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윤보인 단편 '압구정 현대를 사지 못해서'에서 보는 물질과 사랑
민병식
아윤보인(1979 ~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에 소설 ‘뱀’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주요작품으로 ‘재령’, ‘밤의 고아’, ‘나무 옆 의자’ 등이 있다.
윤보인 작가
작품은 주인공인 '나'는 고아원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좋게 말하면 다주택자, 갭 투자자이고 나쁘게 말하면 집을 여러채 가진 부동산 투기꾼이다. 다. '나'는 고아로 매 맞는 것이 싫어 고아원을 탈출해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학에 입학했다.미팅에서 장은주라는 여자를 만났다. 담배를 꺼내 물고 압구정에 산다고 말한 은주는 흰티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다녔고, 야구 모자를 즐겨 썼다. 은주는 새엄마에게 받아낸 돈으로 운동화며 옷을 사주었고, 자취방 월세도 몇 번 내주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은주는 '내' 가난의 해방구가 되어 주었지만 결혼만큼은 다른 남자와 했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 살았다. 거기서 사내아이를 하나 낳았다. 나는 대학을 그만두고 시장에서 양말장사, 탑 차 운전 등 별의별 고생을 다 하다가 중소기업에 겨우 취직을 했다. 욕 처먹으면서 간신히 일을 배웠고 이를 악물고 사업체를 차렸고, 언젠가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를 꼭 사고야 말리라는 각오로 부동산 갭 투자를 했다. 이젠 결혼을 해서 처자식도 생겼고 끼니 걱정도 안 하고 산다.
나는 은주와 헤어진 이후 몇 명의 여자를 만났지만 은주를 잊지 못했다. 은주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가기도 했지만 은주의 반응은 시원찮다. 어느 날 그녀의 아들이 나타났다. 은주가 오래전 미국에서 남편과 이혼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병세가 악화되어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른다고 한다. 며칠 뒤 은주는 눈을 감았고, 나는 그녀의 아들을 데리고 거제도 중곡동에 위치한 20년이 넘은 소형 아파트를 그녀의 아들 명의로 사주었다. 그것도 갭 투자다.
‘압구정 현대가 아니어서, 미안하다. 은주야. 미국으로 가버린 네가 다시 돌아와 나와 같이 압구정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가끔 했다.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퇴근 후에 돌아온 나를, 가방을 받아줄 너를 상상했다’
-본문 중에서
주인공에게 예전에 은주가 살았던 압구정은 은주와 살고 싶었던 곳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인 은주와는 결혼하지 못했고 은주는 이제 이 세상 사람도 아니다 아니다. 주인공은 왜 은주와 결혼하지 못했나. 바로 가난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이 도시에서, 혼탁한 우주에서, 아직 압구정으로 가지 못하고, 어두워지는 해안가에 남아, 바람만 부는 지독히도 아름다운 거제에서, 지금 이 글을 쓴다.“
고아원에서 자란 뒤 갖은 고생 끝에 갭 투자로 부를 일군 ‘나’ 앞에 오래전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미국으로 떠났던 옛사랑 은주의 아들이 나타난다. 나는 이혼 뒤 다시 국내로 돌아온 옛사랑 은주의 마지막을 배웅한 뒤 은주의 아들에게 갭 투자로 거제의 아파트를 사주려 한다. 작품은 이를 통해 부동산을 통해 부를 이루려는 우리의 욕망을 그려낸다. 부동산 갭 투자를 통해 재테크를 통해 부에 대한 갈망, 어디 부동산 뿐인가. 주식, 가상화폐, 유튜브, 등 우리 사회엔 부자가 되고 싶어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기 위해 아니 돈을 많이 갖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전쟁터에서 살고 있다.
가난한 시절, 주인공에게 유일하게 삶의 희망이있던 여자친구는 돈을 쫓아 떠났다. 이걸 당연한 것이라고 해야 하나, 어쩔 수 없다고 해야 하나. 이미 죽은 여자친구의 아들에게 아파트를 사주는 것은 자신을 위한 갭 투자인가. 여자 친구에 대한 남은 사랑인가. 젊은 시절, 돈 때문에 파괴된 사랑이었지만 거제의 아파트가 아직 주인공의 가슴안에 남아있는 사랑의 순수함이길 간절히 바래본다.
사진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