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3. 23(금)
잎
을 떠나보낸 나무들이 하얀 새 옷을 차려 입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천 새마을 금고 문화센터 바둑강좌 회원들과 바둑 수업을 끝나고
⌜서해안 청소년 수련원(충남 서산시 운산면 원평리 산 394)」에 도착
한 시각은 오후 2시30분 경.
(왼쪽부터) 필자, 서해안 청소년 수련원 원장님,
부천 새마을 금고 문화센터 바둑강좌 윤장현, 김재명, 유준열 회원.
거기엔,
바둑을 지극히 사랑하시어 취미로 승화시키고 있는 원장님이 우리 일행
을 맞이해 주셨다.
소나무 군락을 이루는 카페로 안내되어 차 한 잔
으로 잠시 담소를 나누고 대국 장소로 옮겨갔다.
유리창 너머로 소나무가 즐비한 장소에서의 바둑
한판은 신선이 따로 없었다.
필자와 원장님간의 지도 대국
일상적이지 않는 모습은, 복닥거리며 이내 답답해 지는 도시 생활
하고 훌륭한 대비를 이룬다.
회원들은 바둑강좌 실전시간보다 더 진지하게 대국에 임하고 있었
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가슴 설레는 서해안 산속 아닌가.
크게 쳐 놓은 포위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면서 제 기량을 다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 필시 잘 두어야겠다는 중압감 탓은 아닐
는지.
허나,
아무려면 어떠랴.
승패를 떠나 잘못된 곳을 복기하는 동안에, 모두들 진지 모드로 무르
익으면서 즐기면 그만인 것을.
2판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저 아래 생활관 식당으로 내려갔을 때,
수련회를 온 중학생들이 왁자지껄 배식을 위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원 탁자에 빙 둘러 앉아 먹는 밥이 더없이 맛있는 것은 자연에 동화되
어서 일게다.
식사 후,
원장님 인솔 하에 둘레 길에 나섰다.
23년 전인 1995년,
서해안 청소년 수련원을 처음 갈고 닦은 무한 수
고가 여기저기 흔적으로 남아 있는 모습은 차라리
경외를 느낄 정도다.
기분 좋은 산책길에 어스름이 밀려오자 곧 바로 야간 바둑 手談수담 이
재개되었다.
소나무와 장작화로가 매치된 몽환적인 풍경을 어디에서 구할 것이냐.
바둑이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후퇴와 양보를 반복하더니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벼랑 끝 전술 속에서도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맛있는 떡이 야간 간식으로 날라 오고 마지막 판이 끝났을 때는 밤 9시
가 다가오고 있었다.
대국장 옆
토담집이 오늘 우리 일행이 하룻밤 묵을 방이었다.
오른쪽은 대국장이고, 계단 위는 오늘 하루 묵을 토담집
온돌방은 아까 낮에 미리 장작으로 군불을 지펴놨고, 솔향기는 창문을
타고 은은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과거 여행길 한옥마을 온돌방에서 여러 밤 지낸 적은 있지만 솔향기 풍
기는 장소에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이런 곳에선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現在현재 의 시간위에 過去과거 를 끊임없이 붙잡아 매두려는 마음은
부질없는 것.
감성 충만, 여기는 서해안 청소년 수련원.
서산 바둑여행의 밤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