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람 소리가 흘러나오는 물받이 바퀴를 굴리며 유목민처럼 이동했어요. 물을 주며 자주 쳐다보고 푸른 잎의 귀를 만져주었어요. 햇살과 어깨를 맞대고 여백이 있는 거실의 감정과 베란다의 생각을 주고받았어요.
백색 소음에 길들여진
아파트는 단조롭고 메말랐어요.
푸른 잎은 맑은 눈을 가졌어요.
둥치와 줄기의 물관 속으로 스며드는 언어의 빛깔을 걸러내고, 가장 빛나는 해와 달과 별의 순간이 첫 줄을 길어올려요. 웃자란 가지를 치면 뼈대만 남은 생장점이 연초록 잎사귀를 행갈이해요. 양손을 펴고 생장점을 받아줘요.
햇빛이 적고 바람이 안 통했나요?
솜깍지벌레한테 폭격탄을 맞았어요. 방치를 빌미 삼아 하얀 솜털이 반란을 일으켰어요. 퇴치 공방을 벌이다가 호흡이 멎었어요. 맥 빠진 뿌리가 찰나를 끝없이 생멸했어요. 어둠에 싸여 백골로 머무는 몸짓, 추억에 잠긴 달의 애도는 길었어요.
시간이 잘려 나간 빈 가지에 네가 걸려 있어요.
<시작 노트>
첫 시집 출간 후에 축하 선물로 받은 해피트리, 여러 해 동안 나와 함께 한 가족이 되어 생각을 주고받았다. 물을 주고, 푸른 잎을 닦아주고, 맑은 눈을 바라보았다. 정성을 다해 가꾸고 애지중지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한여름 날, 시름시름 앓다가 호흡이 멎었다. 나에게 시 한 편을 선물로 주고 지난날의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시간이 흘러가고 빈 가지 위에 해와 달과 별이 뜨고 진다.
시를 쓰는 밤, 또 새로운 말을 찾아서 밤길을 걷는다. 내 마음속에 자라는 해피트리가 푸른 잎을 펼치며 빛을 낸다. 행운을 불러오는 행복 나무가 날마다 안부를 전하며 응원해준다. 오늘도 좋은 하루, 행복하세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