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는 입치리처럼 외 1편
남 태 식
그 아침 어떤 병의 예감도 없이
사내의 입술 왼 언저리에 입치리가 왔다.
그 날 사내는 한하늘의 부음을 들었다.
오래 전 한하늘은 사내에게
사내의 무지개가 되겠다고 했던가.
한하늘의 우물은 아늑했지만
그 때 이미 사내는 바람이었다.
붙박인 한하늘이 안으로 웅크리는 동안
사내는 가끔 돌아와 팔을 활짝 벌렸지만
마르지 않는 우물곁에서도
바람은 늘 더워서 조갈燥渴스러워 했다.
한하늘을 떠난 사내는
결국 제 무지개를 품었을까.
그 새벽 밤새 혼자 뒤척이던 한하늘은
웅크림을 풀고 우물을 벗어나
피가 빠지고 살이 녹고 뼈가 마르는
제 우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제는 제가 바람이 되어 사내에게 들러
사내의 곁에 잠시 머물렀던 것일까.
혹 외려 사내가 한하늘의 무지개?
그 겨울 입치리는 자주 사내를 찾았다.
오거나 가거나 어떤 병의 예감은 없었다.
세상에! 생각하는 심장이라니?
- 박성준 시‘기계들의 나라’
심장의 일입니다. 먼저 생각부터 하겠습니다.
클로스원캡슐 리피토정 크리스토정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
녹아내리는 근육들의 진창을 헤치며,
늙은 아비의 장력張力처럼 노쇠해져서
막히고 끊기는 물길을 트고 이으며,
발등까지 내려가 시려하다가
등짝에 납작 붙어 저려하다가
어깨에 올라앉아 뻐근해하면서,
끊어지는 물길을 마저 못 이어
발등이나 등짝이나 어깨 그 어디,
그 사이 어디 진창에서 허우적대다가
객사하면 어쩌나 고민도 하면서,
요즘 부쩍 내 심장은 외출이 잦지만,
활성화된 단층처럼 예민해져서
걷잡을 수 없는 격변激變에 휘둘릴까
주행 장치를 매일 새 것으로 갈아
오십 이하로 박동博動을 뚝 떨어뜨리고 다녀도,
아! 하는 두근거림에는 생각할 겨를 같은 것은 없는데,
두근거림 꾹 눌러놓고 먼저 생각부터 하고 마음 안 벗는,
세상에! 생각하는 심장이라니?
침대를 부수는 기계라니?
그런 젊음이라니?
나라라니?
남 태 식
2003년『리토피아』 등단, 시집 『망상가들의 마을』외, 김구용시문학상(2016)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