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참 오랜만에 카페에 들러 제 자취를 남깁니다.
님들!
제가 문제 하나 내 볼 테니 맞춰 보실래요?
새장 속에 새 한 마리가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장에 문이 열려서 새가 새장 밖을 탈출해 날아갔습니다.
그러면 이 새는 새장 밖 세상 속에서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요?
지난 토요일 안식일 예배를 마치고 저는 다음날의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MT 때문에 일찍 출발하는 손길들과 함께 그들의 봉고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날의 최종 목적지는 어느 장애인 자립센터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 체험실.
전 그날 제 인생에서 매우 중대한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한평생 제 인생 전부를 요양원에 묶어두고 아무런 모험 없이 그대로 살아가느냐
아니면 제 인생 전부를 세상 속에 내던져 각고의 모험을 감행하며 살아가느냐를 결정하기 위해 마치 다이빙대에 오르는 다이빙 선수처럼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면서 차창 밖의 풍경을 말없이 응시하였죠.
의정부를 거치고 청량리역을 지나 약속시간인 7시가 좀 지나서 저의 목적지인 자립생활 체험실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동아리 방 넖비만한 크기에 체험실엔 저를 만나기 위해 자립센터의 소장을 비롯한 운영 진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기다리고 있었고 전 생애 두 번째 중대한 면접을 보게 됐습니다.
혹, 이 글을 읽어보시면서 도대체 장애인 자립생활이 뭐냐는 의문을 가지실 걸로 생각돼서 미흡하나마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그것은 우리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엄연한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래서 중증 장애를 가진 몸이지만 자기 스스로 보통의 님들처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갈 권리를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이라는 것인데...
그렇기 위해선 우리 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필수적인 제도가 활동보조인 제도이며 이것은 보통 가정집에서 가정부나 파출부를 고용해 쓰는 것처럼 수족을 못 쓰는 장애인이 직접 사람들(활동보조인)을 고용해 쓸 수 있도록 국가나 자치단체가 장애인을 지원해 주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장애인 자립센터의 역할은 자립생활을 시작하는 장애인들이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알려주고 활동보조인을 모집해 교육시키며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장애인 당사자 조직이라고 설명하면 될까요?
물론 이런 제도들은 다른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 전에 실현된 제도지만 우리 나라에선 아직 법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한참 못 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직도 우리 장애인들은 수많은 편견 속에서 지금 제가 살고있는 요양원처럼 세상 밖 외곽지대에 격리 수용되어 평생을 새장 속의 새처럼 살아가다가 새장 속에서 인생을 마쳐야만 하는 대다수의 우리네 장애인들.
이것이 지금 우리 나라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저는 모험을 선택했습니다. 체험실의 그들, 저보다 일찍 이 같은 모험 속에 앞장서 몸을 내던진 선배들은 신참내기인 저의 동참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첫댓글 용기를 가집시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후배장애인들을 위해 우리가 선구자로서 열심히 살아야하고 국가적으로 요구를 해야 합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선구자의 길은 멀고 험하다고요. 우리 열심히 각자의 길에서 일해 봅시다. 자립생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