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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차의 오글오글한 이야기 63
어느 댓글에서 차마고도가 정확하게 어 디서 어디까지인가를 물었습니다.
난감한 질문이었지요. 왜냐하면 차마고 도는 짧게는 원난의 푸얼에서 대리까지 이기도 하니까요. 푸얼의 차를 산 마방 들은 말에 차를 싣고 대리로 와서 교역 상들에게 차를 팔아 큰 이윤을 얻었습 니다. 그 때문에 대리는 차 교역으로 엄 청난 소득을 벌어들이는 대도시가 되었 고 중국의 왕조들은 차 독점권을 빼앗 고 싶어 했습니다. 당현종은 그 독점권 을 빼앗기 위해 이십만 대군을 대리로 보냈다가,얼하이 호수에 모두 수장시킨 일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푸얼차를 대리에서 교역하기도 했으나 더 큰 규모 의 마방들은 좋은 차는 대리에서 팔고, 값이 싼 차들을 말에 실어 티벹으로 갔 습니다. 윈난의 리장은 그런 마방을 꾸리기 위해 중국의 상인들이 모이는 곳 이었습니다. 큰 마방은 수 천 필의 말 을 이끄는 대상단이나 마찬가지였지요.
또 리장의 차창에서 티벹에 팔기 위한 싸구려차가 많이 만들어 졌습니다.
티벳의 수유차를 만들기 위한 차는 변 차,장차라고 해서 대엽과 차줄기까지 이용한 저질의 차였습니다. 원래 차는 잎으로 만드는 것이고, 좋은 차일수록 새싹을 이용합니다. 윈난에서 티벹의 라싸까지 5000 Km, 3개월을 걸어야 갈수있는 길입니다. 메리설산의 눈이 녹는 6월에 길을 떠나, 9월에 되돌아 오 는 길을 잡아 설 전까지는 고향으로 반드시 돌아와야 하는 고된 여정을 일 년 마다 떠났습니다. 윈난의 푸얼에서 대리,칭장고원, 히말라야 동쪽을 지나 메리설산을 넘어 라싸,인도,네팔까지도 가서 마방들이 가져오는 것이 말이었기 에 차마고도인 것이지요.
변방의 이민족들과 계속 전쟁을 해야 하 는 중국은 끊임없이 말이 필요했고 티벹 말은 전투에 가장 적합했습니다.
서로가 가장 필요한 것이었기에 차마고 도는 그토록 험난한 여정에도 불구하고 이어져 왔습니다.
중국이 일본에 점령 당해 모든 교역로가 막혔을 때에도 단 하나,차마고도의 길은 열려 있었고 마방들은 교역을 이어 나갔 습니다. 차뿐만 아니라 옌진의 여인들 이 만든 소금이며,히말라야에서 채취한 동충하초 등 지금도 이어지는 차마고도 는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 교역로인지도 모릅니다. 신이 주신 선물, 차를 따라 인간의 발걸음은 어디든지 갑니다.
이제 차마고도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 고 많이 궁금해 하는 다도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차 마시는 법이라...
이 세상에 법이 없는 것은 없다고 봐야 겠지요. 그 중에서도 다도만큼 많은 법 이 있는 것도 흔치 않습니다.
나무의 뿌리가 계속 자라듯이 유파가 계속 생기는 것이 다도이기도 합니다.
그런 복잡한 다도는 말할 필요도 없고, 그저 동양 삼국의 다도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라고만 하고 넘어 가겠습니다.
내가 한국인이어서가 아니라 많은 다회 에 가 보았을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가장 정결하고 가장 단아한 느낌을 주는 다례는 우리의 다도입니다.
우리는 다도라기 보다 다례라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립니다. 물론 까다로운 예법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으나, 절집에서나 일반적인 우리의 다례는 참으로 정갈하고 품위가 있습니다.
다도를 이야기한다고 했더니 이런 저런 댓글이 많았습니다. 그 어렵고 복잡한 다도를 어떻게 이야기할꺼냐, 다도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등등... 내가 차 이야 기를 하고 있지만 유파가 있는 전문적인 다인도 아닌데 어찌 어렵고 복잡한 다도 를 논하겠습니까? 말 그대로 논하는 것 이 아니라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서점에 가면 다도나 차에 대한 책, 정말 많이 있습니다. 전문성이 필요한 사람 은 그에 맞추어 공부하면 됩니다.
필요한 책을 사서 읽고 더 전문적인 것 은 선생님을 찾아 입문하면 됩니다.
이 글은 내가 아는 것을 이야기하듯이 풀어 나가며 몰랐던 것을 조금 알아가는 정도라고 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지 않습니까?
다도를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 일생을 바치는 사람도 있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것은 절대 사양입니다. 알면 알수록 깊 이 빠지게 되어 평생을 바치는 다인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이루게 되는 하나의 세계는 일반인은 범접하기 힘든 경지입 니다. 그런 다인들을 존경하지만 나는 내가 즐겁고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지 않으면 되는 것. 딱 그 정도가 좋겠습니 다. 차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물 처럼 어우러지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차향에 젖어 그 순간이라도 마음이 원하 는 치유에 머물러 보면서 함께 하는 것.
그 힘을 이끌어 내어 조심스럽게 최상의 기운을 만들어내는 것이 다도라고 나는 말합니다. 그러니 지나친 예법에 얽매 여, 찻주전자 놓는 위치를 가지고 왈가 왈부 떠들며 기어이 갈라지는 사람들은, 다인이 아니라고 나는 봅니다.
-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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