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손
이홍사
총구에서는 언제나 화약 냄새가 났고 총알이 떨어졌다
발아래 어지럽게 늘린 탄피
그렇더라도 해는 잡아야 했다.
실패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란 언제나 없었지 단방에 명중시켜야 해 다시 실패하면 밀림 속에 날은 저물 터
마지막 남은 탄창을 장전하기에 너무 멀고 아득한 시간
새털구름 동쪽
풀 섶에 벗고 누웠던 해가 벌떡 일어나 산을 넘어가면 낭패인데
손은 떨리고 있는데
들개가 물어뜯다가 차버린 낮달 너덜너덜한 몸으로 박힌 밀림의 낮달로는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데
풀 섶에 누운 해의 그림자는 길었고 한쪽으로 흐르는
밀림의 나무들은 모두가 손이 없어
방향을 잃고 밀림에 갇혔는데
밀림은 침묵의 끈을 더 여미고
내 속에서 사라진 좌표를 찾고 있는데
주머니 가득 담아 돌아갈 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언제나 좌표가 너무 많았지
어느 나침반 어느 좌표를 읽어야 하는지
허공을 향해 총알을 마구 갈길 때 미얀마의 표정은 붉었고
길바닥에 떨어져 짓밟히는 타인의 붉은 울음
가장 기꺼운 위로는 무관심이랬지
탄창을 갈아 끼우는 시간
모든 표정이 손바닥 안으로 숨었고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시간
가늠자 속으로 들어온 해 겨누면
밀림의 손이 내미는 청구서는 뜨거운 바람
혓바닥으로 핥는 총구에서 다시 화약 냄새
명중인가
여기는 미얀마
밀림의 손을 잡았는데
손바닥에 무성한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