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광선치료,암세포만 골라서 태우고 비만.불면도 다스린다!

[지촌]

광선치료, 암세포만 골라서 태우고 비만·불면도 다스린다
최근엔 여드름 치료에도 적용
부작용 적고 회복 빨라 이점
국소용 '광감작제' 개발 가속

광과민제를 미리 넣고 내시경을 식도를 통해 넣은 뒤 레이저를 쏘아 식도암을 치료하는 식도암 광역동 치료 장면(사진 위)과 폐암의 광역동 치료 개념도(사진 왼쪽).

61세의 남자가 음낭에 직경 6㎝ 크기의 피부암이 생겨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부산대학병원을 찾았다. 피부과 오창근 교수는 일단 피부암의 크기를 줄인 후 암 제거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해당부위에 가시광선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광감작제 연고를 바른 후 광선치료를 실시했다. 광감작제를 바르거나 복용하면 다른 피부조직은 손상되지 않고 암 조직만 선택적으로 파괴된다. 수차례 시술후에 피부암이 2㎝ 크기로 작아진 후 피부암 절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근 피부과 영역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광역동 치료(Photodynamic Therapy)의 한 사례다.

피부암 선택적 파괴

광역동 치료는 광선과 광과민 물질의 작용에 의한 광화학 반응을 이용해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암치료에 특히 효과적이다. 피부암을 비롯해 폐암 식도암 등에 이르기까지 적용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광선에 민감한 연고제를 종양 부위에 바를 수도 있고 약물 형태로 먹거나 주사할 수도 있다. 그런 다음 해당 부위에 광선을 쪼여 종양 조직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푸른 빛이나 붉은 빛의 가시광선을 쓰기도 하고 특정 파장을 가진 빛이나 레이저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여드름 치료에도 광역동 치료가 적용되고 있다. 여드름이 햇볕에 노출된 뒤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경험에 착안해 개발됐다. 기존의 치료에 비해 시술이나 치료의 횟수가 적고 회복시간이 빠른 장점이 있다. 흉터와 색소변화가 적고 임산부나 청소년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광역동 치료도 부작용이 있지만 기존의 다른 치료법에 비해 경미하거나 일시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빛을 쪼인 부위에 일시적인 작열감이나 따가운 증상의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치료부위의 과색소증이나 저색소증이 가끔 발생할 수 있으나 대개 수개월 내에 호전된다.

광선치료 활용 대상

광선치료가 가장 먼저 일반화된 곳은 우울증이나 불면증 등을 치료하는 정신과 파트다.

여름에 우울증이 줄어들고 겨울에 증가하는 것에 주목해 광선치료를 실시한 결과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성 우울증에 광선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서구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새벽이 돼야 잠을 이루는 올빼미족과 밤샘근무를 자주 해 수면리듬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도 광선치료는 효과적이다.

올빼미족의 경우 의학적으로 수면지연증후군 환자로 분류된다. 이런 환자들은 잠에서 깨어난 직후 형광등 밝기의 10배 정도인 1만 룩스 정도의 강한 빛을 30~40분 쪼이면 수면리듬이 원상태로 복귀되기도 한다. 재발이 쉽기 때문에 치료 후에는 밤 12시 전에 취침해야 한다.

최근에는 폭식증 등 섭식장애와 비만 등의 치료에도 광선치료를 활용하고 있다. 백색 종합가시광선에 의해 촉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비만을 치료하는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폭식증과 같은 섭식장애 치료에도 적용되고 있다.

광선치료의 역사는 18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구루병에 대해 일광치료를 실시하기도 했다. 근래에는 레이저,발광다이오드,형광램프 등 다양한 파장의 빛을 이용해 피부질환과 신생아황달,비행시차증후군 등을 치료하기도 한다. 건선,백반증,아토피피부염 등의 피부질환에 자외선A,자외선B를 이용하는 것도 보편화된 치료법이다.

그러나 불면증 우울증 등 정신과적 질환과 건선 백반증 황달 욕창 등 피부질환에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나머지 영역에서는 아직까지 보조적인 치료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광선치료의 미래

향후 광선을 이용한 치료는 빛을 쏘는 기구의 개발과 함께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각 질환에 적합한 광선 조사기구를 개발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레이저 역시 새로운 파장의 광원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레이저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심층 피부의 색소성 질환에 적합한 레이저파장의 개발과 함께 특정의 표적에 효과적으로 레이저광선을 쏘는 타깃치료법이 개발 중이다.

광역동 치료 분야에서는 효과적인 광감작제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이에 맞는 광원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고 작열감과 같은 부작용을 줄이는 문제도 연구 중이다. 또한 국소용 광감작제의 개발과 내시경 등을 사용해 암 부위에 선택적으로 광선을 쏘아 치료하는 방법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군기자 gun39@busanilbo.com

도움말=부산대학병원 피부과 오창근 고현창 교수·고신대 복음병원 호흡기내과 장태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