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리산 수락폭포 한옥펜션에 온지도 어연 2주가 되었네요. 지리산의 아침은 유달리 나에겐 고향에 온 것 같은 포근함과 친밀감을 느끼기에 족했다. 뒷산에서 들리오는 산새들의 노래소리와 수락폭포수가 개울 따라 흘러 내리는 물소리가 어릴적 엄마가 일어나라고 속삭이듯 들려오는 목소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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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는 아침 밥을 먹고 정원으로 나오니 여기 저기 놓여있는 돌들이 뚱명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꽃들처럼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접고 하지 않아요. 사시사철 변함없이 그 자리 그 모습 그대로 있는 나도 좀 찍어 주세요" 하길래 미안한 마음이 들고 차별하는 것 같아 헨드폰을 열어 그들을 담기 시작 했었답니다.
세욕을 내려놓고 참으로 담담한 돌들을 한 컷 한 컷 담을 수록 촛점이 맞추어 지며, 생긴대로의 멋을 찾으려고 호흡을 가담듬으려 할 수록 돌이 지닌 속살과 투박진 모습에서 풍기는 수수함과 두터운 정이 둔한 내 가슴에 와 닿았다.
며칠 전 아침 목발을 짚고 정원에 나오다 새벽 이슬로 단장한 봄 꽃들을 보고 그의 청순함에 내 마음이 동하여
넋을 잃고 바라보니 잎새마다 옥구슬을 받쳐들고선 아침 햇살에 형형색색으로 그네들의 자태를 뽐 내고 있었다. "여기 있소이다. 여기도..." 여기 저기서 꽃들이 나를 반기며 나 역시 이들을 맑고 밝고 환하게 바라보며 헨드폰을 꺼내 이 아름다움을 담기 시작 했었다.
눈오고 바람불고 비오고 찌는 듯한 한 여름에도 제 자신을 탓하지않고 지조를 지키며 정원의 버팀목이 되어 준 돌들이다. 어디서 어떻게 여기 한옥팬션 뜨락으로 오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네들이 없었다면 한옥이 제 맛이 살아나겠는가? 생각하자니 돌들이 오고가는 이들의 마음에 깊은 정들을 안겨 주었으리라.
때로는 주춧돌이 되기도, 디딤돌이 되기도, 정원의 뜨락이나 멍석처럼 편한 자리가 되기도, 정원 연못가의 쉼터자리로도, 조각품이되어 정원 분위기 메이커로도...옛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하교길 스쿨버스가 막 펜션 앞마당에 도착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주인집 외손녀 연후랑 그녀의 남동생인 유치원 7살짜리 현서가 밝고 환한 모습으로 나에게 달려오고, 연이어 나보다 일주일 먼저 내려온 내 외손자인 5짜리 하준이가 할배하며 달려와 마중나온 나를 보며 바로 안긴다.
이들 셋은 같은 한옥펜션에서 살아서인지 서로 의좋게 등하교를 하며 사이좋게 놀기도 하길래 정원에 제 멋대로 놓인 이 돌들을 헨드폰에 담겨진 사진을 보여주며 누가 먼저 이 돌들이 어디에 놓여있는지를 알아보고 그 돌들을 실제로 지적하는 게임 놀이를 했었다.
물론 게임의 재미를 돋우기 위해 상금을 걸었다. 제일 많이 찾으면 1등으로 100원짜리 3개, 2등 100원짜리 2개, 3등은 100짜리 1개로 정하고, 사진을 보고 먼저 "나요"라고 소리 지르고 동시에 손을 드는 것을 원칙으로 약속을 했었다.
헨드폰의 사진을 볼려고 애들 셋이 머리를 서로 먼저 내밀고 사진의 돌을 들어다 본다. 사진을 보자마자 난리통이다. 서로 경쟁이 되어 불꽃 튀기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분명히 아는 돌 사진이 나오면 약속을 어기고 먼저 쏜살같이 돌의 현 주소로 달려가면서 고래같은 소리를 질러 댄다. 물론 반칙이다. 설령 맞았다해도 절대로 원칙에서 어긋나는 행동은 점수로 인정해서는 심판관의 자질이 없다.
이 게임에도 교육적 목적을 가미해야 놀이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릴적 부터 시민성을 잘 교육시키는 것이 어른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칙을 해서 아무리 빨리 돌을 찾았다해도 성적은 꼴찌라는 것을 확실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돌 하나 하나가 놓여 있는 자리를 예사로 보지 않는 관찰력을 기르는 데에도 목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놀이를 하면서 안전에 대한 교육도 가미를 했었다. 마지막으로 시상식도 의미있게 진행했다. 우선 자신들의 점수를 재확인했다. 이의가 없었다. 1등을 한 연후가 100원짜리 3개를 받을 때 나머지 두 아이에겐 박수를 치게하고 상은 받은 우승자는 인사를 하게 했다. 2등은 최근에 온 내 외손자가 1점 차이로 100원짜리 2개를 받고 앞서 한 모델을 따라하게 했다.
마지막 3등은 현서가 차지했는데 질문을 했다. 왜 꼴찌를 했는지를 물어 봤었다. 대답이 걸작이다 " 다음 번에는 제가 다 맞을 수 있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 꼬마는 이번 게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지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 날 오후는 나랑 돌과의 만남은 일거 몇 득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 돌들이 게임의 소재가 될 줄은 정
말 의외였다. 아이들도 돌들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않게 보였다. 사진을 보고 오랫동안 생각하는 돌이 있었다.
정원연못에 놓인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서 물이 고인 흔적이 있는 넓은 주둥이형 항아리가 쉽게 떠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어제 사진으로 본 돌 찾기 놀이 게임을 다시 해 볼까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또 하자고 생 야단이다. 아무튼 수락폭포의 한옥펜션에서 생긴 일로서는 이 게임이 아마도 기억에 오래동안 남을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리산 수락폭포한옥펜션 정원에서 송강이 쓰다-
첫댓글 할아버지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훌륭한 아이로 성장하는 귀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