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파리에서의 여덟번째 아침. 이지만 오늘은 '생말로'에 가기로 한 날이다.
워낙 후기에서도 칭찬에 자자하던 생말로 이기에, 오늘도 부푼기대를 안고 유레일도 개시하고, 생말로 표도 예약하러 기차역에 갔다.
프랑스기차(떼제베)는 쿠셋만 아니라면 예약없이도 다 탈수 있대서, 출발 당일 기차를 예매하러 왔더니,
내가 가진 2등석패스로 탈수 있는 2등석자리는 이미 매진이고, 탈려면 42.5유로의 추가요금을 내고 1등석을 타야한다는것이다.
이때 생말로 행을 포기하고, 파리근교로 발길을 돌렸으면 훗날 금전때문에 덜 힘들었을텐데, 이런 돌발상황이 처음이었던 나는, 당초의 계획을 포기하기가 너무나 싫었기에 덜컥 1등석을 예매했다.
(이날의 교훈은 기차 예약은 미리미리 하자는것. 사실 파리에 도착한 그날 기차를 예매했다면 3유로의 예약요금밖에 들지 않았을텐데,
늦장을 부려 이날 예약을 하러 오니, 파리->프랑크푸르트 열차도 9유로나 주고 예약할수밖에 없었다. 뭐든지 미리미리!)
내 맞은편 자리에는 너무나 보기좋은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는데, 생말로에서 한달간의 긴 휴가를 보내러 간다고 한다.
자상하게 아들을 챙겨주는 아버지와 귀여운 아기. 그들과 훈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기에 1등석 추가요금의 쓰라림을 잠시나마 잊어본다.
기차는 오래지 않아 생말로에 도착했다. 확실히 파리에 비해 조용하고 한적한 것이... 시골이구나~
역에서 바닷가까지 가는 길. 깨끗하고 정돈되어있다는것 외엔 별다른 느낌이 없다
이렇게 걷다보면 바닷가에 도착하는데, 아직은 사람도, 가게도 없이 긴 성벽만 보일뿐이다.
우리네 바다와는 달리 짠 향내도 없고 바다위엔 하얀 배 뿐이라서, 진짜 볼거리는 저 성벽 너머 어딘가로 가야할것만 같다.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어느새 식사를 해야한다며 자꾸만 내 강박관념이 나를 자극하는 바람에 이 곳 생말로의 작은 광장에 있는 한 카페테리아로 갔다.
프랑스에서의 과소비는 훗날 큰 대가를 치르게 되지만 아직은 정신 못차렸기에..;
따뜻한 노천에 앉아 홍합요리를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광장에서는 악단들이 와서 한바탕 연주를 하여 기다리는 지루함을 조금 덜어주나 했더니, 연주 끝나기가 무섭게 테이블을 돌며 동전들을 걷어가는것이다...
그네들의 생계수단이니 존중해주어야지 하면서도 내심 기분이 좋지는 않은게 사실이다.
이 홍합요리는 1인분인데도 양이 엄청 많다. 게다가 소금간이 심하게 절여져있어 밥없이는 먹기 힘들정도로 짜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다 먹지 못하겠어서 어쩔수 없이 꽤 많이 남기게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음식을 남기는 것이 '맛없어서 못 먹겠어'라는 의미로, 상당히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문을 받은 청년이 내가 남긴 그릇을 보고 '왜 이렇게 많이 남겼냐'며 핀잔을 주었다. (그건..확실히 핀잔이였다 ㅡㅡ)
어쨌든 배불리 먹고 카페를 나온 나는, 잠시 소화를 시키기 위해 돌바닥에 앉아있는데, 이번엔 비가 한두방울 내리기 시작하더니, 아예 세차게 퍼붓는다.
이미 비를 맞아 몸이 차가워졌기에, 눈에 보이는 대로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몸을 녹이려해봐도, 책한권없는 카페에서 몇십분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만 있으니 기분이 좋을리 없다.
이윽고 비가 그쳐 카페에서 나처럼 개이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나도 새로이 기운을 내어 성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보니 해변이 나온다. 유럽에서 처음 본 해변이다. 와우- 예쁜걸
하늘은 여전히 구름이 잔뜩 낀 상태.
비가와서 상당히 추운데도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해변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바닷가를 코앞에 두고 구경만 해야하는게 아쉬워 다음 해변에서는 꼭 수영을 하리라 마음을 먹고 다시 성벽을 따라 왔던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생 말로의 매력은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정돈된 건물들의 조화미일것이다. 그런 매력이 있는 곳이지만, 오늘처럼 날씨가 흐리고 비가와서 춥다면(게다가 우산은 없고, 반팔을 입고있다면) 그 매력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조건이기도 하다.
다시 생말로역. 파리에 7일동안 있다가 파리를 떠나 다른 도시에 와있다는게 생소하다.
짧았던 생말로 여행이 끝났으니, 다시 파리로 돌아가자-
그리고 내일 '몽생미셸'을 위해 오늘의 아쉬움은 덮어두자.
<출처 : ★배낭길잡이★ 유럽 배낭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