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5월17일(화)맑음
아침에 경상대병원으로 가서 피검사하다. 내시경 검사를 하다. 위출혈이 조금 있다고 한다. 돌아와 하루 종일 쉬다. 오마이TV로 광주 금남로 5.18의거 기념행사를 시청하다.
2016년5월18일(수)맑음
누워서 쉬다. 최봉수 교수 동영상 강의 듣다. 저녁에 도향스님 강의 듣다.
2016년5월19일(목)맑음
우체국 가서 책과 글씨를 부치다. 점심 먹고 한 숨 자다. 잘못 걸려온 전화가 낮잠을 깨우다. 깨고 보니 오후를 공짜로 얻은 기분. 머리가 텅 비고 몸이 좀 가벼워지니 ‘空字공짜’라는 말이 떠오르고, 그러고 보니 오후에 별달리 할 일이 없다. 공짜로 얻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근데 무엇을 공짜로 얻었다는 건가? 모든 사람은 제 목숨을 지불하고 세상을 산다. 초인종이 울려 문을 여니 소암거사와 남자가 방금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온 품새로 서있다. 점심시간에서 짬을 내어 왔다. 호연거사가 선원 현관문이 빡빡하고, 현관 등의 센서가 작동하지 않으니 고쳐달라고 부탁했나보다. 확인한 결과 현관문은 여닫는 데 문제가 없고, 센서는 불량이라 교체해야한다. 할 일을 마치자 곧 돌아간다. 생계의 최전선에서 파견 나온 전투병을 만난 느낌이다. 그렇다. 자본주의는 살아있다. 온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움직이는 이유를 자본주의라는 말로 정의될 수 있다. 자본주의구조 속에서 개인들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은 천차만별이지만 몇 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자본가와 노동자, 그 중간에 위치한 기술자. 자본주의구조 속에서 생활해야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적 생각을 해야 사는 게 편리하다. 그리고 대부분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런데 불교는 자본주의구조 속에서 생활하더라도 비자본주의적 의식을 가지고 탈자본주의적 삶을 살라고 가르친다. 자본주의는 자연과 생물을 전부 자원(소비재)으로 보고 모든 사람들을 경제인(노동자인 동시에 소비자)으로 취급하게 만든다. 자본주의는 전 지구적 상황이며 곧 세계이며 미국 중심적 군사패권주의이다. 지구는 소비되고 인간은 욕망과잉(가해자)과 욕구불만(피해자)으로 고통에 휩싸여있다. 그래서 불교의 가르침은 더욱 더 신선하고 소중하다. 제도화된 탐욕(자본주의), 제도화된 악의(군사주의), 제도화된 망상(상업화된 매스컴)에서 해탈을 추구하는 불자의 정진은 개인적 해탈뿐만 아니라 사회적 해탈이란 양면 해탈을 지향한다.
오후에 일광과 지견스님 와서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서 같이 먹다. 설거지하고 나서 강가를 걷다. 서쪽 하늘에 붉게 걸린 낙조아래 왼쪽으론 대나무 숲이 길게 늘어서 있고 오른쪽엔 남강이 유유히 흘러, 그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낙조가 짙어져 어둑해지니 가로등이 밝아지고 반달이 선명해진다. 여기가 별유천지비인간이라, 짤츠부르그가 부럽지 않다.
稱病愼外出, 칭병신외출
看書長臥歇; 간서장와헐
滿窓春光飮, 만창춘광음
繞匝落照室. 요잡낙조실
병을 핑계 삼아 외출을 삼가고
책을 보다간 길게 누워 쉬기도 하네,
창 가득한 봄빛을 즐기다
저녁놀에 물든 방을 맴도네.
2016년5월20(금)맑음
오전에 한가람 문구에 가서 진주구슬을 사오다. 경상대병원 법당에 가서 염불하다. 홍보가 안 돼서 그런지 환자가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오후에 불단이 배달되다. 아미화와 불교용품점을 다니며 다기와 보시함, 진주구슬을 사오다. 티베트식 불단을 차리다. 만달라는 보기 좋게 차려졌다. 다기는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미국에 있는 불교용품센터에서 구매해야 할 것 같다. 저녁에 정안보살과 그의 사위가 과일을 사가지고 와서 큰 접시에 공양 올린다. 듬직한 사위가 부처님께 공양올린 마음을 내니 보기에 좋다. 밤에 Chagdu Tulku Tibetan Treasure에서 금과 은으로 도금된 다기 세트를 주문하다. 주문 번호 44726. 260$+69.65$(특급운송비)=329.65$. 내일 대구에서 스님들이 점안식에 참석하러 오기로 되어있다.
2016년5월21일(토)맑음
10시부터 석가모니불 탱화 점안불사 법요식 시작하다. 도향스님이 법주하시고 나는 바라제를 하다. 함께 하는 염불에 호흡이 잘 맞는다. 상당히 많은 불자가 참석했다. 관오사 주지 지우스님 오시다. 점심을 같이 하다. 차를 나누며 쉬다가 오후 독송정진 시작하다. 날마다 하는 기도문과 반야심경 21독, 참회문까지 독송하다. 지우스님과 촉석루로 가서 義庵의암을 보다. 아미화와 정안보살이 차 봉사하는 막사에 들렀다. 지우스님 대구로 돌아가시다. 선원으로 돌아와 독송에 참여하다. 오후6시 버스 타고 서울 오다. 10시 무렵 지월거사 댁에 도착하다. 씻고 쉬다.
2016년5월22일(일)맑음
지월거사가 점심으로 김밥을 만든다. 점심때가 되어서 사기순과 그의 친구(압구정동), 최윤영과 그의 친구(독일에서 시각디자인 공부하고 온 분)가 왔다. 점심을 먹고 난 후 명상 법회를 가지다. 우주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영원한 인생관으로서 대승보살의 길을 이해시키다. 그리고 부처님에 대한 예경과 삼귀의, 오계를 합송하고 호흡명상을 하다. 차를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오후4:20 버스타고 산청 대성사에서 쉬다.
2016년5월23일(월)맑음
연우담에서 회장단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점심 먹고 집에 돌아오다. 저녁에 도향스님 강의 하시다. 회장단이 보시함을 열어 창문교체비용과 두 분 스님의 보시로 사용하기로 하다.
2016년5월24일(화)비
오전10:30 죽향에서 초심반 강의하다. 여섯 분의 새 법우와 기존법우 다섯 분이 참석했다. 강의 마치고 점심 같이 하다. 오후2시에 경상대 병원에서 내시경 결과 보다. 위염이 좀 있어서 자극성 있는 음식 절제가 요한다. 오후7:30에 저녁 강의하다. 새 법우 네 분과 기존법우 아홉이 참석하였다.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를 읽어주면서 불교로 이끌어 들이다. 어린왕자와 싯다르타를 나란히 놓고 이야기 하다. <무문관에서 꽃이 되다> 삼성탄하 선사의 자서전을 읽다. 양심이 불성이라고 믿으며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다 가셨다. 근래에 이렇게 깨어있는 의식을 지닌 스님이 있었다는 게 놀랍다. 일본 영화 <사이보그 걸Cyborg Girl>을 야후yahoo에서 보다. 미래의 나(80살 된 나)가 현재의 나(20대의 나)에게 사이보그 걸을 보낸다. 이런 종류의 영화가 더러 있다. 현재의 나(20대의 나)와 미래의 나(80살 된 나)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사이보그 소녀는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 갔다 하는가? 타임머신이 장착된 사이보그 소녀가 시간을 왕래하며 주인공을 사랑한다는 발상은 공상과학Scifi이며 일본적이다. 사이보그 소녀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심리는 남성중심 여성관, 애욕, 유신견, 자아집착이다. 껍데기만 이리저리 바꿨지만 결국 애욕 즐김이다.
2016년5월25일(수)맑음
화창한 날씨. Tibetan Treasures에 주문한 은잔 일곱 개가 배달되었다. 씻어서 불단에 놓았다. 도향스님이 잔을 가지런해 놓고 청수물을 부어 올린다. 매일 칠지공양을 올리는 방식이다. 저녁에 도향스님 강의 경청하다.
2016년5월26일(목)맑음
오후에 죽향으로 나가 붓다프로젝트 2쇄본을 보다. 초판본 표지에서는 부처님 얼굴이 반으로 잘려졌었는데 2쇄본 표지에서는 온전한 얼굴을 한 부처님을 모시게 되어 좋다. 유투브에서 조용필의 노래를 듣다. 들꽃, 바람의 노래, 하얀 모래의 꿈, 꿈, 어제 오늘 그리고,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좋아한다. 7080세대의 꿈과 피 흘린 삶의 흔적을 느낀다. 우리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들꽃처럼 살아왔다. 하얀 모래의 꿈을 어제 오늘 그리고, 바람의 노래를 부른다.
<바람의 노래>는 대승행자의 길을 노래한다.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후렴)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아야 돼.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꿈>은 도시빈민과 노동자의 고통과 슬픔을 노래하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사람들은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네.
나는 지금 홀로 남아서
빌딩 속을 헤매다 초라한 골목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저기 저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슬퍼질 땐 차라리 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어제 오늘 그리고>은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자기를 돌아보라고 노래한다.
바람소리처럼
멀리 사라져간 인생길
우린 무슨 사랑 어떤 사랑했나?
텅 빈 가슴속에
가득 채울 것을 찾아서
우린 정처 없이 떠나가고 있네.
여기 길 떠나는
저기 방황하는 사람아
우린 모두같이 떠나가고 있구나.
끝없이 시작된 방황 속에서
어제도 오늘도
나는 울었네.
어제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오늘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남은 것은 무엇인가
어제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오늘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남은 것은 무엇인가
어떤 날은 웃고
어떤 날은 울고 우는데
어떤 꽃은 피고 어떤 꽃은 지고 있네.
오늘 찾지 못한
나의 알 수 없는 미련에
헤어날 수 없는 슬픔으로 있네.
여기 길 떠나는
저기 방황하는 사람아
우린 모두같이 떠나가고 있구나.
끝없이 시작된
방황 속에서
어제도 오늘도 나는 울었네.
어제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오늘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남은 것은 무엇인가
첫댓글 7080세대의 꿈과 삶의 흔적을 떠올리면 정말 눈물납니다...김수영의 시<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처럼 작은 일에만 분개할 수밖에 없었던 울분과 어떻게든 살아남아 잊지 않으려한 비겁함이 누더기같은 시간들~이제 참다운 의지처가 되어주겠다 하시는 여래를 믿습니다 다행이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