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영(33) 목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 4명과 기도 모임을 시작했다. 앞서 복음을 알고 있었지만 신앙생활이 심화하게 된 계기는 이 기도 모임이었다. 4명의 친구와 시작한 모임은 80명이 참석하는 예배로 성장했다. 최 목사는 “당시 모임 참석자 5명 중 4명이 목회를 하고 있다”며 “청소년기 접한 신앙이 삶 전체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천은광교회(김상기 목사)에서 4년간 사역하며 중·고교와 대안학교 여섯 곳에 예배 및 기독교 동아리 설립을 도왔다.
천다니엘(37) 서울 기쁨의교회(이요한 목사) 부목사는 학생선교사 파송을 강조했다. 서울 혜성교회(정명호 목사)에서 3년 6개월간 사역한 그는 종로구와 성북구 일대 일곱 곳 중·고교에 학교 교회를 세웠다. 천 목사는 “파송하는 숫자의 기준보다 우리가 모두 학생 선교사라는 정체성을 전했다”며 “한 학교에서 복음화가 시작되면 아이들 사이에 ‘나도 해볼까’ 하는 용기가 생겨난다”고 전했다.
교회학교가 위기인 상황에서 ‘학교 교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소년 사역단체 학원복음화인큐베이팅(대표 최새롬 목사)는 16일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길요나 목사)에서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 사역자 양성과정’ 세미나를 열었다.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은 지역 학교에 비신자를 대상으로 예배와 기도 모임을 세워 선교적 교회학교를 구축하는 운동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최새롬 목사는 “우리가 전도해야 할 아이들은 기독교 세계관이 없는 아이들”이라며 “일반 교회는 문턱이 높지만 교회가 학교에 동아리 형태로 들어갔을 때 그 문턱은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가 사역하고 있는 전국의 여덟 곳 중·고교에는 매주 6700여명의 학생이 점심시간 예배와 기독교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한국교회는 ‘다음세대가 사라진다’고 걱정하지만, 학교는 ‘이 많은 아이를 누가 교회로 데려갈까’ 고민한다”며 “교회 내 부서 단위를 넘어 교회 전체가 학교 내 작은 교회를 만들기 위해 섬김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학교 속으로 들어간 교회는 다음세대 이탈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1~11월 월례 조사를 통해 집계한 ‘2024 종교인식조사’ 발표를 보면 2024년 연령대별 기독교인 비율은 18~29세 13%, 30대 16%, 40대 20%, 50대 20%, 60대 23%, 70세 이상 29%로 파악됐다(33면 그래픽 참조).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기독교 인구도 적은 셈이다. 18~29세 기독교인 비율(13%)은 1년 만에 2% 포인트 감소했고 반대로 무종교인 응답자 중에선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비율이 늘었다. 18~29세에서는 10명 중 7명(69%)이 믿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했다. 내년도 한국교회 과제 역시 다음세대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전도학)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주된 이유는 ‘기독교가 내 인생에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있다”며 “2030세대는 변증법적 접근이 필요한 세대”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다음세대는 진정성 있게 신앙생활의 유익을 고민하고 있다”며 “신앙이 삶에 왜 필요한지 변증하고, 복음이 우리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교회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탄핵정국 취업난 저성장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종교성에 대한 다음세대의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신앙 고민에 답하면서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사역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장 사역자들은 교회가 다음세대 문화를 포용할 때 복음의 통로도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남빈 서울 뉴송처치 목사는 “예수님께서 안식일 법을 어기시면서 하신 사역은 생명을 구원하는 일”이라며 “비본질인 문화까지 문제 삼아 다음세대 전도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생명을 구하는 일엔 문화적 기준을 두지 말고, 복음을 받아들인 이들에겐 신앙의 모범을 강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 목사는 홍대 클럽을 예배당으로 바꾼 목회자다. 400여명에 달하는 교인 중 99%는 10~30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