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대기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때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실행 로드맵을 마련하려 했으나 끝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났다.
비핵화 대상, 비핵화와 상응조치 등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입장만 밝혔을 뿐 추가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 더해 감춰진 다른 핵시설 폐기까지 포함한 가시적 비핵화 실행조치를 원했다.
반면 북한은 핵 폐기 자체에 완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상응 조치로 전면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북한과 미국이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불신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영변 핵시설 하나만 없애는 대가로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순 없다.
북미 간의 갈등은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견해차이는 비핵화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를 어느 수준에서 맞춰 나가느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원론적으로는 비핵화를 약속하고 미사일 발사기지와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기를 언급하고 있지만, 미국은 검증하기 전에는 대북제재를 풀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어려운 과제인지를 재차 상기시키고 이해당사국들 간의 견해 차이 또한 다른 어떤 국제정치의 이슈보다 첨예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회담이 합의문 없이 종료됐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를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다음 협상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번 2차 회담의 결렬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제재 완화를 최우선 상응 조치로 줄기차게 요구한 북한에 맞서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다 ‘플러스알파’의 가시적 비핵화 실행조치를 요구했다고 한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뜻이 없다. 북한 비핵화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인정했다. 트럼프는 “비핵화 의지를 북한이 보이고 있다”면서도 “북한은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줘야지만 우리도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또 만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북한 또한 보다 통 큰 비핵화 결단을 통해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쌓이고, 비핵화를 추동하는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북·미가 하노이 회담 후유증을 훌훌 털고 조속한 시일 내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