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텅빈 나무로 만든 말 안에 숨어 있는 트로이 전쟁의 그리스 군대처럼 한 그룹의 소행성들이 마치 혜성처럼 위장해 있는 것은 아닐까? 이중 트로이 소행성 파트로클로스(Patroculus)에 대한 관측을 수행한 마우나 케아(Mauna Kea)의 W. M. 켁(W.M. Keck) 천문대의 천문학자들은 고대의 혜성이나 우주공간의 먼지가 태양과 목성 사이의 중간지대의 인력에 끌려있는지 여부를 궁금해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분교의 프랑크 마치스(Franck Marchis) 박사는 국제 천문학자 연구팀과 함께 혜성의 구성이나 밀도가 매우 유사한 파트로클로스 시스템을 발견했다. 이 구성물은 물보다는 밀도가 적은 것으로 투과성의 물질로 눈과 같으며 물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2월 2일자 '네이처'에 보고된 논문에서 이 연구결과는 어떻게 트로이 소행성이 현재 태양계의 위치로 이동했으며 어떻게 이중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는가에 대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트로이 소행성군은 태양의 주변을 돌면서 목성의 전반부 60도와 후반부 60도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작으며 매우 희미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지상 망원경으로도 관측되기 힘들다. 지상의 레이저 가이드 항성 적응성 광학(Laser Guide Star Adaptive Optics, LGS-AO)과 나트륨 레이저를 이용한 이미지-정정 기술(image-correcting technology)은 과학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자세하게 소행성을 관찰할 수 있게 한다. LGS-AO 시스템은 켁 천문대의 켁 II 10-미터 천체 망원경에 설치되어 천체의 이미지를 관측하는데 있어서 발생하는 지구의 대기로 인한 흐릿한 효과를 제거하고 세계에서 가장 세밀한 적외선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적응성 광학 과학자이며 켁 천문대에서 LGS-AO 과학장비를 조종하는 팀을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르 미그넌트(David Le Mignant) 박사는 "우주천체망원경은 원거리의 태양계 물체를 관측하는데 매우 중요한 장비이다. 하지만 레이저 가이드 항성 적응성 광학 시스템을 적재한 거대한 지상의 천체망원경은 좀더 많은 빛을 모으고 좀더 자세하게 물체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한다. LGS-AO를 이용하여 우리는 태양계의 다른 물체의 군집을 관측할 수 있다. 이 물체들은 파트로클로스처럼 희미하고 작은 물체와 명왕성 외곽에 존재하는 물체처럼 원거리 물체를 관측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현대 이론에 따르면, 트로이 소행성은 태양계의 단단한 물체들의 나머지가 형성되는 시기에 태양성운에서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파트로클로스 소행성은 이전에 직경이 150킬로미터 정도의 단일 물체로 생각되었지만, 최근 하와이의 제미니 북부 천문대(Gemini North telescope)의 관측에 따르면 파트로클로스는 실제로 두 개의 물체로 이루어졌으며 이것은 최초의 이중 트로이 소행성으로 밝혀졌다. 이 이중 소행성의 발견에서 이 두 물체가 그 크기 면에서 거의 일치한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마치스 박사의 연구팀은 최대로 그 넓이가 122킬로미터의 크기이며 작은 소행성은 112킬로미터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두 가지 물체는 4일에 한번씩 서로의 중력중심점을 돌고 있으며 그 거리는 680킬로미터이다. 이 물체들의 이름은 호머의 일리아드에 나오는 영웅들의 이름을 딴 것이다. 파트리클로스 소행성은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 군의 영웅으로 나오는 아킬레스의 친구이며 동료의 이름을 딴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소행성 벨트지역에는 많은 트로이 소행성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들은 가장 적응력이 높은 광학시스템을 사용해도 너무 희미해서 공간적인 고화상도를 얻을 수 없다. 프랑크 마치스 박사는 "레이저 가이드 항성 시스템은 지상관측에서 놀라운 기술이다. 이러한 능력을 이용하여 우리는 정규적으로 태양계에서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소규모 물체를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켁 천문대의 적응성 광학연구팀이 우리의 연구결과를 가져오도록 한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태양계에서 소규모 물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속도로 충돌하면서 더 조그만 파편조각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파트로클로스는 이러한 형식으로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파트로클로스 크기의 소행성은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충돌을 경험했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 소행성이 이중 소행성의 형태를 갖게 되었는가의 문제이다.
새로운 연구결과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파트로클로스가 태양계의 역사에서 매우 초기단계인 45억 년 전에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이론화하고 있다. 파트로클로스는 아마도 태양계의 천왕성 바깥 쪽에 형성되어 있는 지역인 쿠이퍼 벨트의 물체들이 형성되는 것과 유사하게 태양계의 형성단계에서 융합단계에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보인다. 최근 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거대한 가스행성들이 외곽으로 향하고 중력에 있어서 이웃에 존재하는 미행성들을 제거해 나갔다. 이들 물체 중에서 일부는 그 과정에서 목성과 태양 사이에 존재하는 중력에 있어서 안정적인 라그랑쥬 포인트(Lagrangian point)에 잡히게 되었을 것이다.
파트리클로스의 경우는 좀더 복잡할 것이다. 수십억 년 전에 파트리클로스가 목성과 조우하면서 이 거대한 행성의 인력권에 끌리게 된다. 이 엄청난 목성의 중력은 지구의 중력보다 3배는 강력하며 이 물체들은 산산조각 나면서 소위 ‘파동분할 (tidal splitting)’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마치스 박사는 "파트로클로스 시스템은 근지구 이중 소행성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근지구 이중 소행성은 행성과의 조우과정에서 파동분할을 겪으면서 형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공동연구자들이 보고한 논문에서 트로이 소행성은 목성과의 조우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생각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주요 소행성 벨트 지역에서 전형적으로 두 개 이상의 각기 다른 형태의 물체로 이루어진 이중 소행성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원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이론과는 다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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