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의 엘리베이트 앞에서부터 눈에 익은 환한 얼굴들의 모습들이 쏙쏙
나타났던 테마가 있던 2월의 월례회, 롯데시네마 가던날이 문득 생각난다.
동행해온 가족들의 나들이 모습이 가슴을 더 찡하게 했다.
자폐증을 가진 아이의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는 희망의 이야기 이거나,
불가능에 도전하려는 집념의 이야기 보다는 무던히도 흘렸던 가치있는
자신들의 땀방울의 진지함이 내겐 더 엄숙하게 전해져 왔는지도 모른다.
오로지 달리기를 위한 달리기 보다는 건강한 사고가 담긴 회원들의 온화한 미소가
담겨져 있던 그날의 환한 얼굴들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작년 시월에 있었던 단풍과 호수가 어우러진 환상의 코스인 춘천마라톤 장면이 나왔을땐
얼마나들 가슴 뭉클 했을까 싶다. 결승점을 골인할때의 순간을 떠올리면 아마도 금방 가슴에
전율이 일었을 것 같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오셨던 김인호 선배님 내외분,
김용권 선배님 내외분, 간만의 외출을 참으로 우아하고 세련되게 연출 하셨던 분들이다.
장성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영옥씨, 집사람이라며 수줍게 인사를 건네시던 분들...
항아리속의 오래된 장맛처럼, 낡은 일기장에 얹힌 세월의 향기처럼, 편안하고 담담하고
낯설지 않는 것이 나를 참으로 기쁘게 했다.
평범에서부터 한층 더 품위있게 전회원을 태운 테마가 있는 월례회로의 여행을 기획한
기획부의 센스와 잘 정돈되어 있는 원칙에의 리더를 확연하게 이끄는 서문수 회장님,
여행의 뒷바라지에 긴장감을 놓치 않던 임원진들의 모습이 참으로 곱던 2월 월례회였다.
***말아톤***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초원이 몸매는 끝내줘요~! ”
말아톤에서의 조승우는 참 귀엽다. 윤초원이란 인물을 자신의 것으로 표현해내는 그의 눈빛,
진지한 말투, 걷는 모습에서 잘 생긴 조승우란 배우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기존의 휴먼 드라마에서 벗어난 시나리오가 참 맘에 들었다. 자폐증 아들에 대한 주위의 경멸한 시선,
비뚤어져만 가는 둘째 아들, 남편의 방황등을 아주 섬세하고 치밀하게 어쩜 초원의 어머니를 냉정하게 환히 들여다 보게 했다.
어릴적 동물원에서 고의로 아이의 손을 놓아버린걸 기억하고 있는 초원이의 불쑥 내뱉는 말에 가슴이 섬뜩했다.
도저히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던 엄마의 원초적인 고백에서 오열을 토했다. 초코파이와 짜장면,
얼룩말을 지나치게 좋아하던 초원은 어쩜 엄마가 자기를 또 버릴까봐 엄마가 시키는건 정말이지 무조건 해 온걸까...
엄마의 서글픈 소원과 절절한 목표가 심리적으로 작용할 때 엄마의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서글픔이 일었다.
가족들의 상실감과 슬픔을 모조리 보여주면서도 어쩌면 또 재치있고 낙관적인 모성애를 참으로 사려깊게 풀어 나갔던 것 같다.
둘째 아들과 남편, 코치 선생님의 행위에 책임을 지게 하면서도 어쩜 우리들이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만들고
이해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처음엔 다들 힘들어 하면서도 진정한 동반자가 되어가는 희망적인 이야기...
자연스런 미소를 짓게 해주는 연한 상아색 파스텔톤 색이었다.
2005년, 2월 롯데시네마/ 정윤철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