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소규모의 전원주택이라고 할지라도 완공에 이르기까지 거쳐야 할 단계는 너무나 많다. 거기에 예산문제, 공사기간, 각 공종별 관리사항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건축주는 물론 시공자 및 감리자는 이 모든 것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열쇠가 바로 CM(건설사업관리 : Construction Management)이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 기법을 기획특집의 주제로 정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 이해를 돕기 위해 바쁜 도심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CM을 통해 강원도 영월에 부모님을 위한 전원주택을 효과적으로 마련한 어느 건축주의 실사례를 지난 호에 이어 소개한다. 더욱이 그 주인공인 이광랑 씨는 대형건설업체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CM 전문가로 갈 길이 먼 건축주에게 혹은 전원주택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CM의 적용 방법에 대해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CM 은 전쟁터의 작전도?
자신의 주택이 하나하나 모습을 갖춰가며 지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있을까? 그렇다고 너무나 의욕이 앞선 나머지 전체 공정에 대한 세밀한 준비 없이 달려들게 되면 ‘열이면 열’ 낭패보기 십상이다.
공사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2~3개월 늦어지거나 결산 후 시공비가 예산보다 20~30% 증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마치 전쟁터와 같은 시공현장에서 작전도와 같은 CM이 필요한 것이다.
CM의 정의를 되짚어 보자. 초기단계부터 항목별로 전략을 세워 지속적으로 공정을 관리하여 위험요소와 변수를 거둬내고 예산 절감, 품질 향상, 공기 단축 효과까지 얻을 수 있게 하는 ‘건설사업관리(CM : Construction Management)’ 기법이 그것이다.
이는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및 감리자 등 건축을 둘러싼 각 주체들이 좀더 효율적인 시공환경을 구축하며 비용과 사업수행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한다.
투자비는 최소, 공사기간은 짧게
소규모의 전원주택이라도 각 단계별 관리해야 점들을 나열해 보면 너무나 많다. 거기에 세부적인 공정까지 들어가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항목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업무 범위와 역할 구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와 같은 체계를 세우는 CM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설계 및 시공에 건축주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고 하자 발생의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결과이다. 자연스럽게 시공기간을 단축시키며, 그만큼 시공비도 절감된다. 영월주택의 경우, 원가의 26%를 절감하였고 공사기간은 당초 예상보다 13%나 줄였다. 옥모르타르와 옥페인트 개발을 위해 준공시점을 다소 뒤로 미뤘던 점까지 감안하면 가볍게 볼 수 없는 결과다.
효율적인 공사를 위한 사전 점검 사항
CM은 국내에서 주로 대형 건축물의 건축에 적용됐지만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의 단계별 공사관리에 있어 대ㆍ중ㆍ소 규모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규모에 상관없이 CM을 통해 정확한 공정을 분석, 불필요한 시행착오와 비용 및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CM 의 주요 적용 방향
ㆍ초기단계의 경비운영계획 수립
ㆍ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에 대한 대책
ㆍ책임조항이 명확한 계약 체결로 공사지연 방지
ㆍ시공에 대한 사전검토와 공정별 관리로 재시공의 최소화
ㆍ적정공법을 활용한 공사기간 및 인력 절감
ㆍ핵심공정의 집중적인 관리
ㆍ시공 중 위기 상황에 대한 사전 예측
ㆍ관련자 간의 체계적인 협력체제 구축
이광랑 SK건설 KIPP팀 부장
“작은 것에서부터 CM은 시작됩니다”
고향인 강원도 영월에 부모님을 위해 전원주택을 마련한 이광랑 씨는 대규모 건설사업관리(CM) 프로젝트를 다년간 수행해 온, 이 분야에 관한한 전문가로 통한다. 중앙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건설사업관리’를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고, 바쁜 직장생활과 병행하여 9권이나 되는 관련서적을 집필하여 건설업계에서 처음으로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된 바 있다. 사전계획부터 준공까지 소매를 걷어붙이고 1년여를 넘게 매달린 영월주택의 건축노하우를 들어본다.
Q 사전 정보와 자료 수집은 어떻게?
A 주택관련 전문서적이나, 잡지,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조정해 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나름대로 기준과 방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둘 쌓이다 보면 공정별 상황마다 의사결정에 대한 근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죠. 그래서 기획단계에서의 자료 및 정보 수집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주변사람들의 경험이나 단편적인 사실에 솔깃해 일을 하다보면 자칫 건축과정의 전체 흐름을 흩트리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습니다.
Q 예산 수립 시 감안할 점은?
A 기획단계에서 예산수립은 크게 토지매입, 건축, 각종 세제에 대한 자금으로 나누어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출항목별로 짜임새 있는 예산편성이 가능합니다.
더구나 예산수립 항목을 건축과정별로 기입하다보면 건축과정 전체에 대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예정에 없던 추가비용의 발생도 막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적측량비, 사도개설비, 각종 세금에 대한 예산을 짜지 않아 토지구입단계에서 많은 경비를 지출하면 정작 시공단계에서 마감재 선택 시 값싼 재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후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Q 까다로운 부지 조성과정은 어떻게 진행했는지?
A 땅을 구입하여 소유한다고 해서 아무 곳이나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지목이 대지로 변경되어야 가능합니다. 현재의 지목이 농지나 임야라면 일정한 비용을 들여 대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농지에 집을 짓기 위해 대지로 변경하는 절차를 ‘농지전용’이라 하는데, 그 절차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농지전용은 원칙적으로 땅주인만이 신청할 수 있고 또한 소유권을 이전하는 그 해에는 전용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땅을 매입한 해에 집을 지어야 할 사항이라면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 토지소유자로부터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 전용허가를 받은 뒤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 전용허가를 신청하면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비용절감을 위해 농지전용절차를 직접 밟기도 하는데, 실질적으로 설계사무소에 의뢰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건축 관련 일을 해본 경험이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일반인이 하기에 전용허가 절차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사실 임야를 형질변경 하는 것이 농지전용을 받는 것보다 수월합니다. 농지보다 규제도 적은 편이며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그러나 대개 규모가 크다보니 일반인에게 적당한 작은 평수를 찾기가 힘든 것이 흠입니다.
또한 임야는 마을에서 외진 곳에 있거나 도로에서 떨어져 있고 경사가 있다면 개발비가 많이 들 수도 있으므로 구입하기 전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도로를 내고 경사지를 평탄지로 만들고 축대와 옹벽을 쌓는 등 토목공사 비용이 예산에 비해 크게 초과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운 좋게 밭 사이에 있는 임야를 매입하여 큰 경비를 들이지 않고 주택을 앉힐 수 있었습니다.
Q 설계의 중요성에 대하여 짚어 본다면?
A 보통 60평 이하의 전원주택은 시공을 의뢰한 업체에서 실시설계까지 수반해서 작업을 해주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시공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60평 이상의 전원주택은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건축사에게 설계를 맡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설계를 맡길 때는 필요한 방 개수와 내부 공간 크기, 외관과 지붕의 모양 등과 같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공에 들어가면 설계변경이 쉽지 않고 설계변경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공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집의 모양은 물론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죠. 시공을 의뢰할 때는 정확한 대지 위치와 땅의 평수, 토지이용계획확인서, 토지(임야)대장, 현장사진 등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Q 시공 과정에서 건축주의 역할은?
A 건축주가 적어도 1주일 단위로 시공과정을 문서와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사가 완공된 후, 혹 부실시공이 문제될 때 이는 중요한 자료가 되므로 시공업체나 감리자에게만 맡기지 말고 건축주 자신이 꼼꼼히 챙기고 확인해 두는 게 좋습니다.
하자보수에 관한 사항은 법과 계약서에 의해서 보장되지만 실제로 하자가 발생하면 건축주는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꼼꼼하게 하자점검을 하고 만약 하자가 생긴다면 공사비 결산 전 시공사에 시정요구를 해야 합니다.
Q 기타 주의할 점에 대한 도움말은?
A 자신의 집이 고급주택에 해당하지는 않은지 세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일반인들이 세금부과에 대한 기초지식 없이 도시의 삭막함을 벗어나고자 무조건 크게 건축하면 낭패 보기 쉽습니다. 만약에 세법에 규정된 고급주택으로 판명되면 5배에 달하는 세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전원속의 내집` 11월호 에서 발취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