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 하루는 완전 휴식입니다.
어제 아무 생각없이 초저녁부터 호텔에서 와인 한 병 마시고 편하게 기절해서 꼭두새벽에 일어났는데.... 아차차. 오늘 일요일. 슈퍼고 뭐고 다 문닫는 걸 깜빡.
별수 없이 중앙역으로 가야겠습니다. 역 구내에 레베와 로즈만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는데 오늘 영업할지는 조금 걱정....
중앙역으로 가는 길. 멀어보이지만 걸어 10분 거리올시다.
라이프찌히 중앙역.
정중앙에 앉아 낚시대에 빨간 동전통을 달고 있군요. 엎드려 구걸하는 것 보다 당당해서 맘에 듭니다.
오... 독일식 족발 슈바인학센.
레스토랑에서 약 20유로 정도 하니 아주 저렴한 편입니다. 테이크 아웃했습니다. 저녁에 맥주 안주로 다가....
다행히 레베REWE 문을 열었군요.
장 바구니 들고 숙소로....낑낑.
세상에 ... 무슨 생각으로 맥주 10병과 와인을 오늘 다 마실거라고 한꺼번에 샀는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무거워 아주 죽을 맛입니다.
양송이 버섯까지.
숙소에 들어와 늦은 아침을 삼겹살로.... 아침에 삼겹살이라니 말도 안될 것 같지만 오늘 오전 수퍼마켓에서 보는 순간 군침이... 절절...
독일 삼겹 아주 맛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400g에 약 4,000원 정도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더우니 시원한 백포도주 한 잔. 독일 백포도주 유명합죠. 1병에 8천원 정도의 상당한 고급 와인올시다.
일용할 양식. 아침부터 중앙역에서 낑낑거리며 들고 오느라 생고생했습니다.
미지건하게 마셔야 하는 맥주들....
제일 왼쪽은 인근 수도원에서 사순절 금식기간에 마신다는 그 유명한 안데쉬 맥주. 그 옆은 밤베르크의 특산 수제 맥주 . 몇 년전 이 맥주를 마시기위해 하루를 왕창 비워 무려 3시간 기차를 갈아타며 밤베르크를 갔던 적도.... 있습죠. 이곳 수퍼에 있길래 반가운 생각에 한 병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저렴히 약 1,800원.
세번 째는 좀 흔한 것이긴 하지만 덴마크 국경 근처 바닷가 솨나이들의 맥주이고 네 번째 놈은 처음 보는 거라 그냥 백업용으로 구입했습니다. 다섯 번째의 바르슈타인도 흔한 병맥주이지만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에 적절한 맥주입죠.
부고.
근처의 할레(Halle)를 둘러보기 위해 호텔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와이파이로 문자를 확인했는데 부고가 날라들었습니다. 동국대 인도철학과에 재직하셨던 이지수 교수님의 부고입니다. 저의 석-박사 지도 교수님이기도 하고 한 연구실에서 꼬붕으로 10년간 모셨던 분이기도 합니다. 몇달 전까지도 쟁쟁하셨는데....
급히 호텔로 다시 들어와 사모님과 통화하고 뭐 이런저런 생각 가득한데 정리도 되지 않고 겨우 동료들에게 연락해서 조문을 부탁하고 나니 맥이 쭉 빠져버렸습니다.
오늘 나들이는 포기하고 자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지난 오월 스승의 날 쯤에 찾아 뵈었던게 위안이 됩니다.
맥도 풀린데다 피곤했는지 그 와중에 낮잠까지 자다 일어나 보니 벌써 저녁...
객지의 방구석에서 우울증을 앓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 밖으로 나왔습니다만 라이프찌히 구시가지가 워낙 좁아 1시간 동안 두 세 바퀴돌고 나니...
메피스토.
아우흐바흐 켈리 옆에 있는 술집올시다. 세상에나... 한 잔할 생각도 들지 않는군요.
늦은 저녁 숙소로 돌아와 애도의 마음으로 딱 한 잔.
명복을 빕니다.
남은 맥주는 내일 손선생이나 최선생에게 모두 기증해야 할 듯.... 아이고 허리야.
귀국하면 ... 아직 쟁쟁하신 분들이지만 교수님들께 수시로 문안 여쭈어야 겠습니다.
첫댓글 이지수 교수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