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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탐스러운 사과, 익어가는 가을/ Food Essay_미각의 즐거움
ysoo 추천 0 조회 156 16.09.20 22:0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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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Essay_미각의 즐거움


탐스러운 사과, 익어가는 가을


최근에 아주 입맛 당기는 술을 발견했다.

유럽에서 가끔 마시던 사이더(Cider)가 그 것이다. 불어로 시드르(Cidre)라고도 부르는 이 술을 병입한 채로, 또는 ‘생’으로 마실 수 있어서 잠시 놀랐다. 우리나라에도 진짜 사이더가 있구나, 하는. 병입한 수입 사이더가 종종 보이는데 생으로 마시려면 이태원의 전문점에 가야 한다.


사이더는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마신다. 사과의 생산량은 중국이 일등이지만, 유럽에서도 많이 난다. 특이하게도 프랑스는 주요 생산국 중 하나다. 와인만 많이 만드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노르망디라는 지역이 사과의 주 생산 지역이고, 사과 술, 즉 시드르를 만든다. 술 제조에 쓰일 사과는 타닌이 높은 것이 선택된다. 생식용보다 떫다. 그래야 숙성이 잘된다.

첨언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이다’는 일종의 청량음료일 뿐 내용은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사이다’라는 명칭은 일본에서 전해졌다.

1853년 유럽에서 청량음료를 받아들인 일본에서 사과술 맛이 나는 레모네이드를 그렇게 부르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한제국 말기에 일본에서 사이다가 들어오고, 일제 강점기에 크게 유행했다.

김밥과 사이다라는 ‘궁합’은 이 시절 이식된 것이다.


사과는 그저 생식하는 줄로만 알았던 내게 진정한 충격은 역시 유럽에서였다.

20여년 전쯤, 한 식당을 방문했는데 구운 오징어에 사과볶음(그래, 볶음 맞다)이 곁들여 나왔다. 사과는 아삭아삭하게, 날로 먹거나 고작 주스나 내려 먹는 줄 알았는데….
그런데 또 놀란 건 그 사과의 맛이 좋았다는 것이다. 푸른 사과를 주사위 모양으로 잘라 버터에 볶았다. 오징어 맛과 기막히게 어울렸다. 원래 오징어 먹고 사과를 먹으면 이상한 맛이 난다. 향이 충돌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볶은 사과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사과를 구우면 고유의 아린 향이 사라져서 그런 듯했다.


유럽은 사과를 요리해서 먹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호텔의 아침 식사에는 생사과가 놓여 있지만, 사과 타르트를 디저트로 내는 일도 많다. 무엇보다 고급 요리라고 하는 푸아그라에 사과가 등장한다. 디저트가 아닌 요리는 대개 달게 요리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로 전채로 먹는 푸아그라는 달게 요리하는 게 특징이다. 양파나 셜롯을 오래 졸여 달콤한 소스로 만들어 곁들이거나 무화과와 잼을 넣기도 한다. 사과가 종종 선택되기도 한다.

천천히 졸이면 사과는 검게 변하고 진해진다. 이 소스(또는 곁들임)는 푸아그라의 비릿한 농후함과 잘 맞는다. 사과는 오리고기와도 궁합이 좋다. 가슴살을 굽고 사과를 함께 내는 경우가 많다. 사과가 그저 디저트로 먹는 과일이 아니라 요리에 쓴다는 것도 우리 관습에는 특별하게 느껴졌다.


사과는 유럽에서도 아주 특별한 과일로 치부됐다.

이브가 선악과로 사과를 들고 있는 그림이 많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뱀의 유혹에 빠져 먹을 만큼 맛있는 과일이라는 상징이다. 사과는 한때 유럽에서 과일의 대명사였다. 사과라는 말은 곧 과일로 쓰였다.

예를 들어 토마토는 이탈리아어로 포모도로(Pomodoro)다. 그런데 pomo란 뜻이 사과를 의미한다. doro는 황금이다. 즉 ‘황금의 사과’, 다시 말해 아주 좋은 과일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그런데 사실 성경에 사과가 등장한 건 오류다. 팔레스타인 땅에는 사과 농사가 쉽지 않다. 요즘에는 골란 고원에 사과를 많이 심는데, 고대에는 없었다는 게 정설이다. 왜냐하면 그 지역의 기후가 사과에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과는 알다시피 일조량이 적당해야 하고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대한민국에서 맛있는 사과 생산지가 점점 북상하는 것도 그래서다. 강원도 양구에서 생산된 사과가 맛이 좋은데, 그만큼 우리나라도 온난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서늘한 기후가 없는 팔레스타인 땅(지금은 대부분 이스라엘 땅인)에는 사과가 적합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화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살구가 많았다. 중국에서 전래된 살구가 진짜 선악과였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오히려 설득력 있다. 이브가 사과를 들고 있는 그림이 많이 그려진 로마 시대에는 사과가 워낙 귀했다. 그래서 당연히 그 과일이 선택되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귀하고 맛있어야 아담과 이브를 유혹할 수 있지 않았겠나.


미국의 어떤 성경에는 사과와 옥수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뭐, 여러 말 보탤 것 없이 성경이 쓰인 시대에 옥수수가 있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옥수수는 이른바 지리상의 대발견 이후에 유럽에 건너갔고, 그 후 중근동 지방으로 번져갔기 때문이다.

사과의 라틴어 이름은 malus다(라틴어족인 이탈리아어에서 사과는 mela다). 이것은 ‘악’이라는 라틴어 단어와 어근이 같다. 사과의 이름이 이처럼 악을 떠올리게 된것은 바로 성경 속의 선악과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귀하고 맛있는 사과, 그것이 상징하는 악…. 유럽과 기독교의 역사는 이처럼 뜻밖의 상징으로 시작된 셈이다.


이런 성경 속에 들어 있는 사과의 선악과적 속성은 나중에 미국의 월트 디즈니에게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백설 공주를 유혹한 독이 든 붉은 사과 말이다. 금기와 유혹을 상징하는 것으로 사과는 아주 적당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사과의 등장은 미국 사과의 유럽 시장 진출과 관련이 깊다는 얘기도 있다.

캘리포니아는 넓은 땅에서 많은 양의 사과를 재배했다. 미국 요리의 영혼이 된 사과파이는 이처럼 풍족한 사
과 생산에서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과가 유럽에 잘 팔리게 된 건 디즈니의 <백설 공주>가 간접 광고를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아예 디즈니를 통해 캘리포니아 사과 생산자들이 마케팅을 했다는 설도 있다. 함부로 먹을 수 없는, 아주 크고 붉은, 탐스러운 사과! 그 사과는 금단의 열매로 군침을 흘리게 했다.

작고 볼품없는 유럽 사과와 달리 반질반질 윤이 나는 새빨간 사과의 마력이 유럽 진출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는 유럽의 사과 역사를 기술하는 책에 종종 나온다.


사과는 유혹적인 붉은색을 띤 맛있는 과일인 동시에 에로틱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시칠리아에선 처녀가 창밖으로 사과를 던지고 어느 총각이 주우면 둘이 반드시 결혼해야 하는 전통이 있었다.

만약 그 사과를 주운 사람이 성직자라면 그 처녀는 결혼도 못하고 늙어 죽어야 했다고 한다. 사실이었을까.

어쨌든 사과를 바라보는 유럽 사람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과의 원산지는 발칸 반도라고 한다.

사과는 인류 역사에서 4,000년 정도의 재배역사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주 짧다.

1906년, 일본을 통해 어느 선교사가 가져온 것이 최초의 사과라고 전한다. 또는 같은 연도에 대한제국에서 뚝섬에 원예장을 짓고 일본에서 묘목을 가져와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우리나라의 사과 재배 기간은 오래된 것이 아니다. 허균이 <도문대작>이라는 일종의 음식 비평서를 발간한 때가 1611년의 일이다. 조선의 유명한 과일로 강릉의 배, 제주의 금귤, 보은의 대추, 전주의 복숭아, 갑산의 산딸기 등을 서술하는데 당연히 사과는 등장하지 않는다.

최남선이 1937년에 쓴 <조선상식문답>에는 사과가 나온다.


“조선은 대개 봄 가을이 메마르고 여름에는 비가 흔하여 과수의 생육에 적당하다…특별히 평과(사과)를 재배하는… 대구와 삼랑진, 북방에는 황주, 원산 등이 평과의 명산지로 품질이 우수하여 수출하는 양이 날로 늘어 상하이 시장에서는 유명한 미국의 유량종을 압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조선에서는 어떠한 과실이 많이 생산됩니까’라는 항목에서. 필자가 중간에 축약)

사과가 이식된 지 불과 30년 만에 조선을 대표하는 과일로 사과가 나온다. 배와 참외, 수박 등이 뒤에 잠깐 언급될 뿐이다. 그만큼 사과는 당시 조선의 중요한 과일이었고, 다른 과일을 능가하는 맛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적으로 사과는 700여 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0여 종이 조금 넘게 재배된다.
물론 대개 일본 품종이고, 국내에서 개량된 케이스가 많다. ‘토종 사과’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선 성립되기 힘들다. 미국의 품종 중에 매킨토시가 있다. 맞다. 바로 스티브 잡스가 선보인 최초의 컴퓨터 매킨토시와 동명이다. 워낙 매킨토시(요새는 줄여서 맥이라는 이름으로 상표명이 되었다)가 유명하니까 본디 사과 품종이라는 걸 미국인조차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컴퓨터의 이름에서 거꾸로 가져다 쓴 걸로 아는 이도 있다고 한다.


매킨토시는 와인 향이 감도는 매력적인 품종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 사과는 국광, 홍옥, 스타킹, 인디언이라는 품종이 유행했다.

국광은 작고 아삭아삭한 맛이 좋았고, 홍옥은 빨갛고 반질반질하며 새콤한 맛이 일품이었던 기억이 난다. 스타킹은 좀 과육이 버석버석해서 싫어했고, 인디언이라고 하는 사과는 노란색인데 과육이 부드럽고 달았다.

아삭한 맛이 없어서 싫어하는 이도 많았다. 요새는 사과 품종이 많이 바뀌었다.
여름에는 아오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츠가루 품종이 나온다. 새콤하며 신선한 맛이 좋다. 이 사과는 푸른색일 때 먹지만, 원래 그런 색이 아니라 익으면 빨갛게 변한다.

홍옥은 재배되고 있으나 찾기 힘들다. 요새는 후지 계열의 일본 품종이 대세다. 부사 품종은 꿀과 열대 과일 향이 나는 달콤한 품종이다. 보관도 오래되어 사과 품종의 주력이 됐다.

료카, 감홍, 추광 등의 품종도 재배된다.


글ㆍ요리 박찬일(요리연구가, 이탤리언 레스토랑 ‘인스턴트 펑크’ 셰프)

포토그래퍼 김재이 어시스턴트 이승헌




새콤달콤, 입맛 당기는 사과 요리 1


사과와 오징어구이
재료(4인 기준)
오징어 2마리, 사과 2개, 타임 8줄기, 바질 4잎, 버터 2큰술, 소금·후추·올리브유 약간씩


만드는 법
1 오징어는 껍질을 벗겨 살만 준비한다. 오일에 재서 상온에 2시간 둔다.

2 사과는 껍질을 벗기지 말고 깍뚝썰기한다.

3 낮은 불에 버터를 녹이고 타임을 넣어 향을 낸다. 사과를 넣고 볶는다.

4 오징어를 구워 바질과 함께 낸다.




새콤달콤, 입맛 당기는 사과 요리 2


사과와 리코타 치즈 샐러드


재료
리코타 치즈 250g, 사과 반 개, 샐러드감·호두·피스타치오·아몬드 등 견과류 약간씩,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리코타 치즈는 소금으로 약간 짭짤하게 간한다.
2 사과는 얇게 저미거나 깍뚝썰기한다.

3 샐러드는 양념을 하지 말고 후추만 뿌린 후 견과를 곁들여 접시에 낸다

(양념하면 리코타와 사과의 섬세한 양을 즐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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