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간보호센터 경험을 토대로 느껴지는 바가 참으로 많습니다. 보름 남짓 보내면서 제가 직접 학교 운영할 때 매일 자녀를 학교에 보냈던 부모님 입장으로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뭐라도 보고 느끼고 배워오면 좋겠다라는 것이 첫째 마음, 우리 아들들 마음다치지 않게 선생님들이 인간적으로 잘 대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두번째,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세번째, 대략이 그랬습니다.
그 세 가지에서 크게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결국 보내기가 힘들겠구나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는, 제가 지난 날에 학교를 운영하며 태균이에게 했던 교육들이 소위 이 세계에서는 엘리트교육 위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수영에다 미술에다 도예에다 피아노까지...
아마 무리해가면서 늘 수영장까지 운영하려고 했던 이유도 태균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 수영이 주는 의미를 꼭 알려주고 싶었던 마음이었고, 수영장 덕분에 태균이도 참 행복해했습니다. 이런 시설들을 오래 유지못한 악재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계속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태균이가 뭐든지 잘 따라주고 열심히 하는 편이라서 나름 소득이 있었고, 그리고 운영하는 자의 아들이니 학교선생님들에게 '말을 못한다'는 사실은 태균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었던 듯 합니다. 가르쳐 보았던 선생님들 대부분 태균이의 노력과 작은 재능을 칭찬해주고 부추겨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악보와 건반에 숫자를 붙여 피아노건반을 누루던 수준에서 나름 악보를 보고 열손가락을 각각 피아노칠 수 있는 수준까지 간 일, 일주일에 서너번은 도예작업을 하고 미술교육도 받고... 그러고보니 엄마가 학교를 운영함으로써 태균이는 행복한 배움의 연속이었던 듯 합니다.
방과후에는 노래방에서 살다시피 했으니 이것도 큰 기쁨이었던 듯 합니다. 특히 발달학교 노래방은 조명시설이 좋아서 남아서 놀던 아이들이 늘 있었으니 태균이 이런 분위기도 너무 좋아한 듯 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끝까지 유지할 수 없었던, 치열한 현실과 이상의 갭을 좁히지못한 부족한 사업능력 등도 또 아쉽고, 그래도 이상을 쫒아 무리하게 시설을 잘 갖추려 애썼던 그 때가 그립고, 태균이 머리 속의 학교도 그런 활동이 가능한 곳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엄마학교가 없어진 후 처음 간 곳이 여기 주간보호센터였으니 프로그램이나 구성원, 자기가 받았던 개별레슨 속 관심들, 모두 너무 달랐을 것 같습니다. 영흥도에서의 도예수업도 태균이 삶에 너무 큰 기쁨이었기에 그런 교육에 대한 기대도 아직은 크게 남아있었을 듯 합니다.
'말을 못한다'는 것은 일반사회에 나오면 참으로 큰 장애라는 것을 모자가 간만에 현실 속에서 깨닫게 됩니다. 이런 편견에 대해 일언반구 반문할 필요는 전혀 없으나 아들이 엄마를 따라서 이상세계에 머리가 맞춰져 가고 있었던 현실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 것인지 제 스스로 답을 만들어내야 될 것 같습니다.
이번 경험은 태균이와 저에게 많은 점들을 시사해 줍니다. 깨닫게 해주는 것이 많습니다. 현실과 이상의 갭을 어떻게 줄여갈 것인가는 결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반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발달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장애를 다루는 기관에서 가질 수 밖에 없는 교육서비스의 중점사항을 비판할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다만 다수의 발달장애 아이들이 좀더 인간적인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대중을 향해 소리를 높여야하는 역할도 수행해가야 하고, 그리고 태균이 미래를 위해 진정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뭔가를 만들어 주어야 하지않나 싶습니다.
이제는 아무 것도 안하고 좀 쉬고 놀아야지! 하는 마음을 거두는 계기가 된다고 할까요? 미국에서도 왜 발달장애 부모들이 나서서 특수학교를 직접 설립하려 하는지 다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부모이기에...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아쉽고, 내 자식이기에 갖기 마련인 이상의 세계를 실현하고자 하는 부모는 있기 마련이고...
부모의 이상에는 아이가 뭔가를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저 내 자식이 행복했으면...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편견은 막아주었으면 하는 바램 정도이겠지요... 제가 이상으로 삼았던 학교운영은 실패했지만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은 아주 큰 것이라 이런 경험이 더욱 귀한 행복의 길로 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첫댓글 백퍼 공감함서 읽었습니다. 이번 사건이 전화위복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이상적인 길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합니다.🙏🍒‼️
대표님~잘 지내셨어요?^^
정말 오랜만에 카페 들어와 글을 읽었습니다
아이 어렸을때 우리세상 발달학교 토요일 수업도 하루지만 수영이랑 감통 수업 경험해 보았고요 우리세상 베이커리도 가봤었네요
그때 6살이던 아이가 지금 11살이 되었습니다
4학년이 되어 특수학교로 전학해서 나름
전보다 안정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때 행복한 자폐아 카페 읽으면서 많은 결정들을 해갔네요
그때가 그립고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