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곽에는 여러종류의 혐오그림을 그려놓고 친절한 경고를 한다
후두암 이라며 목구멍에 구멍을 뚫어놓기도 하고 간암이라며 딴딴하게 굳어버린 간땡이를(전혀 맛있어 보이지 않는 술안주형) 선보이기도 하며 또한, 폐암이라며 시커멓게 타버린 허파 그림을 그려넣기도 한다
내가 피우는 오늘의 담배는 폐암용 인가보다 그러려니 하고 만다
여름내 슬리퍼만 신고 다녔더니 발등 사이로 선명한 얼룩무늬가 생겼고 그슬러진 부분은 격자 모양의 잔주름이 생겼다 비듬을 머금은 ...거리의 낙엽을 휘모는 삭풍이 불면서는 운동화 내지는 등산화 비슷한걸 신고 다닌다 가끔 아주 가끔, 어쩌다 한번 신발장을 열어보면 딱딱히 반짝이는 구두와, 부드럽게 윤이나는 케쥬얼 가죽신과 여름용 가죽샌들이 생기없이 놓여있다 언제 산건지 기억 하지못한다
서너번쯤 신었을라나 사회적 참여를 전혀 하지못하고 산다는 뜻이겠지 삐실 삐실~
"나는 보았다
면도날 위를 기어가는 달팽이를...
이건 꿈이다 끔찍한 악몽, 위태 했지만 날카로운 칼날 위에서 달팽이는 살아남았다 공포 공포 공포..."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 나오는 커츠대령의 독백이다
공포와 고통을 통해 죽음의 문턱을 넘어버린 남자,
끝없이 이어지는 심연의 궤적 위에서 위태한 자세로 통빡 굴리는 초월의 카리스마, 그는 여러면에서 증오에 불타는 에이합 선장과도 닮아있다
그들의 카리스마, 그 본질은 증오다
커츠 대령이나 에이합 선장이나
글마들은 글타 치자
내는?
머하러 이런 씰대없는 헛소리를 유창하게 지껄이고 있을까
시간이 너무 많아서이다
이런 와중에 세월은 무지 빠르게 달아난다는게 아이러니다
내겐 증오가 없다
뚜두리 잡고싶은 흰고래가 없고, 날카로운 면도날도 없으며, 그 날카로운 칼날위에 올려놓을 달팽이도 없다 저 깊은 심연으로 부터의 묵직한 울림으로 전해지는 극단의 고통도, 공포도 없다 따라서 그 현상에 상응하는 극복의 희열도 없다 그럼 내가 가진건 뭐지? 체념?
폐암용 담배 한갑과 오만가지 잡생각? 무얼해야 이 초라한 쥐구멍에 광명이 비추어질까 세상은 내가 재밋고 보람차게 살만한곳이 아니다 라고 단정 짓는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것이다
"세상은 당신의 기분에 따라 좋아지기도하고 나빠지기도 하는 당신만의 사적인 시공간이 아니올시다"
이크~!!
일요일 하루(내겐 의미없는 요일)
티비 리모컨과 친하게 지내며 놀았다 다큐도 보고 바둑방송도 보고 넷플릭스 드라마도 뒤적거리고 인터넷 바둑도 두고...
몸통에 달린 팔은 최소한으로 움직였고 따라서 가능한 한 손가락만 꼼작거렸다
몸통에 달린 다리는 화장실 갈때만 요긴하게 써먹었고 목위에 달린 머리는 온갖 잡생각에 골똘했다 창밖은 어둑해진지 오래고, 난방비 아끼는 거실은 냉기에 발이 시려온다
점심이라 먹은, 딱딱히 여물던 떡국이(떡을 충분히 불리지 못했나봄) 아직 소화가 들된듯 해서 저녁생각이 없다
온기가 없고, 따라서 생기도 없다
삶이,
다시한번 세상에 묻는다
우짜믄 이 쭈굴어진 몰골에 따숩고 찬란한 햇살이 비추어질지~
첫댓글 ㅎㅎㅎ
고독을 즐기면 흰고독이 되고
고독을 슬퍼하면 꺼먼 고독이
될진데
잘 살고 계시네요
참고로
내일부터 걷기를 해보세요
걷기도하고 뛰기도 합니다
가끔오는 생리라 이런날도~풉~
손가락이 부어 의도하지 않게
엔털을 치고 말았네요
간이 부으면 이탈하듯요 ㅎ
@윤슬하여 잠깐 주고받은 오류
없었던 일로~
이렇게 독백이라도 뱉을 지면이 있다는 것 도 위로라고 한다면
우린 이렇게 사는 겁니다 누구라도 겨울은 움추려 드는 만큼 생각은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건질게 없는 것이 대부분이지요
그래도 삶은 이어지고 때론 무력감에 지치고 그러다 반짝
생기를 찾기도 도통 일관적이 아닐 때가 많지요 겉으론 아닌 척해도
공짜 일조량이라도 자주 받으시길요 결락님
공허의 벽돌을 찍어내던 초겨울 햇살이 밉더이다
한것 움추려들며 쎈치해지고 싶은 하루였습니다
때로는 자기연민에 빠져 우는날도 있어야지요
적어도 백날중 하루쯤...
지옥의 묵시록,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을 헬기에서 귀청 떨어지게 틀어놓고 기관총을 미친 듯이 난사하던 장면,
어둡고 음산한 강을 거슬러 올라 올라가서 마침내 마주한 커츠 대령의 왕국,
그 광기에 가득찬..
잊을 수 없는 명작입니다.
저는 헐리우드의 반전 영화들 중에서
이 지옥의 묵시록이 가장 충격적이었고 인상 깊었습니다.
플래툰 보다도 디어헌터 보다도 더 잘 만든 영화 같아요.
결락님의 이 글을 읽으며 식단에 대한 힌트도 얻었습니다.
내일은 카레를 해먹을 생각이었고 모레는 떡만두국을 끓여야겠습니다.
떡을 충분히 불려서요. ㅎㅎ
굉장한 필력으로 쓰신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킬고어 중령의 광기도 기억 하시겠죠
적이라도 용감하고 씩씩한 놈이라면 내 수통의 물을 들이킬 자격이 있다..!
사색과 사유의 범위가 폭넖은 부류의 모범 주부이십니다
여성성의 한계를 벗어난 사고의 재원이시라 칭하면 실례가 되려나요 살짝 놀랬습니다 폭넓게 확장된 이해와 교양으로 삶이 더욱더 풍요로워 지시길 기원 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