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이른바 ‘풍년기근’에 기인한 농가의 눈물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국내 최대 곡창인 전남도와 과수산업 중심지인 경북도가 주요 농산물의 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 뭣 하나 농가의 살림살이에 도움이 된 농산물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니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대목에도 농촌경제에는 냉기만 돌고 농가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물가는 자고 나면 오르는데 농산물 가격은 내리막만 타고 있으니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그저 막막합니다.”
이는 올 들어 농촌 영농현장에서 마주치는 농업인들로부터 흔히 들어온 푸념이다. 그런데 이 말이 최근 전남도가 실시한 주요 농산물 가격조사 결과 괜한 엄살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남도는 서울 가락시장 도매가격을 기준으로 겨울배추·마늘·양파·봄감자·매실·배 등에 대해 성수기 가격동향을 조사해 봤다. 그랬더니 주요 농산물이 지난해에 비해서는 폭락 수준이고, 평년(최근 5년간 평균 가격)에 비해서도 대폭 하락해 경영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겨울배추의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고 평년대비해서는 반토막이 났다. 2만900여농가가 재배하는 양파도 절반이하로 폭락했고, 전남지역 4만여농가가 재배하고 있는 마늘 가격 역시 평년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전남도내 양파·마늘 재배농가가 6만여가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폭락으로 인한 농가 소득감소 규모는 수백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마늘전남협의회장인 양수원 고흥 녹동농협 조합장은 “농가의 일년 소득을 좌우하는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농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상여건과 작황, 경기상황 등에 따라 요동을 치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는 거의 모든 농산물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폭락해 농가 경영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북의 과수농가들도 추석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웃음기를 잃은 지 오래다.
경북도의 조사결과 주력 품목인 포도를 시작으로 복숭아와 사과·배 등 대표 과일들의 가격이 죽만 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의 경우 경북도 조사에서는 지난해 대비 가격이 20%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농가의 체감경기는 이와 다르다. 포도 재배농가 문희섭씨(67·상주시 모동면 이동2리)는 “값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열과(과실이 갈라지는 것)가 많아 실제 소득은 작년보다 절반이나 줄었다”면서 “설상가상으로 수확기 인건비마저 1~2만원이 올라 올해는 적자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복숭아 역시 10~15%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이는 시세표상 가격일 뿐이다. 이활규 영천 임고농협 조합장은 “특히 중·하품의 경우 가격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폭락해 재배농가들의 영농의욕마저 잃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배도 추석대목장에 대한 농가의 기대치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국내 최대 산지 과일시장인 안동도매시장의 경우 <홍로> 등 중생종 사과는 출하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신고> 배는 물량 증가로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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