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은 저물고 눈보라 몰아치는데
1003번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눈에 덮여 시야는 흐리고
정류장 앞 거리에 눈 퍼붓는 모습 장엄한데
인적은 끊어져
고요하고
적막하다
도리 없는 기다림 그 사이
맑은 눈의 마음을 읽는다
귀 기울여 깊은 눈의 이야기를 듣는다
2
그래, 눈에 막힌 귀로에서
받아들이는 고심은 조금 과하다
오래 쌓인다해도
더러 세상이 파묻힌다해도
언젠간 눈은
녹아 물이 되어 사라짐이니
하얀 눈을 보며 얻는 사유는
결국 떠나는 모든 것에 침묵해야 한다는 것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것
조우하기 힘든 삶의 진실과 영화에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려면
세상사 깊이 참견하지 말고
순리에 따라 살아가면 될 일이다
3
눈발이 점점 가늘어지고
하늘색이 옅어지면
눈은 곧 그칠 것이다
더불어 눈과 함께 한 이 길도
끝이 날 것이다
이제 돌아가는 길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얼굴을 헹구고
생각을 가다듬는다
다시 귀로에 선다
눈의 호흡은 길어지고
추녀끝 눈꽃이 후두둑 떨어진다
https://youtube.com/watch?v=8Kkq5Wa8khI&si=VcyfOG9WFjaW4h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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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귀로에서 3
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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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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