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패배한 이유는 분석자의 견해에 따라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대다수의 평론가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정부의 강력한 거리두기 캠페인 속에 집안에 갇힌 청소년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SNS활동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었는데,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은 아무래도 진보성향이 강하고 개혁적인 사고가 앞선 세대들이다. 이들은 비록 문재인 정권이 탐탁하지 않아도 그들의 눈에 비친 통합당은 꼰대 이미지가 짙은 낡은 보수정당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수가 사전투표를 통해 민주당을 지지한 유권자가 많았음이 개표결과 드러났다. 여.야의 경합이 치열했던 지역구에서 당일 투표함에서는 앞서가든 통합당 후보들이 막판에 연 사전투표함으로 인해 승부가 뒤바뀐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코로나19사태가 초기에는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이것도 여당표 몰이에 기여하는 기이한 현상이 연출되고 말았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높았고 전체적인 투표율도 높았다. 통상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후보가 유리하다는 말도 이번 총선에서는 허구가 되고 말았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권의 심판보다는 야당심판론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통합당이 젊은 세대들은 민주화와 개혁에 더 가치를 주고 있음을 간과해 청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중 하나다.
특히, 4.15 총선에서 꼰대 이미지의 통합당과 황교안은 너무나 닮아 죽기 아니면 까무러쳐야 할 보수우파 정당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황 전 대표는 관료 체질에 유머감각은커녕 자신의 말실수를 비판하는 것조차 말꼬리를 잡는 언론과 좌파들의 잘못된 버릇으로 치부하면서 청년과 여성, 3040세대를 끌어들이지 못했다. 당대표란 사람이 실언을 계속하면서 통합당 후보들과 당원들에게 말조심을 요구해봐야 통하지 않았다. 작은 것 같지만 이러한 것이 황 전 대표 리더십의 한계이면서 정치 초년생의 내공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총선에서 야당은 선거 기간 내내 지는 길만 찾아다녔다. 당대표가 공천을 갑자기 뒤집고 n번방, 세월호 같이 민감한 이슈에 대한 거듭된 말실수로 수도권의 중도층 표심을 멀리했다. 그럼에도 통합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 국정 운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유권자 41%, 1,200만 표에 가까운 야당 득표 속에는 우리의 경제를 어렵게 만든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정책, 주 52시간 근로제 같은 이념형 정책에 대한 반대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조국 비리 같은 정권 핵심의 불법행위에 대해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는 민심이 담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높고 문빠들의 여론몰이도 톡톡히 역할을 했지만 사실 경제와 조국씨 문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문제 등등 여당에 악재도 많았지만 통합당은 이러한 여당의 약점을 파고들어 통합당에 유권자를 유인하는 묘수도 보여주지 못했다. 되레 차명진.김대호씨 등의 막말과 황 대표 자신의 실언으로 인해 여당의 선거전략인 야당심판과 막말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황 전 대표는 종로 길바닥에서 청바지 차림으로 신발까지 벗고 국민과 유권자를 향해 큰 절을 올리기도 했지만 모양새만 구기고 말았다. 진심으로 이렇게 절박한 심정이었다면 왜 대표직을 맡은 후, 당을 개혁하지 못하고 통합당의 이미지를 더럽히면서 국민과 유권자들이 외면하는 사람들을 가감하게 처리하지 못했는가.
홍준표 전 대표가 고향인 창녕지역을 떠나 제2의 험지인 양산에서 김두관 민주당 주자와의 승부를 애원했을 때는 못 이기는 척 양보했어야 했다. 물 한 방울이 쉼 없이 떨어지면 바위에 구멍을 내듯이 이길 수 있는 지역을 민주당에게 뺏기다보니 결국에는 180석이라는 의석을 민주당에게 상납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한 것은 여야 정당의 실제 득표수 차이는 그보다 훨씬 적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역구 선거 득표는 1434만 표 대 1191만표로 243만표 차였고, 득표율로는 49.9% 대 41.4%였다. 득표율 차는 8.5%포인트인데 당선자 수는 배로 벌어진 것이다. 승자 독식 체제인 소선거구제로 인해 수도권 121석 중 85%에 해당하는 103석을 여당이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의석수 차이는 6배가 넘지만 득표율 차이는 12%포인트다. 의석수로는 야당이 궤멸된 수준이지만 야당을 찍은 민심의 크기는 결코 그렇게 작지 않으나, 당선자 수만 놓고 보면 정권에 대한 지지가 반대의 두 배 가까운 것처럼 실감하게 한다.
통합당이 국민과 유권자의 관심을 되돌리려면 젊은 세대들의 눈높이에 맞는 능력있는 신인을 발굴해 대표주자로 세워야 할 것이다. 통합당의 잠룡으로 일컬어지든 중진 후보들이 대부분 낙선해 인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청년세대와 중도층을 아우르지 못하는 강성 이미지의 지도자가 통합당을 이끌어도 안 되고 이끌 수도 없다. 이번 총선을 통해 능력의 한계를 보인 황 교안 전 대표, 지난 대선에서 낙선한 홍준표 전 대표, 우왕좌왕한 유승민 의원이 통합당의 지도자가 되면 통합당의 미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홍 전 대표는 보수.우파에게는 사이다 같은 발언이 통할지 모르나 젊은 세대와 중도층을 끌어당기는 것은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초상집인 통합당에 맏상주 노롯할 똑바른 자식하나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맏상주가 돼서는 안 될 인물에게 당을 맡길 수는 없다. 막말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꼰대 이미지가 없이 청년과 중도층의 눈높이에 맞는 참신한 인물을 속히 찾아야 할 것이다. 당장은 초상난 통합당을 추스르며 맏상주 노릇이라도 제대로 할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 더욱이 보수.우파에만 목메면 차기 대선에서도 희망은 없다. 이것이 통합당이 살길이기 때문이다.
사천인터넷뉴스(mory252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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