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곰배령정상, 1164m, 강원 인제)
:산림청 100명산
:월간산 100명산
"봄철엔 천상의 화원으로 유명하다는데 난 야생화보단 빽빽한 활엽수 나무의 원시림이 더 좋았던 곰배령"
- 산행 경로 : 점봉산 산림생태관리센터-강선마을-곰배령(1164m)-주목군락지-원점복귀
- 산행거리 및 시간 : 10.5km/04h24m
- 교통편 : 좋은사람들 산악회
- 산행 날자 : 2022.5.20(금)
곰배령 등산지도와 산행 경로 기록
산림청 100대 명산인 점봉산은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이 맞닿은 지역으로 국내 자생종의 20%가 자생하고 있어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전지역을 지정되어 지금은 정상을 오를 수 없고 다만 곰배령까지만 산행이 가능하다. 곰배령도 5월 15일까지 봄철 산불예방으로 탐방이 금지되었다가 이제야 탐금이 풀리고 난 후 이날 산행을 위해 점봉산 산림탐방을 아내와 같이 신청하고 이날을 많이 기다렸다. 얼마나 야생화가 많고 멋있기에 '천상의 화원'이라는 별칭이 자연스레 곰배령 앞에 붙고 또 원시림이 얼마나 잘 보존되어 있기에 유네스코에서까지 관심을 갖는 지역인지 궁금했었다. 사실 곰배령에 서면 보티첼리의 '봄'처럼 바닥에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양탄자처럼 깔려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했었다.
전날 일기예보에 하루 종일 흐리고 오후에 잠깐 비도 뿌린다기에 걱정을 좀 했었는데 막상 들머리에 내리니 하얀 구름이 더 화창하게 보여주는 맑은 날씨에 안도해하며 사전 신청한 탐방예약을 등산로 입구에서 확인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들리는 시원한 계곡물소리와 맑고 고운 새소리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계곡을 따라 나 있는 잘 정비된 완만한 길을 따라 산책하듯 가다 보니 식당과 다양한 음료를 팔고 있는 강선마을이 나왔지만 하산할 때 여기서 차 한잔해야겠다 생각하고 곰배령을 향해 계속 올라갔다.
하루 150명만 탐방 신청을 받아서 그런가 등산로가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여기가 야생화가 유명하다기에 의도적으로 등산로 주위를 이리저리 보면서 올라가다 보니 정말 파랑, 노랑 그리고 하얀 이름 모를 꽃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하지만 화원이라 부릴 정도는 아닌 거 같아 아마도 여긴 그냥 곰배령 가는 길이니 이 정도 보이고 곰배령 정상에 가면 '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천상의 화원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멋진 장관이 펼쳐질 거라 생각했었다.
곰배령 가는 길 옆에 피어있던 야생화들
더군다나 난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랄 때 지금처럼 봄철이면 여기처럼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많이 피는 걸 봤었기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산행을 이어가는데 앞서가시던 많은 분들이 곳곳에서 멈춰 서서 야생화들을 사진 찍고 있었다. 이게 그리 아름답고 신비롭게 보이는지 잘 이해 안 되는데..... 난 솔직히 이런 야생화보다 고사리가 화초처럼 보여 자꾸만 눈길이 갔다. 이 고사리도 식용이 아닌 이름이 있을 텐데 당연 그 이름은 모르겠고 하여간 컬러풀한 야생화보다 오르는 내내 자주 보이던 멋진 고사리가 가꾸만 눈길이 갔었다.
야생화보다 더 눈길이 가던 고사리 군락
들머리에서부터 계속 명랑한 물소리 나는 계곡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오르면서 뭐 눈이 띄는 색다른 야생화가 있나 하며 찾아보기도 하고 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정말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들을 구경하면서 오르다 보니 어느새 곰배령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록 곰배령도 1000m 넘는 높은 곳이지만 여기까지 오르는 길이 정비가 잘되어 있고 완만해서 등산이라기보다는 그냥 트래킹 하는 느낌으로 걷다가 목적지에 도달한듯했다.
곰배령에 올라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곰배령 인증 사진을 찍으려고 인증석 앞에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번에도 당연 옆에서 대충 사진 찍고 주위에 야생화가 얼마나 많나 하고 둘러봐도 올라올 때 등산로 주위보다 더 없다. 그냥 보통의 산 고개에 있는 그런 평범한 잡초들만 무성했다. 곰배령 정상은 아직 야생화가 필 때가 아닌 건지 아닌 과도하게 이미지 마케팅 된 건지 ... ㅠㅠ 천상의 화원도 보티첼리의 봄에 나오는 꽃밭도 볼 수는 없었지만 탁 트인 조망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정상석 인증사진을 남기려는 긴~ 줄
곰배령에서 하산길 방향으로 가다가 전망대로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안내판을 보니 곰배령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서 능선을 타다 보면 가지 모사는 점봉산 정상이 지척에 보였지만 눈에만 열심히 담았다. 점봉산 정상 뒤로 설악산 대청봉과 서북능선들이 보였다. 날씨가 좋아 대청봉도 지척에 있는 산처럼 가깝게 보였다. 담 주에 대청봉 산행을 계획하고 있어 이날은 멀리서 보고 담 주에 만나자고 마음속으로 인사를 해본다.
점봉산 정상(맨 오른쪽 봉우리)
점봉산과 뒤에 대청봉이 있는 설악산 서북능선
아내가 힘들다고 올라왔던 길로 가자고 하더니 전망대에서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나더니 오른쪽 하산길로 가자 하는 그러잔다. 산을 다닐 땐 상황상 할 수 없는 경우는 빼고 웬만하면 올라왔던 길 말고 다른 곳으로 하산하는 편인데 이번엔 올라왔던 길 그대로 하산해야 하나 했는데 다행히 다른 길로 가잔다. ㅎㅎ
올라올 땐 등산로라기보다는 그냥 둘레길 걷는 느낌이었는데 전망대에서부터 바로 연결되는 하산길은 제대로 산길이었다. 이제야 제대로 산행을 하는구나 하면서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당연 이름 모르는 잎 넓은 야생화가 마치 일부러 농사지은 듯 바닥을 덮고 있는 구간이 있었다. 이 역시 올라올 때 고사리 군락처럼 내 눈엔 이런 모습이 더 보기 좋다.
잎 넓은 이름 모를 식물이 바닥을 가득 채워 싱그러움을 더욱 크게 만들어 주는 듯했다,
주목군락을 지나니 등산로 주위에 기기묘묘한 모습을 한 활엽수들 그리고 오래되어 스스로 죽은 고목들이 뒤엉킨 빽빽이 숲을 이루고 있는 원시림 사이로 하산길이 이어져 있었다. 이런 숲들을 보니 당연 아드레날린이 증가하면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하산길을 이리로 하기 잘했어 하며 아내에게 동의도 구해보고... ㅎㅎ
주목군락보다 난 이런 활엽수들이 군락을 이룬 원시림에 더 좋다.
이런 멋진 활엽수 군락지들 사이사이에 철쭉들이 초록숲에 포인트처럼 보였다. 이산의 철쭉은 다른 산에 본 것보다 유난히 더 연해서 핑크빛이라고 이름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화이트에 가까운 색이었다. 좀 진한 핑크였음 초록 숲에 대비되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있으니 포인트가 되어 눈길을 끈다.
초록숲에 포인트가 되어준 연분홍 철쭉
곰배령 올라갈 때보다 많이 가파른 내리막길이었고 길도 좁은 오솔길이었다. 더군다나 올라갈 때는 등산로 주위에 그래도 많은 야생화들이 보였는데 하산길은 숲 길이라 그런가 야생화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야생화는 못 봤지만 그래도 난 활엽수들이 군락을 이름 이제 잎이 막 돋아나는 숲길이 올라갈 때 길보다 더 좋았다. 아니 오늘 산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하산길에 만난 이런 숲길이었다.
올라갈땐 중간에 있던 강선마을에서 요기도 하고 차 한잔할려 했는데 하산길이 그 마을을 지나지 않아 하산완료해서 주차장 옆에 있는 마트에서 차한잔 하면서 쉬다가 돌아가는 산악회 버스에 올라 이날 산행을 마무리했다. ~~
[출처] 22. 점봉산 곰배령(1164m, '22.5.20)|작성자 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