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살 때 온 가족이 안흥교회에 다녔다.
내가 중3때 의정부로 이사간 후에도 부모님은 계속 그 교회 다니셨다.
안흥교회에서는 장로/권사라고 어깨에 힘주고 다닐 수 있지만 다른 교회에서는 낙동강 오리알일테니 당연하다.
안흥교회 담임 목사님은 강신경 목사님으로 수많은 사립학교들의 창립자이다.
예전에 한겨레 신문에서 사학재단의 족벌정도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
그 막강한 나경원 집안 재단이 2위였고, 강목사님의 신흥재단이 놀랍게도 1위였다.
그만큼 친인척들을 임직원으로 깔아놓은거다.
그런데 신흥재단 학교들에는 강목사님 의중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교회사람들마저 이중으로 깔려있다는 사실을 기자는 아마 몰랐을 것이다.
그 재단 운영이 투명했다고 주장할 수 없는게, 열린우리당 탄돌이 국회의원 강성종선배가 강목사님 아들인데 배임문제로 콩밥 좀 드셨다.
강목사님은 바쁘신 분이라 교회에 잘 못오시고 부목사님이 교회를 이끌었다.
어쩌다 오시면 설교는 강목사님이 하셨는데, 준비 할 시간도 없으셨는지 잘 못하셨다.
안흥교회를 거쳐 간 부목사님중 이건호 목사님이 있었다. 이건호 목사님과 사모님은 항상 타인에게 베푸는 삶을 사셨는데, 세상에
어떻게 이런 분들이 존재할까 신기할 정도였다. 심지어 설교까지 잘 하셨으니, 교인들 모두 이 분을 담임목사로 추대하고 싶어했다.
강목사님은 다른 일로 바쁘시고 이런 저런 직함도 많으시니 작은 안흥교회 담임목사라는 소소한 자리에 신경 안쓰실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모두의 착각이었다.
막상 그게 강목사님 귀에 들어가자 반대하셨고,
이건호 목사님을 추대하던 장로/집사님들도 강목사님의 뜻에 맞설 수 없었다.
우리 아버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교회 임직원들이 신흥재단 학교 직원이었던 것이다.
드믈게 오시던 강목사님은 위기감에서였는지 갑자기 교회에 자주 오시기 시작했고, 우리는 매주 그 분 설교를 들어야했다.
어느 날 참고있던 고등부 회장 병태형이 강목사님 설교 중간에 난데없이 손을 번쩍 들더니, 이건호 목사님이 설교 준비 잘 하셨는데 왜 이리 자주 오시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 후 안흥교회에서 이건호 목사님을 뵐 수 없었다…
아버지는 시간이 좀 지나면 강목사님 마음이 바뀌리라 생각하셨는지, 그후 가끔씩 이건호 목사님 소식 접할 때마다
"에이, 병태 그녀석..." 하셨다.
세월이 흘러 바쁘신 강목사님은 결국 담임목사 자리를 다른 분에게 넘겨주시고, 당회장이라는 상왕같은 직책을 만들어 물러나셨으니, 그때 보기 좋게 양보하셨더라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첫댓글 나이들수록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에 쉽게 물러나는 게 어려운 것 같습니다. 종교인이든 정치인이든
인간의 본성인듯합니다. 48 Laws of Power라는 처세술 책이 있는데 첫번째 법칙이 Never outshine the master...
@안재형 Never outshine the master.
절대 지기님보다 빛나면 안되지요. ^^
더 빛났으면 좋겠다.
지기님의 좋은능력도 가지고싶다.
부럽다. ㅎ
결국은 돈, 돈, 돈. 돈을 못번다면 사립학교니 하는것에 신경을 쓰겠나요?
오래됐는데 미국판 한국일보(인터넷이 없던시절)에 큰 광고가 났었습니다. LA에 있는 교회를 판다는 광고. 저는 교회 건물을 파는줄 알았는데 신도가 몇명이고 이런저런 내용을 올리고는 교회자체를 판다는 광고였습니다. 지금같이 셀폰이 있었으면 사진을 찍어두는건데..
근데 갑자기 생각나는것이 교회를 파는 사람이 누구고, 또 살수 있는 사람은 누군지. 교회자체를 사고 팔수있단 말인지. 혹시라도 누가 사겠다고 돈을 낸다면 판사람은 그 돈이 개인것이 되는지도 궁금했고. 그러면 교회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지. 교회를 누군가에게 팔면 그 교회신도들은 계속 그 교회에 헌금을 하는것인지. 아무리 돈이 최고인 세상이라고 해도 너무 한것이 아닌가 생각했었죠.
카토릭 신부들의 행동들을 100% 인정하는것은 아니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녀들을 "출세" 시켜야 하는 가장인 목사들로서는 돈과 동 떨어져서 살기가 매우 어려울것같은데 본인들은 그야말로 안개만 먹고사는 신선같이들 행동들을 하니 참나. 물론 아닌 목사들도 있지만요.
Never outshine the master.
진짜 마스터님 보다 빛나면 안되지요. ^^
더 빛나고 싶다. SAS MASTER 보다. ㅎ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전공분야 및 그 외에도~
역시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