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5패의 한 사람인 진문공 때의 일입니다. 이리(李離)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어떤 자료를 취합해 보아도 역사상 그리 이름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마는 대쪽 같은 선비로서 자신에게 엄격했고, 자신을 채찍질 하는데 용감했으며,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지 않고 또 남에게 전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어떤 역사적 인물보다 두드러진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 양반의 직책이 오늘날의 대법관 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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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하급심에서 증거도 불충분한 사건을 증인의 말만 믿고 어떤 죄인에게 사형을 언도한 뒤 집행을 했던 것입니다. 사형집행 후 우연한 기회에 이리가 그 재판이 오심(誤審)이었고 사형수가 무죄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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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생명을 오심으로 죽게 한 이리는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부하직원들에게 명하여 자신을 탄핵과 동시 구속하게 한 뒤 사람을 죽인 죄를 물어 스스로에게 사형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소식은 곧 진문공에게 전해졌고 깜짝 놀란 진문공이"관직엔 귀천이 있고 죄에는 경중이 있는 법, 아랫사람의 잘못이지 그대의 잘못이 아니지 않는가!"라며 스스로를 구속한 이리를 무죄방면 해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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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풀려난 이리는 침통한 목소리로 자신을 꾸짖으며"신은 한 부서의 우두머리이지만 그 자리를 부하들에게 내 준 적이 없었고, 신은 그들보다 국록을 가장 많이 받지만 한 번도 그들에게 나누어 준 적이 없습니다. 지금 오심(誤審)으로 사람을 죽여 놓고 그 죄를 부하에게 미룬다면 말이나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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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리를 너무도 아끼던 진문공이"그대가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면 나 역시 죄가 없다 할 수 없지 않는가?"라며 다시 사면령을 내렸답니다. 그런데 그 사면령을 가져간 파발마가 이리의 집에 도착 했을 때 이리는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난 뒤였답니다.