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최장 180일 동안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심리가 이뤄지는 곳이다. 박 대통령은 직접 출석하지 않고 대리인을 내세웠지만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은 이 곳에서 열리는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헌재는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서 재판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었다.
헌재의 선고는 인용, 기각, 각하중 결정된다. 인용은 8명의 재판관 중 정족수 6명이 국회의 탄핵청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각은 6명의 정족수가 안될 경우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대통력직에 복귀한다. 각하는 절차상 하자가 있어 판결을 내릴 수 없는 경우다. 이 역시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한다.
그런데 문제는 의결 종족수.2017년 1월 3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는 날이다. 만약 헌법재판관들이 박 소장 퇴임 이전에 결론을 도출하기로 합의한다면 1월 중에 헌재의 결정이 나올 수 있었다. 다음 2월 9일.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리에 걸린 63일을 적용하면 그렇게 그날이 나온다. 이번에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한다면 2월 중 결정을 예상할 수도 있었다. 3월 13일,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날짜다.
이 날짜가 지난다면 헌법재판관의 수는 7명으로 줄어든다. 헌법재판관들이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에 결정을 내리려 한다면 3월 초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 4월 말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 퇴임 시기로 제안했던 시기였다. 마지막으로 6월 6일, 헌법재판소가 법에서 보장한 180일 심리기간을 모두 쓴 뒤 결론을 내릴 경우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릴 경우, 그 직후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헌재가 언제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차기 대선 날짜가 정해지기 때문에 정치권은 헌재 심판 속도에 초미의 관심을 가졌고 박대통령측은 의결종족수 때문 지연작전으로 나갔다. 무더기 증인 신청과 불출석, 또다시 이어지는 재신청. 급기야 막바지 박 대통령 측은 증인 39명을 무더기로 추가 신청했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비롯한 39명을 증인으로 법정에 추가로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김 전 실장은 소추사유 전반에 관련돼있고, 우 전 수석은 롯데 수사 관련 부분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변호사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현 민주당 의원)도 정윤회 문건 수사와 관련한 증인으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박 대통령 삼성 뇌물 관련 부분을 위한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규현 현 외교안보수석비서관, 강석훈 경제수석비서관,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비서관(현 새누리당 의원),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현 프랑스 대사)도 신청 명단에 올랐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이들을 직접 세우는 대신 진술서를 받자고 했으나 이 변호사는 "재판정에 나와서 증인 신문을 하는 것이 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에 도움이 될 거 같다"며 거부했다.
탄핵 심판 주심인 강일원 주심재판관은 박 대통령 측의 추가 증인 신청에 대해 "피청구인(박 대통령) 측에서 여러 기관에 사실조회 신청을 하셨기 때문에, 이게 채택되면 관련 증인은 필요 없을 것 같다"며 "증인을 부르기보다 답변 중 어떤 부분을 인용하실지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기업 관련된 사람들은 일관되게 청와대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주도했다고 얘기하는데, 왜 굳이 대통령 측에 불리한 진술을 할 것 같은 사람들을 증인 신청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박 대통령 측이 무더기로 증인 신청한 데 대해 탄핵 심판을 지연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애초 법조계에선 헌재가 핵심 증인인 최순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신문을 마무리하면서 2월 초·중순 변론을 마무리하고 2월 말∼3월 초 결론을 내릴 거란 관측이 유력했었다. 헌재의 선고가 늦어질수록 박 대통령으로서는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 유리한 측면이 많다. 특히 결론 시점에 따라 박 대통령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피해갈 수도 있었다. 탄핵심판이 장기화할수록 잃었던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했을 테다.
그러면서 태극기부대는 더욱 열을 올렸다. 촛불민심은 불안했다. 언제 탄핵결정을 할 것이냐는 특별검사의 수사와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헌재는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기록을 강제로 넘겨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헌재가 직접 증인을 심문하고 증거를 조사해야 돼 신속한 심리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헌재가 빠른 결정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보다는 탄핵사유가 훨씬 많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사실인정을 해야 되는 그런 부분이 또 문제다.
하지만 당시 박한철 헌재소장은 헌법을 유린하고 파괴한 박근혜 정권의 종말을 고하는 박근혜 탄핵심판을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전까지 결론 내야 한다고 25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소장의 발언은 탄핵심판 일정에 대한 헌재 측 방침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었다. 헌재 소장이 이 같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박근혜 측은 크게 반발하며 박한철 소장과 고성으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박근혜 측 이중환 변호사는 박 소장의 말이 국회 측 권성동 소추위원이 언론에 말한 '3월 선고' 발언과 유사하다며 "헌재가 국회 측 의견을 그대로 말한 것이라면 심판 절차에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박 소장도 "그런 얘기는 이 자리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헌재가 국회와 물밑에서 의사소통 가진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재판부에 대한 모독이다. 그런 근거 없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느냐"고 호통 치며 꾸짖었다.
보도에 따르면 박한철 소장은 25일 박근혜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 오전 심리를 시작한 직후 "헌재 구성에 더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 13일 전까지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31일 임기가 끝나는 박 소장은 "저로서는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참여하는 변론 절차이며 다른 한 분의 재판관 역시 3월 13일 임기 만료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두 분 재판관이 공석으로는 탄핵심판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어 그 전에 종결되고 선고돼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헌재의 결정은 9인의 재판관으로 결정되는 재판부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서 도출되는 것이어서 재판관 각자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재판관 1인이 추가 공석이 되는 경우 이는 단지 한 사람의 공백을 넘어 심판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탄핵심판 절차 중 공석 상태가 이미 기정사실이 되는 이런 사실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같은 공석 사태가 계속 재발하지 않게끔 후속 입법조치를 하지 않은 국회와 정치권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혼란은 계속됐다. 모 일간지는 (한국경제 2017년 2월 9일(조기 탄핵 인용을 압박하는 것은 범죄적이다. 글에서)) ‘촛불민심’을 운운하며 조기 인용을 압박하는 것은 법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중대한 위헌적 행위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기승 전 대법관, 김평우 전 대한변협 회장 등 원로법조인 9명은 어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부터 헌재 심판 등 전 과정에 법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을 담은 신문광고를 내기도 했다.
박근혜 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헌법재판소에 박근혜 대통령 측의 탄핵심판 지연책동에 말려들지 말 것을 촉구했다. 촛불집회는 계속됐다. 당시 퇴진행동은 15차 대회의 기조가 “박근혜 세력의 준동에 맞서 박근혜 즉각 퇴진과 2월 탄핵, 특검 연장과 구속을 요구하는 맞대응”은 물론 “촛불의 비상한 2월을 선포하고 18일 대규모 집결과 25일 전국 집중까지 지속적으로 모여야 한다는 것을 천명하고 결의하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윽고 헌재는 2017년 3월 8일 재판관 회의를 2시간 반이나 진행한 끝에 10일 오전 11시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선고일 결정 이후 여야에서도 발 빠르게 반응을 내놨다. 자유한국당은 "어떤 결정 나와도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으며 민주당은 "국민 염원을 담은 판단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헌재 인용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동안 촛불 민심은 노심초사, 얼마나 애간장이 녹았단 말인가.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 우리 국민은 평균 IQ(지능지수)가 105로 유태인보다 머리가 좋다. 무혈혁명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광장혁명은 그야말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리고 헌재는 2017년 3월 10일 이날 오전 11시 열린 탄핵 소추안 최종 판결을 시작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탄핵 소추안에 대한 각각의 개별적인 입장을 밝힌 후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읽어 내려갔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