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매월 발간하는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2024년 제 5호(Vol. 05, 2024년 5월 1일자, https://ruscis.hufs.ac.kr)에서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해외 소재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 효과를 집중 분석했다. 채병수씨(석사과정, 러시아CIS 경제 전공)가 쓴 '특별행정구역, 러시아 해외등록기업의 국내복귀 중심지'이다. 소개한다/편집자
**본 칼럼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학과와 바이러시아(www.buyruaaia21.com)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 해외 진출 러시아 기업들의 국내 복귀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국내 경제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기준, 러시아의 해외 직접투자 잔액 상위 5개 지역은 키프로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저지섬(영국령), 스위스로 모두 유럽연합(EU)와 영국령에 속해 있는데, 그 비중은 무려 전체의 78.1%에 달한다. 서방은 2022년 2월 러-우크라 사태 발발 이후, 대러시아 제재를 지속적으로 강화한 결과, 2024년 3월 기준, EU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법인(개인)은 약 2,1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해외 등록 러시아 기업들도 자산 동결 등을 우려해 러시아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해외 진출 기업이 국내로 유턴하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이다. 특히 세제 혜택 등의 이점이 있는 특별행정구역으로 돌아오는 것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특별행정구역이란
2013년 g20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자국 기업의 '오프 쇼어링'(Off-shoring: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조치 강구를 강조했다. 이듬해(2014년) 처음으로 해외 진출 러시아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위한 비즈니스 공간(특별행정구역)을 조성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지만, 현실화한 것은 2018년이다.
특별행정구역은 러시아 경제의 글로벌화, 자본·투자 유치, 기업에 유리한 행정 여건 조성, 지역 인프라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해외 소재 기업 중 러시아 관할권으로 법적 이전을 결정한 기업을 위해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통화 규제를 완화하는 경제구역이다.
러시아 정부는 2018년 8월 3일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州)와 극동 연해주에 특별행정구역을 조성하는 연방법 No. 291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칼리닌그라드주 옥타브리스키 섬과 연해주 루스키 섬 두 곳에 특별행정구역이 조성되었다. 옥타브리스키 섬은 유럽과 가깝고, 루스키 섬은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 가까운 장점을 갖고 있다. 물론 입주 조건과 혜택에는 차이가 없다.
특별행정구역에는 국제회사(International company) 또는 국제지주회사(International holding company) 자격으로 입주가 가능하고, 각각 5천만 루블과 3억 루블을 투자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국제지주회사의 경우, 국제회사가 누리는 유연한 외화 및 루블화 국외 송금, 입주 이전 기간에 대한 세무조사 금지, 선박 수입 시 부가가치세(VAT) 면제 등의 혜택 외에도 이윤세 과세표준에서 지질·광물 프로젝트와 관련된 수입·지출의 공제와 배당금·이자 로열티 지불 및 수령 시 우대세율 적용, 자회사 매각 이익에 대한 세금 면제 등의 추가 혜택이 주어진다.
연해주 루스키섬/사진출처:극동북극개발공사
◇특별행정구역으로의 리쇼어링
특별행정구역이 조성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러시아 기업들의 입주가 부진했으나 2022년부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2022년 2월 러-우크라 사태 발발로 러시아 기업에 대한 서방측의 제재가 가해지고, 이들의 해외 재산이 동결 및 압류되기 시작하자 많은 해외 등록 러시아 기업들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등록지를 러시아 내 특별행정구역으로 변경하기 시작했다.
특별행정구역 입주 시 법인 등록부상 설립자와 이사 관련 정보를 숨기는 것이 제도적으로 허용된 점도 등록지 이전 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푸틴 대통령이 애국주의에 호소하며 해외 등록 자국 기업들에 대한 국내 이전을 반복적으로 촉구했다는 점도 이런 흐름에 속도를 더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강력한 제재 국면에서는 해외 진출 러시아 기업들의 활동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서방에서 외부인으로 살지 말고 러시아로 돌아와 국가를 위해 일하고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호소가 작용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총 65개사에 그쳤던 특별행정구역 입주 러시아 기업 수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83개 사, 156개 사 증가해 총 300개 사를 돌파했으며, 총 누적 투자액도 670억 루블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러시아 주요 기업들의 리쇼어링이 괄목상대하다. 이를테면 IT기업 얀덱스의 모회사인 네덜란드 얀덱스NV가 매각한 러시아 사업 부문 회사는 작년 말 칼리닌그라드 특별행정구역에 입주했다. 9개의 항만 터미널과 47개 육상 터미널을 보유한 물류 지주사 Delo 그룹 산하 Global Ports도 올해 초 키프로스에서 연해주 특별행정구역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디지털 금융 기업인 Tinkoff의 모회사 'TKS 홀딩 컴퍼니'는 키프로스에서 국내로 복귀해 지난 2월 연해주 특별행정구역의 70번째 입주사가 되었다. 러시아 주요 농업회사인 Rusargo의 키프로스 소재 모회사 Ros Argo 역시 연해주 특별행정구역으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 특별행정구역의 투자 위축 가능성은?
러-우크라 사태가 장기화하고 대러 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특별행정구역은 러시아계 해외 등록 기업들에게는 해외에서 직면하는 계좌 개설·송금 등 금융거래의 에로뿐 아니라, 자산 통제 리스크 등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라는 특별행정구역 조성 목적이 퇴색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EU 이사회는 2023년 2월 14일 러시아의 세금 관련 문제에 대한 대화가 여전히 교착 상태이고, 또 러시아가 특별행정구역 내 국제지주회사를 위한 특별 세제의 유해한 측면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러시아를 조세 피난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조세 피난처로 지정되면 국가의 대외 신용도에 타격을 주어 EU 등 해외 기업의 대러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러-우크라 사태 이후 EU를 포함한 해외 기업의 대러 투자가 이미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고, 이 공백을 해외 진출 러시아 기업들의 리쇼어링으로 메꾸고 있어 EU의 조세 피난처 지정이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그렇게 크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러시아 내부에서 투자 위축 가능 요인을 찾는 관점도 있다. 일부 경제평론가는 러시아 당국이 특별행정구역 설치를 통해 기존의 엄격한 법률 적용을 완화하고 제재를 우려하는 러시아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고 있지만,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들은 이를테면 법적 안정성, 행정 절차 및 신뢰도 문제 등에서 해외와 국내의 비즈니스 환경 차이가 존재하므로 기업들이 오히려 해외에 계속 잔류하기를 희망한다고 주장한다.
◇향후 전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특별행정구역 등록 기업 수에서 볼 수 있듯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대러 제재가 강화되고 장기화하면 해외 등록 러시아 기업들의 특별행정구역 복귀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국으로 회귀한 기업들은 이전 등록을 통해 금융·세제 혜택과 더불어 자산 동결·압류 등 불안 요소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세수 증대와 자국 기업의 법적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복귀 기업을 통해 국내 경제와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극동 등 주요 전략 지역을 개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역민들에게 더 나은 생활 기반을 제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 해당 지역으로의 인구 유입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