 마법을 지녔다고도 한다.
가마솥설렁탕·콩나물무채밥 6,000원. 양푼이 비빔밥 5,000원. 식당에 딸린 건물은 일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진희슈퍼인데, 진희는 식당에서 어머니일을 열심히 돕고 있는 알아 준다는 효녀인 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