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1일 창의포럼의 연사는 하일성 야구 해설위원이다.
하일성
해설위원은 1979년 야구해설위원으로 방송계에 입문해
구수한 입담으로 40년간 야구 해설위원 및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11대
한국야구위원회(KOB)사무총장을
역임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금메달 수상.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준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제31회 한국방송대상 스포츠
해설가상(2004), 제일화재 프로야구 대상
공로상(2006)을 수상했다. 현 KBS
N 스포츠 해설자이며 스카이엔터테인먼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강의라기보다
야구인생 40년을
경험하며 느끼고 체득한 인생이야기로 들어달라는 말로 서두를 시작했다
< 진짜
프로는 승부를 전제로 게임을 하듯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다 >
나는 40년간을
야구해설자로 최고의 프로 인생을 살았고 남이 보기에는 성공적인 삶을 산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나 남과의 경쟁을 부와 명예를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오로지 이기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려갔다. 그 결과
심근경색, 위종양, 담낭
이상으로 큰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아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진짜 프로는
승부를 전제로 게임을 하듯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다. 남과의
경쟁과 승부를 즐기지 못하고 바쁘게 취미도 없이 일과 술만으로 살아온 내 자신은 실패한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이기기
위한 승부가 아니라 게임을 하듯 즐겁게 일하고 즐기기 위한 승부여야
한다. 프로인
여러분도 여러분이 하는 일을 게임 하듯 즐기며 해야 한다. 즐기지
못하면 작은 것은 얻을 줄 모르나 큰 승부에는 지는 것이다.
< 또 다른
친구 >
여러분은 뱃사람이 언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느냐? 대부분이
고기를 많이 잡았을 때 행복할거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진짜
뱃사람이 행복한 때는 건강한 모습으로 뱃전에 앉아 있을 때이다. 오래전
이장우 아나운서가 술자리에 내게 한말이다. 40년
야구해설위원으로 살아오면서 일과
술에만 집착하며 살아 심근경색이란 병을 얻었고 8시간반
대수술후 깨어나 중환자실에서 곰곰이 내자신을 돌아 보았다. 40년
야구인생을 살면서 바닷물에 발을 담가본적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쫒기듯 일과 술만으로 인생을 살았다. 고기를 많이
잡을 줄만 알았지 뱃전에서 행복을 느껴보지 못했다. 즉, 일을 즐기지
못한 것이다. 아프기
전에는 그 말뜻을 잘 몰랐다. 지인들이
병문안을 많이 왔다. 그때 가장
기억에 남은 분이 코메디언 구봉서 선배님이다. 그는 ‘야
임마, 괜찮아? 병하고
싸우지마. 괜히 힘만
빠져. 이기지도
못해. 좋은 친구
생겼다고 생각해라. 같이 잘 지내다
가는거야~~’ 하셨다. 그말을
듣고야 머리가 맑아졌다. 정답을 찾은
것이다.
< 김연아
선수- 자기와의
싸움 >
우리는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이다. 경직된
승부로는 큰 승부를 낼 수 없다.
2009년 3월 LA는 스포츠열기로 가득
했다. WBC
2회 대회와
세계피겨선수권 대회가 동시에 열렸다. 내가 WBC 대한민국
단장을 맡을 때였다. LA 본선 피겨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LA 공항에서
인터뷰 하는
김연아 선수를 방송에서 보았다. 라이벌
아사다마오 선수의 신기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됐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는 ‘제가 LA에 온건
아사다마오와 싸우기 위해 온게 아닙니다. 제게
주어진 4분이란
시간동안 제자신이 얼마나 즐길수 있는지 저와의 싸움을 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난 이말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정말 멋진 대답이
아닌가. 이때 김연아
선수 나이가 18살이었다. 그날 김연아 선수에게 홀딱 반했고
이후 왕팬이 되었다. 김연아 선수가
세계최고가 된 것은 남과의 경쟁이 아닌 자기일을 즐겼기 때문이다.
< 프로는
도전이 생명이다 >
도전은 프로의
생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과를 두려워해 도전을 기피한다.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도전을 했느냐 안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실패를 받아들여 원인을 분석하고 고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패가 운이 나빠서였다고 핑계를
댄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운이란
없다. 운도 실력이다. 이기는
사람이 강한 것이다. 아마추어는
과정을 중요시하지만 프로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조깅을 예로
들어보자. 아마추어는 취미, 건강, 레저, 기분전환을
위해서 조깅을 하지만 한계를 도달하기 전까지만 한다. 그러나 프로인
이봉주, 황영조는 이기기
위해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달린다.
이승엽 선수 이야기를
해보자.
2003년
그는 56개 홈런을 쳤다. 그날
기자회견에서 ‘저는
이제 한국을 떠난다. 한국에서는
이제 목표를 잃어버렸다. 저는
야구선수이다. 선수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라고 했다. 삼성에서
계약금 120억원에 연봉 10억원을 제시했으나 그는 한국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마다하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의 나이 27살 때 였다. 정말 프로답지
아니한가? 어떠한 결과에 만족을 느끼고 거기에
안주하면 그는 프로가 아니다.
< 한국인의
승부 근성 >
한국인은 이성적
승부보다 감정적 승부에 강하다. 고스톱 칠때 패를 바닥에 힘껏
내려쳐야 직성이 풀리고 카지노에 가더라도 돈을 따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나 유럽인은 게임으로 생각하고
즐기며 한다.
1990년도에
중국(당시 중공)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다. 그때만 해도 중국을 가기가 어려운
시기였다. 나도 야구단을 이끌고 중국에
갔다. 너도 나도 쇼핑하면 한약재를 샀는데
특히 동인당 우황청심환이 단연 인기였다. 한국인이 싹쓸이를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들여오다 보니
세관에서 한약재를 못 들어오게 했다. 그러자 한국에 가져가지 못하니
먹고나 가자는
심산으로 마오타이 술에 참치 통조림, 우황청심환을 20개씩을 안주삼아 술을
마셨다. 나중에 한의사 친구에게 자랑삼아
이야기했더니한번에 청심환 20개 먹으면
죽었을텐데 ‘가짜약’이어서 살았다고
했다.
< 장점을
살려라 - 전문가
시대 >
20년전
롯데자이언트에는 1,2군을 합쳐 70명의 선수가
있고 1군에 26명의 선수가
있었다. 김용희 감독이 이끄는 이곳에는 시합도
안나오는데 1군으로 등록된 선수가
있었다. 한번은 하도 이상해서
물었다. 시합도 안나오는 선수가
어떻게 1군에 있냐고... 그 선수는 시합에 나오지는 않지만
상대팀 선수를 묘하게 열받게 해서 게임을 망치게 하는 특기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남다른
전문성이
있으면 살아 남는거다. 여러분도 단점은 과감히 잊어버리고 장점을
살려야 한다. 1군 선수는 시합에 지고 나오면
표정부터 벌써 다르다.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낼 줄
안다. 그러나 2군 선수는 시합에서 졌는지 이겼는지
그 표정을 보고는 알 수가 없다. 팀의 승부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것이다. 우리인생도
어떠한 승부근성과 마인드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1군
인생도 될 수 있고 2군
인생도 될 수 있는 것이다.
< 베이징
올림픽 감독선임 >
2006년 5월 KBO 사무총장으로 부임하고 프로야구에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고 싶었다. 이때 1년 야구
관중이 320만명 밖에 안될
때이다. 프로야구
침체기였다. 개혁의
최종목적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동메달을 목표로 하고 두산베어스의
김경문 감독을 고심해서 선임했다. 나이나 경험으로 보나 올림픽
감독으로는 적당하기 않다는 평이 많았지만 그를 감독으로 밀어붙였다.
2006년 4월의 일이다. 두산베어스과 엘지트윈스가 프로야구
개막전을 하는데 공교롭게도 양팀 구단주가 나란이 참석했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두산은 5:4로 앞 선 상황에서 이재영 투수로
바꾸어 상승세를 잘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9회말에 투수를 구자운 선수로
교체했다. 결국 두산은 8:5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긴 게임을 왜 투수를 교체해 지고
말았냐고 물으니 ‘지운이는 우리팀
마무리 투수입니다. 재영이가 잘
던진다고 마무리까지 맡긴다면 자운이와 저의 약속은 깨지는 겁니다. 이 경기보다
남은 경기가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지는줄을 알면서도 선수와의 약속과
신뢰를 지킨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승부이면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소신과 뚝심을 믿고 그를
감독으로 임명한 것이다.
<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선수 선발 >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 선수 선발도
본인에게 일임해 달라고 요청하며 야구기술을 배제하고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강한 젊고 스피디한 선수들을 뽑겠다고 했다. 뽑아놓은 선수들을 보니
한심했다. 1.5군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
선수들이었다. 이 선수들이 아니면 자기는
감독직을 그만두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선수선발을 가지고
모욕적인 기사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예선 첫상대인
미국에게 이기고, 두번째인
캐나다에 1점차로 이기고, 일본과는 6:0으로 이겼다. 그곳 날씨는 습하고
더웠다. 하지만 컨디션에 지장이 있어
새벽 2-3시엔 스텝들에게 방마다 에어컨을
끄도록 했다. 그런데 이택근
선수가 매일 새벽 방마다 에어컨을 끄고 다닌다고 했다. 선수가
운동을 해야지 그런 일을 하면 안되서 혼낼 요량으로 불러 이야기 했다. 그는 ‘저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베이징에 왔습니다. 그러나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팀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우리팀이 왜 이기는가를 그때
알았다. 선수들의 이러한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믿는다.
< 동기부여 >
야구가 대한민국
남자 구기종목 사상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 획득했다. 모두 젊은 선수들이니만큼 스피드가
우수했고 국가대표 22명 가운데 13명이
군미필자였다. 송승준은 10월 영장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준결승 상대인 일본을 이기면 병역을
면제 받는다. 군면제 만큼 확실한 동기부여가 어디
있겠는가? 일본을 6:2로 이겨 은메달을
확보했다. 코끼리만큼 큰 덩치의
이대호(130kg)와 송승준(110kg) 선수 둘이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에
가슴 찡했다. 결국 쿠바와의 결승전에 승리해서
기적같이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동기부여는 일에
열정과 목표를 만들게 한다.
<마무리
말 >
여러분은 KIST의 가족이란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 인생에 동기부여를 해야합니다. 그게 프로로서 사는
방법입니다. 나는 왜 이
직업을 선택했나, 난 왜 이 일을 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시면 일에
대한 열정과 목표가 생깁니다. 분명한 동기부여로 인생을 산다면
회사가 주는 동기부여는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프로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남이 나를 프로라고 인정하는 것은
필요 없습니다. 내
자신을 내가 프로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내 자신에게 화를 낼 수 있습니다. 도전은 결과와는 관련이 없고
도전하는 그자체가
중요합니다. 운도 강한 사람 쪽에
있습니다. 운도 결국 실력인
것입니다. 야구 유니폼을
보면 가슴에는 팀이름이, 등에는
선수이름이 써 있듯이 항상
본인보다 회사가 먼저라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KIST 이동주 팀장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