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술계의 ‘뜨거운 감자’,
그 뿌리인 뮤지컬 <엘리자벳>의 대본을 며칠째 정리하다가 눈이 가물거려 머리도 식힐 겸 웹으로 슝~~~
7월 1일자 한겨레 기사 하나에 시선이 간다.
“대한민국예술원은 30일 ‘제67회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로 문학 부문에 김기택 시인, 음악 부문에 이건용 작곡가, 무용 부문에 양정수 현대무용가를 선정했다. 상금은 5천만 원이다. 올해 신설된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로는 문학 부문에 황유원 시인·정한아 소설가, 음악 부문에 신창용 피아노 연주자·전예은 작곡가, 무용 부문에 장혜림 한국무용가를 선정했다. 상금은 2500만 원이다.”
대한민국예술원상?
그런 게 있었나? 검색의 달인답게 후다닥 뒤지니... 있다.
대한민국예술원에서 대한민국 예술 발전이 지대한 공이 있는 예술인에게 주는 상이다.
이러저러 검색을 마친 후에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대한 공 끼칠 일 없는 존재다보니 (나로선) 당연히 모를 수밖에.
대한민국예술원상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예술가의 지위를 향상시킴으로써 민족문화의 창조발전에 공헌함을 목적으로 1955년 제정되었다.
시상부문은 문학, 미술, 음악, 연극·영화·무용 등 4개 부문으로 4명 이내에서 시상되고 있으며, 수상자는 현저한 공로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예술원 분과나 예술기관 및 단체장의 추천을 받은 사람 중에서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대한민국예술원(약칭 '예술원')
1952년 제정된 <문화보호법>에 의해 1954년 처음 만들어졌고, 1988년 근거법인 <대한민국예술원법>이 제정되었다. 예술원 회원의 정원은 100명으로 종신제다. 자격은 예술 경력 30년 이상인 자 중 예술 발전에 공적이 현저한 자다. 회원이 되면 (죽을 때까지) 매달 180만 원을 지원받는다.
cf. 유사 기관으로 교육부 산하에 대한민국학술원(학술원)이 있다. 인원/회원자격 등에서 예술원과 사소한 차이가 있다.
상금 허리가 부러졌나?
작년엔 1억이었는데, 올핸 5천이란다. 상금이라면 대개 늘면 늘었지 줄어들진 않는 법인데 요상하다.
(무수한 관련 글에 의하면) 예전부터 말 많고 탈 많더니, 그래서 줄었나?
뭐, 줄거나 말거나 어차피 받을 일 없으니 신경 끄셔!
그래도... (죽을 때까지) 매달 180
자꾸 시선이 간다. 거 참! 아무리 닦아내도 침이 계속 고인다.
내 경력을 살펴본다.
2004년 단행본을 기준으로 하니 경력 조건에 12년이 모자란다. 장르도 많이 다르고.
안 되는데...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고무줄 신공을 발휘해본다. 1985년 대학학보에 발표한 시를 꼬투리로 어찌어찌 30년 경력을 맞춰본다. 옳거니! 경력은 됐다 치고.
공적이 현저한 자라...
음... 공적 공적. 어느 정도여야 현저한 공적으로 쳐주는 걸까. 애기들 교과서에 실리면 현저한 공적으로 쳐줄라나? 지금부터 바짝 죄면 회갑 전엔 교과서에 실릴 시 하나 장만할 수 있으려나? 다시 무데뽀 신공을 발휘... 가능하다 치고.
그런데 곰곰 살펴보니
30년 경력의 교과서 등재 시인으로도 어째 좀 불안하다. <대한민국예술원법> 제5조 때문이다.
제5조(회원의 선출)
① 회원은 회원이나 예술원이 지정하는 해당 분야의 예술단체가 추천한 사람 중에서 회원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총회의 의결로 선출된다.
오마낫!
회원(혹 예술원 지정 예술단체)의 추천에, 심사위의 심사에, 총회의 의결이 필요하단다.
2022년 1월 기준, 예술원 회원 분류
고개 너머 산, 개울 건너 강
터지는 한숨을 억누르며 대체 어느 정도의 ‘레베루’... 문학부문 27인 명부를 살펴, 대충 분류해본다.
시: 김남조, 신경림, 황동규, 이근배, 오세영, 김후란, 정현종, 유안진, 신달자, 천양희, 최동호, 오탁번 (12인)
소설: 최일남, 김원일, 김주영, 윤흥길, 전상국, 서정인, 한말숙, 정연희, 오정희 (9인)
평론: 이어령, 유종호, 김우창, 김주연, 권영민, 김화영 (6인)
서넛 정체성 애매한 분이 계시지만
스테디셀러 작가에, 교수에, 장관까지 성명 3자만 들어도 지르르하다. 그렇다고 지리진 말고!
그런데 엥?
현저한 공이야 둘째 치고, 다들 먹고 살만한 분들이시잖아.
다달이 180, 연으로 2,160. 딱히 아쉬울 것 없으실 분들이잖아.
내 (고무줄&무데뽀) 경력&공헌이야 어차피 웃자고 한 얘기이나,
차고 넘치는 조건에도
세끼 걱정을 해야 하는 찐-분들
속 좀 쓰리시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